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사

by 파란

아버지가 돌아가신지 거의 1년이 되어간다.

아직 기일까지는 한달정도 시간이 남긴 했다만

설날이 다가왔기에 나물과 전을 준비하여

근처 아버지를 모신 절에 늦은 오후에 올라갔다.


어릴적을 생각하면 설날은 그저 친척들과 모여서

간만에 만나는 사촌들과 이런저런 수다와 장난을 치고

놀이터와 피시방을 오가면서 어떻게든 지루한 시간을

재밌게 보내기 위해서 안간 힘을 썼던 것 같다.


그때는 몰랐다.

친척들간의 서로 불편한 마음을 꽁깃꽁깃 지닌채

은근한 기싸움과 바늘같은 날카로운 말들로 서로에게 비수를 꽂거나

혹은 보기싫은 얼굴들을 '즐거운 명절'이라는 이벤트 아래에

오랜만이라는 가면을 쓰고 어색한 분위기를

어떻게든 버티려는 그 어른들의 안간힘을.


나이를 먹고서 돌아보니, 참 그때의 우리 부모님도 고생이 많았겠거니 싶다.

부디 내가 앞으로 지낼 설날은 그런일은 되도록 적게 일어나고

서로가 사랑으로써 울타리를 치고 관대한 마음으로 보듬어주는

그런 가정을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마음에 꽃피워 오른다.


"아버지 저 왔어요"


아버지의 영가명패가 모셔진 법당에 들어와 가볍게 인사를 먼저 했다.

차린건 변변찮지만, 가져온 전과 나물, 그리고 아버지가 좋아하셨던

과자와 맥주 한캔을 가지런히 상에 올린뒤, 향을 피우고 절을 올린다.


뜬금없이 눈물이 난다.

창 사이로 햇빛이 비추는 고즈넉한 법당 안을 서성이다가

잠시 뒤로 물러나서 나무의자에 걸터앉아 여러 생각을 해본다.


꽤나 열심히 살아볼려고 아둥바둥 쳤구나 싶다.

아버지도, 나도.


처마 끝에 달려 딸랑거리는 풍경소리를 뒤로한채

밖을 바라보니, 따스한 온기의 바람이 뺨을 스쳐간다.

봄이다.


언제나 그랬듯이 요란스럽지 않게 봄은 찾아온다.


토,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