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틈

by 파란

아침이다.

날씨가 추워져서 그런 건가

유독 아침잠이 많아진 요즘

졸린 눈을 부스스 뜨며 습관처럼 핸드폰을 들여다본다.


밤새 날아온 미국주식 하락소식이며

비트코인이 어쨌다, 할인쿠폰이 어쨌다

왜 이리 광고 문자는 끊임없이 날아오는지 모르겠다.

정말이지 아침부터 기분이 '영 꽝이다.'


안방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는 푸들 엉덩이를 다독여주고

대충대충 외투를 걸친 후 커피를 사러 나간다.

맛으로 먹기보단, 잠을 깨서 하루를 시작하기 위해

마치 '체력회복 포션'처럼 커피를 들이키는 나날이다.


중독이라면 중독이겠다.

술, 담배 등을 안 하지만, 이상하리만치 커피만큼은 못 끊겠다.

마치 최후의 보루처럼 내 삶에 조금이나마 휴식을 안겨주는 존재여서

그래서 더 각별하게 느껴지나 보다.


어찌 됐든, 아침에 눈을 뜬 순간부터 내 생활에는 빈틈이 없다.

뭐 그리 바쁜 건지, 왜 그리 서두르는 건지

어젯밤 과한 스파링으로 쑤셔오는 허리와 목은

끊임없이 욱신거리고 내 고개를 떨구게 만든다.


"누군가가 그러더라고요"


"현대사회에 들어서서 다들 너무 바쁘게 살아간다고"


"빈틈조차 주지 않고 말이죠"


라디오에서 들려오는 세 문장이

가슴속에 화살처럼 쿡 하고 박힌다.


오래전 내 친구가 했던 말이 있었다.


'나는 빈틈이 많은 사람이 좋아'


의아한 표정으로 나는 되물었다. 왜? 굳이 뭣땜에?


'인간미가 있잖아.'


그게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더라.

다시 한번 물어봤다. 그건 그냥 허당끼가 많은 거 아냐?


'아냐, 연애를 할 때도 잘 생각해 봐'


'너무 빈틈없이 완벽한 사람은 매력이 없어'


'조금은 허술하고 평범하고도 모자란 면이 있어야 사람다워'


'그게 인간적인 매력이야'


약 십 년 전 지나가는 말로 했던 이야기가

이제야 조금은 이해가 된다.


인간적으로도, 생활적으로도 빈틈이 많다는 이야기가

단순히 사람이 모자라거나 부족해서 그런 것이 아니었구나


내 친구 우철이는 그런 사람이었다.

지금은 사는 게 바빠서 연락을 통 못한 지 오래됐지만

분명 인간적인 매력이 가득한 사내였으니

재미있게 잘 살고 있으리라 본다.


어찌 됐건 노트북 앞에 앉아서 고민을 한다.

일이 바쁘고 피곤하다는 핑계로 요새 글을 못쓰고

쓰더라도 마음에 들지 않아 지우기를 반복했던 나날


오늘만큼은 완벽한 글을 완성하기보다

그저 내 마음을 토로하고 자기 검열을 내려놓고 싶어지는 날이다.


당신의 삶이 너무 빡빡하고 타이트하다면

오늘만큼은 빈틈을 주어 무언가 들어올 여유의 공간을 주자

어쩌면 한 뼘의 공간이 내 삶을 뒤바꿀만한

작은 터닝포인트가 되지 않을까.

토,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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