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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옹달샘 Feb 01. 2023

송이와 고양이와 돌고래


네모난 창 톡톡 몇 번 두드려 배송된 9900원

송이버섯 키우기 키트를 탁자 위에 올려두고

험준한 산에서 자란다는 송이를 떠올린다     


휘몰아치는 비바람 속에서 생명을 틔우고

차가운 새벽과 한낮의 뜨거운 혼돈을 견디며

우뚝한 솔향 밑에서 수줍은 얼굴을 드러내는 송이와

물만 뿌려주면 5cm 주둥이에서 복작복작 살이 오르는 송이     


살찐 고양이 한 마리가 기지개를 켜고 탁자 위로 뛰어오른다

그의 꿈은 냉장고 위에서 아침마다 넘겨보는 유리창 너머에 있다     


TV 브라운관 속에서 10m 수조에 갇힌 돌고래가 날아오른다

100km의 바다를 누비며 파닥거리는 물고기 10kg을 먹어치우던

추억은 날아오르지 못하고 던져주는 먹이를 받기 위해 날아오른다     


냉장고 속에 쌓인 날 것들이 나를 살찌우는 동안

나는 내가 잃은 것들에 대해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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