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로 보낸 한평생

학교생활기록부 쓰기, 괴로워하는 교사가 많습니다

by 꿈강

일반계 고등학교 학기말은 바야흐로 학교생활기록부 시즌이다. 학생부종합 전형이 주요한 대입 전형의 하나로 자리잡으면서 학교생활기록부 기록이 매우 중요해진 지 꽤 오래되었다. 학교생활기록부 기록의 핵심은 과목별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과세특)과 자율, 진로, 동아리 활동 등의 창의적 체험활동 특기사항이라 할 수 있다.


이 중에서도 과세특이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또 각 과목의 성적이 대부분 학기 단위로 산출되기

때문에 1학기 과목의 과세특은 1학기말에 적어야 한다. 창의적 체험활동은 연 단위로 활동이 이루어지므로 대개의 경우 학년말에 적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면 일반계 고등학교에서는 학교생활기록부를 얼마나 충실하게 기록하고 있을까? 어떤 과정을 거쳐 학교생활기록부를 기록하고 있을까? 내가 보고 들은 사실을 가감 없이 적어 보겠다.


앞서 이미 말했듯이 학교생활기록부 기록의 핵심 중 핵심은 과세특이다. 학교생활기록부 기재 요령이라는 책자에 '과목별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란은 학생 참여형 수업과 수업과 연계된 수행평가 등에서 관찰한 내용을 입력한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과세특 기록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점은 일반계 고등학교에서 '학생 참여형 수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과 학교 정기고사 준비를 빌미로 교사 주도의 강의식 수업이 허다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형편이다.


학생 참여형 수업과 수행평가를 충실히 진행했다면 과세특을 적는 데, 그렇게 어려움을 겪지 않을 터이다. 그런데 교사 위주의 강의식 수업을 했다면 과세특에 적을 게 없기 마련이다. 학생의 수업 중 활동을 관찰하여 내용을 입력해야 하는데, 학생의 활동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초롱한 눈망울로 수업에 집중함.'과 같은 웃지 못할 과세특 내용도 등장하곤 한다. 물론 이런 사례는 벌써 6~7년 전의 이야기이다. 요즈음 과세특을 이렇게 기록하는 일반계 고등학교 교사는 없다. 학생들이 가만히 있지 않기 때문에 그렇게 적을 수가 없다.


학생 참여형 수업을 경우에도 과세특 기록에 문제가 아주 없지는 않다. 교사들이 학생들의 활동을 부풀려 기록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기 때문이다. 1 정도의 활동을 한 학생을 5 정도의 활동을 했다고 기록하는 경우를 빈번하게 볼 수 있다.


그런데 많은 교사들이 학교생활기록부 기록을 부풀리는 것을 어쩔 수 없는 일로 치부하는 게 또 다른 문제라 하겠다. 본인이 가르친 학생들이 대학 진학에서 손해를 보면 안 된다는 생각에, 다른 학교에서도 부풀려 기록할 테니 어쩔 수 없이 부풀려 기록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이야기를 심심치 않게 듣는다.


최대한 사실에 근거해, 부풀리지 않고 기록해야지라고 굳게 마음먹어도 조금은 부풀릴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말이 있듯이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들에게 조금이라도 유리하게 써 주려는 마음이 드는 게 인지상정 아니겠는가. 그런데 그런 굳은 마음은 애당초 없고 부풀려 기록할 수밖에 없지 않냐고 이야기하는 교사들이 많다. 그래야 우리 학생들이 손해를 보지 않을 수 있다고 말한다. 이렇게 말하는 주변 교사들이 좀 이상한 교사들이 아니라는 점이 더 큰 문제라 생각한다. 이상하기는커녕 학생들 열심히 가르치고 주어진 업무 충실히 해낸다고 평가받는 교사들이 대부분이다. 만일 우리나라 대부분 일반계 고등학교의 현실이 이렇다면, 정말 큰 문제이지 않겠는가? 그렇지 않기를 바라지만, 그렇지 않으리라고 자신 있게 이야기하려니 망설여진다.


또 이런 경우도 있었다. 몇 해 전, 다른 학교에 근무할 때이다. 학교생활기록부 분석 작업을 하면서 두 학생의 생활기록부를 보게 되었다. 두 학생 모두 서울의 상위권 대학에 진학했다. 한 명은 문과 계통의 학과에, 다른 한 명은 이과 계통의 학과에.


