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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기형 석사 논문, 어떻게 시작하고 완성할까?

예술 프로젝트와 논문 작성을 동시에 해내는 단계별 팁

by 실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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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사졸업때 졸업전시로 논문을 대체한 사람이 석사졸업을 할 때야 깨닫는 것이 있다.


"논문을 써 본 적이 없다...!"


그런데 졸업논문을 쓰란다. 심지어 작업도 하란다.


“나는 그냥 이걸 하고싶은데? 작업하는데 이유나 목적이 있어야 하나? 차라리 작업을 하나 더하고 말지…”


논문이면 논문이고, 프로젝트면 프로젝트지...뭘 어쩌라는거야...

라는게 내 속마음이었다.


구글에 검색을 해도 나오지 않는다.

우리 과는 한국의 예술경영, 혹은 Cultural Study와 비슷하지만, 작가로서 작업을 창작하는 것이나 이론을 파고드는 것 보다는 문화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실현하는 데 주력하는 전공이었다. 매학기 학과와 연계된 미술관에서 기획전시를 하고, 지역주민들이 참여하는 워크샵을 열었다. 그렇다고 완전히 큐레이팅에 대한 학문도 아니고, 조금 특이한 포지션을 점하고 있다. 때문에 다른 예술대학에서 할 법한, 자신의 작업을 보여주고 자신의 작품세계를 논하는게 아니라 일반적 논문 작성의 규범을 따르되 프로젝트로 가설을 '시도' 해보는것에 가깝다.


이런 유형의 논문은 어떻게 써야한다 라고 정의하기가 불가능하다. 사실 자유도가 높은 편이기에 더 어렵게 다가온다. 실험을 통해 가설을 증명해내는 것도 아니요, 설문조사를 통한 통계가 필요한것도 아니다. 작업을 하던 사람이라면 목적을 가진 프로젝트라는 것에 당황할 것이고, 이론을 파던 사람은 작업을 해내야 한다는것을 어려워 할 것이다.


뭐 어쩌라고...어떻게 쓰라고....! 를 외치면서 어찌저찌 완성을 하고나니...최고 점수로 논문심사를 통과했다.

참고로 나는 석사생활 내내...글쓰기에서 그렇게 좋은 점수를 받은적이 없다. 내 글이 너무 설명적이기만 하다는 이유로. 그걸 생각하면 눈부신 발전이었다.

그동안 참고했던 자료들과 내 경험을 되살려 그 '어찌저찌'의 방식으로 논문과 프로젝트를 짰던 팁을 공유하려 한다.



프로젝트 주제와 연구주제

논문주제를 먼저 정할지, 작업을 먼저 구상할지는 정말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식의 머리아픈 고민이었다.

내 지도교수는 프로젝트를 먼저 구상하고 그걸 토대로 논문을 쓰는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나중에 돌아보면 옳은 방법이었다.


이때에, 작업을 구상하는 방식은 정말 다양하지만 논문작성을 위한 프로젝트에는 반드시 목적이 있어야 한다.


논문과 내 프로젝트를 어떻게 일치시키는가?

그 문제에 대해서 내가 했던 프로젝트와 논문 주제 구상 방법이다.


1. 브레인스토밍과 키워드 작성:

예전부터 관심이 있었던 주제에 대해 키워드를 나열한다. 석사까지 왔다면, 분명 들어올때 특정한 분야에 관심사가 있었을 것이다.

모르겠다면 학사때부터 썼던 페이퍼나 작업들, 일기들, 관심가는 작가나 프로젝트, 혹은 이슈, 아이디어 메모를 전부 뒤져본다. 적는 과정에서 관련된 리서치도 해보면 좋은데 관련 이미지를 찾는 것도 구체화 하는데에 도움이 된다.


2. 카테고리 나누기:

나열했던 이 무작위적인 키워드를 주제, 그리고 매체 라는 카테고리로 나눠본다. 예를들어 내가 적은 키워드는 넷아트, 공포영화, 페미니즘, 마법소녀, 행운의 편지, 게임 등이었다. 거기에 최근의 관심있는 뉴스토픽이라던지, 좋아하는 작가의 작업들도 더해졌다. 넷아트는 내 오랜 관심사였는데, 넷아트 자체가 연구주제라기보다는 작업을 구현하는 매체에 가까웠다. 게임 또한 마찬가지였다. 이렇게 주제군과 매체군을 분류하고 나면 내가 프로젝트로 어떤 매체를 선택해야 할지, 그리고 논문에 어떤 주제를 쓰고싶은지 보인다. 그리고 이 키워드 안에서 서로 공통점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3. 리서치와 프로젝트 구상:

키워드 중에 가장 관심있고 실현 가능한 것 몇개를 남겨두고 집중한다.

