손녀딸과 함께하는 하루하루

<78> 2025. 10. 14.(화)

by 꿈강

기나긴 추석 연휴가 끝났다. 손녀딸 돌보기가 주축인, 우리 부부의 일상이 다시 시작되었다. 어제도 그랬는데 오늘도 손녀딸은 7시 50분이 되었는데도 일어나지 않았다. 아내와 내가 손녀딸 방으로 가 손녀딸 팔다리를 조물조물 주무르며 깨우려 했는데도 도무지 일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이러다간 어린이집에 지각할 듯싶어 8시가 되었을 때, 자고 있는 손녀딸을 번쩍 안고 거실로 데리고 나왔다. 거실로 안고 나와서야 손녀딸은 잠에서 깨었다. 밥 먹이고 옷 입히고 양치질시키고, 해야 할 일은 많고 시간은 없어 마음이 급했다. 다행히 넙죽넙죽 밥도 잘 받아먹고 옷 입고 양치질하는 것도 순조로웠다.


어린이집 등원 준비를 마치고 내가 "순돌아, 빨리 쉬하고 어린이집 가자. 잘못하면 지각하겠다."라고 말했다. '지각'이라는 말을 들은 손녀딸의 눈동자가 일순 흔들리는 듯했다. 우리 손녀딸한테는 모범생 디엔이(DNA)가 있기에 '지각'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아내가 쉬를 하고 난 손녀딸 치마를 올려주려는데 손녀딸이 할머니를 재촉한다. 옷매무새를 다 마무리하지도 않았는데 손녀딸은 신발을 신고 문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아내와 나는 부랴부랴 손녀딸 뒤를 따라 나갔다. 엘리베이터에서 언젠가 두어 번 마주친 적이 있는, 손녀딸보다 두 살쯤 어려 보이는 아이를 만났다. 손녀딸은 그 아이에게 작은 목소리로 수줍게 인사를 건넸다. 왜 그렇게 수줍어하는지 알 수는 없는데, 아무튼 손녀딸을 들릴락 말락한 소리로 안녕이라고 그 아이에게 인사를 했다.


차에 올라 어린이집으로 향했다. 손녀딸과 아내는 뒷자리에 탔다. 어떤 때는 저 혼자 탄다며 할머니는 앞에 앉으라고 할 때도 있는데 오늘은 할머니와 뒤에 나란히 앉았다. 지하주차장을 빠져나와 밖으로 나가니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다.


차 안 공기가 좀 답답해서 운전석과 조수석 창문을 좀 내렸다. 그랬더니 손녀딸도 자기 쪽 창문을 내리더니 고사리손을 창밖으로 내밀었다. 위험하니 손을 밖으로 내밀지 말라고 했더니 "비를 잡으려고 그랬어."라고 했다. 다행히 더 이상 손을 밖으로 내밀지는 않았다. 차가 신호 대기에 걸려 멈추자 "바람은 멈추고 비만 오네. 좋다."라는 소리를 했다. 차가 달릴 때 들어오는 바람이 너무 세서 그랬을까? 다섯 살배기 손녀딸의 이 말이 나에게는 한 줄 시처럼 들린다. 뭘 해도 예쁘고 사랑스럽기만 한 우리 손녀딸인데 종종 이런 생각지도 못한 말들 하곤 한다. 손녀딸과 함께하는 소중하고 행복한 일상이 다시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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