깜짝 놀랐다. 두 학생의 1학년 특정 과목의 과세특 기록이 똑같았다. 심지어 오타까지도. 복사해서 붙여 넣은 것이다. 두 학생이 서로 다른 대학에 진학했기에 걸러낼 방법이 없었을 터이다. 문득 '이 두 학생의 기록만 같을까?'라는 의심이 들었다. 상위권 학생들 몇 명의 기록이 똑같을지 알 수는 없었지만, 분명 매우 의심스러운 정황이다.


전국적으로 보면, 이렇게 복사해서 붙여 넣기 한 기록이 얼마나 될까? 제법 되리라고 생각한다. 이런 기록을 바탕으로 대학에 진학하는 건 잘못된 일이라는 데 반론을 제기할 사람은 없으리라. 그러면 왜 이런 기록들이 고등학교 현장에서 걸러지지 않을까?


학교생활기록부를 기록하고 검토하는 과정을 살펴보자.


교과 담당 교사가 과세특을 기록하고 스스로 몇 번 점검을 한다. 그런 다음 담임교사가 자기 반의 모든 학교생활기록부를 1차적으로 검토하고 다른 교사와 교차 검토한다. 그다음에 업무 담당 교사와 부장 교사의 검토를 거친 후 교감, 교장의 결재를 받는다.


일견 완벽해 보인다. 그런데 앞에서 이야기한 복사해서 붙여 넣은 기록을 찾아내지 못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검토하는 담당자들이 너무 설렁설렁 보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검토하지도 않고 검토했다는 기록만 남기는 경우도 보았다.


복사해서 붙여 넣은 기록은 검토를 제대로 하면 얼마든지 걸러낼 수 있다. 하지만 부풀린 기록은 그럴 수 없다. 부풀렸는지 여부를 제삼자는 잘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오롯이 기록하는 교사의 양심에 달려 있는 문제이다. 그런데 앞서 말했듯, 지극히 일반적이고 상식적인 교사가 학교생활기록부를 부풀려 기록하는 것을 어쩔 수 없는 문제라고 인식하는 순간, 해결책이 없어지게 된다.


학교생활기록부의 기록을 위주로 하는 학생부종합전형은 우리나라 공교육을 정상화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열쇠이다. 그렇기 때문에 학교생활기록부를 제대로 기록해야만 하는데, 뾰족한 방법을 찾을 수 없어 심정이 매우 착잡하다.


어떻게 해야 학교생활기록부를 제대로 기록할 수 있을까?


가장 중요한 것은 교사 개개인의 마음가짐이다. 사실에 근거하여 과장하지 않고, 관찰한 그대로 기록하겠다는 마음가짐이다. 그런데 이 부분은 개인의 마음의 영역이니 통제할 수 없다. 교사의 양심에 맡길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시간을 두고 교사들의 도덕심을 고양시켜야 해결이 될 문제이다.


지금으로서는 교사들이 기록한 내용을 철저하게 검토하는 수밖에 없다. 현재와 같이 설렁설렁하게 형식적으로 검토해서는 당연히 안 된다. 그래서 관리자들의 인식이 중요하다. 학기말과 학년말에 학교생활기록부 검토 태스크포스 팀을 구성하여 운영하여야 한다. 이 팀에서 학교생활부 기록의 과장 여부를 검토해야만 한다. 학교생활기록부 과세특 기록이 교사들이 학기초에 제출한 교과 진도 운영 계획, 수행평가 계획 등과 부합하는지를 우선 검토해야 한다.


지금은 그 누구도 이 부분을 점검하지 않는다. 과목 담당 교사가 과세특을 기록하면 그걸로 사실상 끝이다. 대부분의 학교에서 설렁설렁 검토한다. 꼼꼼하게 검토하는 학교가 있다 해도 오탈자 점검 수준에 그친다. 근본적인 부분은 건드리지 않는다. 결국 과세특은 전적으로 과목 담당 교사에게 달려 있다. 이래도 될 정도로 우리나라 일반고 교사들의 양심 수준이 높다고 할 수는 없다.


35년의 교직생활을 통해 관찰하고 겪은 바로는 그렇지 않다. 물론 나도 포함해서 하는 말이다. 그러므로 과세특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를 촘촘하게 안내하고 철저하게 검토한 뒤 잘못 기재했거나 과장한 부분은 다시 쓰도록 해야만 한다. 그래야 과세특이 제대로 쓰이고 과세특을 제대로 쓰기 위해 학생 참여형 수업을 고민하는 선순환이 일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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