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HR

by BubbleShare HR

스타트업에서 HR은 단순히 사람을 관리하는 역할로 정의하기 어렵다. 사람을 관리하는 게 아니라, 아직 완성되지 않은 조직을 사람으로 완성해 가는 일이기 때문이다. 스타트업 HR은 늘 불완전한 상태에서 출발한다.

보상 체계도, 평가 제도도, 직무 정의도 계속 바뀐다. 성장 속도는 빠른데, 기준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 이 상황에서 HR이 일을 잘한다는 말은 더 모호해진다. 누군가에게는 친절한 지원자 경험을 만든 사람이었을 것이고, 누군가에게는 갑작스러운 제도 변경을 설명한 관리자였을 것이다.


그렇다면 스타트업에서 HR이 일을 잘한다는 건 무엇일까.

스타트업에서 HR의 일은 숫자로 잘 보이지 않는다.
매출처럼 즉각적인 성과로 드러나지도 않고, 조직이 잘 돌아갈 때는 오히려 존재감이 희미하다. 하지만 HR이 흔들리면 조직은 생각보다 빠르게 균열이 난다. 채용 한 번의 실패가 팀 전체의 속도를 늦추고 애매한 보상 기준 하나가 핵심 인재의 이탈로 이어진다. 퇴사 절차가 정리되지 않으면 감정이 분쟁이 되고 그 분쟁은 다음 채용의 평판 리스크가 된다.


대기업에서는 시스템이 사람을 보완한다. 하지만 스타트업에서는 시스템이 완성되기 전까지 사람이 시스템을 대신한다. 그래서 스타트업 HR의 본질은 사람을 잘 대해주는 것이 아니라, 사람 때문에 회사가 무너지지 않도록 최소한의 구조를 먼저 세우는 일이다.


내가 생각하는 스타트업 HR의 역할은 두 가지다.

첫째, 회사 입장에서의 방어선이다.
인건비가 통제되고, 급격한 채용이 재무 리스크로 번지지 않게 하고, 노무 리스크가 대표 개인의 문제로 확대되지 않도록 정리하는 것. 즉, 성장 속도 안에서 비용과 위험을 관리하는 장치가 되는 일이다.

둘째, 직원 입장에서의 설명 가능성이다. 모든 결정을 직원에게 유리하게 만들 수는 없다. 그러나 최소한 기준은 일관되어야 한다. 평가가 달라지더라도 이유는 설명 가능해야 한다. 결과가 불리해도 “이 회사는 이런 원칙으로 움직이는구나” 하고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스타트업에서 HR은 종종 “회사 편”이라는 오해를 받는다. 하지만 실제로는 회사가 무너지지 않아야 직원도 보호된다. 재무적으로 버티지 못하는 구조, 기준이 없는 의사결정, 감정으로 움직이는 보상은 단기적으로는 유연해 보일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모두에게 손실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스타트업에서 신뢰받는 HR은 항상 직원에게 유리한 결정을 내리는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급하게 바꾸지 않고, 예외를 남발하지 않고, 성장 속도 속에서도 기준을 남겨두는 사람이다.

회사와 직원의 균형을 잡는 일. 그 균형이 급성장 속에서도 무너지지 않게 유지하는 일. 그것이 스타트업 HR의 일이다.


HR이 일을 잘한다는 건 모두에게 사랑받는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다. 조직이 흔들릴 때 먼저 정리하고, 사람이 떠나도 구조가 무너지지 않게 만들고, 남아 있는 사람들이 최소한의 신뢰를 유지하도록 설계하는 것.


스타트업 HR은 사람을 관리하는 직무가 아니다. 회사가 감당할 수 있는 방식으로 사람을 성장시키는 구조를 만드는 일이다. 그 구조가 보이지 않게 작동할 때, 그때 비로소 HR은 일을 잘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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