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로 보낸 한평생

수능에 대한 한 생각

by 꿈강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끝났다. 1994학년도에 첫 수능이 시작되었으니 어언 30년을 훌쩍 넘었다. 수능을 볼 때마다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출근 시간이 한 시간 늦춰지고 영어 듣기 시험 시간에는 비행기 이착륙이 금지된다.


이쯤 되면 우리나라 모든 고등학생들이 수능을 통해 대학에 진학할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2026학년도 대입 전형 비율은 수시 모집 79.9%, 정시 모집 20.1%로 수시 모집 비율이 압도적이다. 수시 모집은 고교 내신 성적과 학교생활기록부 기재 내용이, 정시 모집은 수능 성적이 핵심 전형 요소이다. 절대다수 학생은 수능 성적과 무관하게 대학에 진학한다는 말이다. 수능 때문에 온 나라가 호들갑을 떨어야 하는지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또 수능은 우리나라 일반계 고등학교 교육을 왜곡시킨다. 수능은 고등학교 교육과정의 성취 목표와 별 상관이 없기 때문이다. 다른 교과는 잘 모르니 내가 30년 넘게 가르쳤던 국어 교과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겠다. 너무 자세히 들어가면 머리가 복잡해질 터이니 상식 수준에서 살펴보자.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 능력의 함양이 국어 교과의 최상위 목표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수능 국어 영역은 읽기 능력만 월등하면 좋은 성적을 얻을 수 있다. 그래서 고등학교에서 수능에 초점을 맞춰 국어 수업을 진행하면 할수록 국어 교과의 성취 목표를 달성하기가 어려워진다.


그렇다고 일반계 고등학교 국어 수업에서 수능을 도외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학부모와 학생들의 현실적 요구를 외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어떤 교사들은 오로지 수능에 초점을 맞춰 수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그런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인기가 좋았다. 그런 교사들 중 수업을 잘하는 교사는 학생들에게서 학원 강사 같다는 말을 듣곤 했다. 학생들이 보내는 최고의 찬사이다. 수능은 학교가 아니라 학원에서 준비하는 것이라는 학생들의 생각이 반영된 찬사이기도 하다. 결국 수능에 초점을 맞춘 수업은 학원식 강의 위주의 수업이지 고등학교 교육과정의 성취 목표를 달성하는 데 집중하는 수업이 아니라는 이야기가 된다.


수능의 다른 영역은 모르겠으나 국어 영역의 경우 학교 수업을 충실히 받은 것만으로는 좋은 점수를 받기가 결코 쉽지 않다. 특히 변별력 확보를 위해 지나치게 어려운 독서(비문학) 지문을 선택한다. 올 수능 국어 영역 17번 문항에 정답이 없다고 주장하는, 칸트를 전공했다는 모 대학 철학 교수가 한 말이 그 사실을 웅변한다. 칸트 철학에 대한 내용을 다룬 17번 문항과 연관된 지문을, 칸트 전공 철학 교수가 그 지문을 정확히 이해하는 데에 20분이 걸렸다고 한다. 그러니 고등학생들이 그 지문을 정확히 이해하고 문제를 푼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 하겠다.


그런데 지문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문제를 푸는 학생들은 거의 없다고 보아야 옳다. 부단한 연습을 통해 지문과 선택지의 일치 여부를 판단하여 정답을 골라내는 학생들이 대부분이다. 내가 방과 후 수업 등을 통해 수능 문제 풀이 수업을 할 때에도 늘 이런 이야기를 해 주었다. 지문을 완전히 이해하려 하지 말고 지문과 선택지의 일치 여부를 어떻게 정확하게 판단할지를 고민하라고 강조했다. 연습을 하면 수능에서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거듭 말했다. 이런 방법을 통해 모의고사와 수능에서 좋은 성적을 받은 학생들이 제법 있었다.


지금까지 살펴본 사실을 통해서 볼 때 수능은 학생들을 한 줄로 세우는 것 말고는 아무런 쓸모가 없다고 하겠다. 그러니 지금 당장 수능을 대체할 새로운 대학 입시 제도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수능의 문제점을 보완하여 고쳐 쓸 생각을 해서는 안 된다. 수능은 이미 그 효용을 다했다고 보아야 마땅하다. 완전히 새로운 대학 입시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일반계 고등학교 교육을 왜곡시키지 않는, 학교 교육만으로도 충분히 대체할 수 있는 참신한 대학 입시 제도가 나오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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