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어가세요.

by 파란

이러다 골병이 들겠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하루 스케줄을 해야 하는 날이면

퇴근할 때쯤 녹초가 다 되어서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온다.

이때는 옷정리를 하고 샤워를 할 힘조차 남아있지 않고

그것마저 '일'로써 느껴지고 귀찮고 부담스럽다.


내가 갓난쟁이였을 때는 '미라클 모닝'

내가 한창 학업에 몰두할 땐 '아침형 인간'

그리고 최근 몇 년 사이 유행한 '갓생'


이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서 삶을 몰아치듯 살아야

인간은 발전을 하고, 그를 토대로 성장한다는

마치 그럴듯한 이 마법의 문장들을

나는 더 이상 신뢰하지 않는다.


왜냐고 물어본다면

내가 직접 이런 일련의 과정을 실험하고 얻은 결과는

컨디션이 저하된 채 골골대는 연약해진 몸과

다 소진되어 버리고 재만 남아버린 번아웃뿐이었다.


생긴 대로 살자는 엄마의 말이 떠오른다.

분명 그 취지는 '사람마다 가진 특성과 재량이 다르니, 그걸 잘 가늠해서 인생에 적용시켜야 한다.'

라는 인생을 살아온 관록과 식견이 어우러진 말이었을 텐데


나는 그걸 잘못 해석해서, 그저 어머니가 '게으른 자의 변명'이라고 치부했다.

노력만 하고, 쉴 새 없이 몰아붙이면 사람은 분명 바뀌고 인생이 나아질 거라고

그런 오만함을 가진채 20대를 살아왔었다.


그래, 그럼 그렇지

세상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모든 이가 다 노력해서 성공할 수 있다면

돈에 치이는 일도 없을 테고

맘만 먹으면 바디프로필도 찍으면서

3개 국어를 통달하여, 인공지능의 뺨을 올려쳤을 것이다.


'열심히 살고, 하루를 쉴 새 없이 몰아붙여야 한다'

라는 말의 뒷면에는 인간이라는 생물이 가진 신체적 특성과

한계점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 같다.


그리고 마치 그런 연약함을 드러내는 것을

'노오력이 부족해서'라는 개인의 귀책으로 돌려버리는

잔인하리만치 사람을 기계부품 취급을 해버린다.


아쉽게도 기계도 그렇게 돌리면 우리가 흔히 말하는

'뻑'이 나버린다. 고장 난 단 말이다.


그러니, 제발 부탁이니 쉬엄쉬엄 하자.

올해 내가 나한테 하는 말이다.

그동안 몰아붙이는 건 잘했으니, 이제 뒤를 좀 돌아보자


물론 멈춰 서서 숨을 고른다는 것은

여간 용기를 갖추지 않으면 쉽지 않다는 걸 안다.

그럼에도 해야 한다.


스스로가 가진 한계를 인식하자.

이건 패배주의에 가득한, 포기하라는 말이 아니다.

나를 알아야 삶의 전략을 짤 수 있고

더 나은 선택지로 나아갈 수 있다.


부디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이

오늘만큼은 숨을 고르며

잠시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길 바란다.

스마트폰은 내려놓고.


토,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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