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찾아서

by 파란

얼마 전이었다. 갑자기 인터넷에 깐부치킨이 오르락거렸고

이게 대체 무슨 일인가 찾아봤다.


삼성, 엔비디아, 현대 회장들이 모인단다.

근데 세계 최고의 재벌들이 모이는 장소가 동네 치킨집이라고..?


처음에는 의아했다. 세명의 회장이 치킨에 맥주를 먹고

그날 가게에 있던 모든 이들에게 치킨을 쏘고 서빙을 한 데다가

컨퍼런스 현장으로 장소를 옮겨 그대로 행사를 진행했다.

엔비디아 회장은 아마 그날 거하게 취한 상태가 아니었을까


AI도 이렇게 시나리오를 짜면 아마 욕을 먹지 않았을까 싶은

황당하고도 인간적인 면모가 어우러진 지난 한 주였다.


"살아보니까 행복이라는 게 별거 없어요. 좋은 날 좋은 사람과 한잔 하는 거죠"


삼성의 이재용 회장이 깐부치킨 회동 도중에 했던 말이다.


이상했다.

나도 알고 있고, 우리가 흔히 듣는 그런 상투적인 말인데

국내 최대의 기업 총수의 입에서 나온 말이

이상하게 마음속을 깊이 파고든다.


서른쯤 넘어가다 보니 가슴속에는 채워지지 않는 구멍이 더 짙어졌다.

십 대 시절에도 어렴풋이 이런 구멍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만

이십 대가 되면서 그 구멍을 마주하며 더 커지고 있다는 것을 마주했고

그것을 메우려 여러 가지 시도를 하다 보니 지금이 되었다.


마치 밑 빠진 독처럼 아무리 채워 넣으려 해도 금세 빠져나갔다.

이미 깨어져 이가 나가버린 부분을 애써 막아보려 해도

구멍은 그저 구멍이었다. 메워지지 않고, 막아지지도 않는다.


요즘에서야 깨닫는다.

사실 그 싱크홀처럼 난 그 구멍은 애초에 그대로 놔둬야 하는 것을

누군가의 말처럼 불행과 불운, 온갖 부조리함을 겪고도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일 건지 선택해야 할 순간이 왔다.


예전 같으면 한탄을 하고 그대로 주저앉았을 테지만

하도 그 짓을 많이 해서 그런지, 이젠 제법 견딜만하다.

그래서 받아들이고 나아가기로 했다.


가슴속 구멍을 있는 그대로 놔두고

더 이상 메우려 하지 않고, 안고 앞으로 나아가는 자세.

어른이 된다는 것은 그런 것이었다.


한 가지 위안이 되는 것은 그런 고통 속을 헤엄치면서도

옆을 살펴보며 행복이라는 작은 부표를 부둥켜안고

한 템포씩 쉬어갈 줄 아는 여유가 조금씩 생겼다.


그래서 요즘은 힘든 하루를 보낼 때, 항상 마음속으로 안방 거실의 소파를 생각한다.

모든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소파에 누웠을 때 그 아늑함

그 작은 안위가 그날의 고통을 버티게 도와준다.


이재용 회장의 말처럼, 어쩌면 행복은 그리 멀리 있지 않은 것 같다.

파도가 험난하게 치는 세상이라는 바닷속에서

각자의 부표를 부둥켜안고, 모든 이들이 부디 안전하게 헤엄치기를 바란다.

토,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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