그리고 각각의 키워드를 리서치 해서 다른 사람들은 이 주제를 가지고 어떤 매체로 어떤 작업을 했고, 이 매체로 무엇을 표현했는지 찾아본다. 여기서도 이미지를 모아두면 구체화 하는데에 도움이 된다.

위에 내가 적은 키워드와 관련해서, 나는 넷아트, 게임, 페미니즘으로 리서치를 하다보니 그 사이에서 사이버페미니즘이라는, 세개의 키워드를 하나로 이을 수 있는 공통분모를 발견했다. 게임개발이 프로젝트, 페미니즘을 주제로 담으며 이 모든것은 사이버페미니즘이라는 키워드로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


4.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프로젝트를 몇 개 구상하고 지도교수에게 상담받기:

이런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프로젝트를 몇개 구상하고 지도교수에게 조언을 구한다. 이 과정이 특히나 중요하다. 이 과정이 잘 안되어서 프로젝트가 교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전부 엎어버리고 새로 시작해야 하는 불상사가 생길 수도 있다.(동기중에 그런 경우를 보았다) 내 성향이나 연구주제가 잘 맞는 지도교수를 선택하는것도 아주 중요하다.

특히 지도교수의 연구주제와 내가 원하는 프로젝트가 관련이 없거나, 아니면 지도교수가 그 분야에 아예 특화된 연구자라면 조심하는것이 좋다. 전자는 프로젝트를 뒤엎어야 할 것이고 후자에서 지도교수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다면(사실 정해진 운명이다) 단어 하나하나의 선택에도 가혹한 비평으로 너덜너덜 해 질 것이다.


5. 최종 선택한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논문 구상:

작업 아이디어를 구상하는것과, 연구 주제와 목적을 만들어내는 것은 정말….미묘하지만 확실하게 다르다.

예를들어 프로젝트가 온라인전시라면, 논문의 내용은 온라인 전시에 대한 연구가 아니라, 내가 기획한 온라인 전시의 주제, 작품선정방법, 그리고 작품과 전시주제가 모여 어떤 의미를 만들어내는지에 대한 것이어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분석한 전시의 의미가 논문 주제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시작하는 부분에서 리서치는 아주 중요하다. 다른사람들은 어떻게 논문개요를 짰는지, 그리고 내가 원하는 매체를 사용해서 기한 안에 적당히라도 완성할 수 있는지, 내가 이 주제를 정말 하고싶은지, 그리고 선행연구가 충분한지에 대한 것이다.


6. Research Question(연구 질문):

가장 어려웠던 파트다. 솔직히 말해서,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동기들은 프로젝트가 끝날 때쯤에, 혹은 논문을 쓰는 중간, 혹은 거의 다 쓸때쯤에야 비로소 내 프로젝트가 어떤 질문에 답할 수 있는지를 깨닫게 된다. 최악의 경우 논문을 다 쓰고나서야 초반의 연구질문에 어떤 결론도 내놓지 못했다는것을 깨닫는다.


연구 질문은 너무 광범위해서는 안 되며, 명확하고 실현 가능해야 한다. 그 질문을 통해 구체적인 결론이나 통찰을 도출할 수 있어야 한다


솔직히 지금 돌아보면 내 연구질문도 명확하게 좁혀진건 아니었다. 그래서 그런지 목차를 짜는것도 꽤나 힘들었고, 약간방향성이 벗어난 다른 연구를 추가하기도 했던 것 같다. 연구를 시작하기 전에 연구 질문을 명확히 설정하는 것은 논문의 방향을 잡는 데 있어 필수적이다.


너무 광범위한 질문은 연구의 진행을 방해할 수 있으니,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질문을 설정하여 연구가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진행되도록 해야 한다.


논문을 쓰는 일은 처음에는 두렵고 막막할 수 있지만, 일단 해보고 나니 자신의 작업을 스스로 맥락화하고 개념화 시키는 것에 엄청난 공부가 되었을 뿐더러, 앞으로의 작업방향에 대한 더 많은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다는것을 느꼈다.


이런 과정에서 얻는 성장과 성취감은 엄청난 것이었다. (비록 논문작성 후 너무 부끄러워 한동안 학교 도서관에서 내 논문을 훔쳐 세상에서 없애버리는 상상을 했지만)

무엇보다, 평범한 나도 했으니 당신도 할수있다는 믿음을 가지길 바란다.



도움이 될 링크


논문쓰기 https://owl.snu.ac.kr/2465/

미술 분야 논문 작성법(실기형) https://www.spacechoi.com/blank-24

https://brunch.co.kr/@4b89423270284d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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