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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옹달샘 Feb 01. 2023

꿈꾸는 메주

  

  그래요 저는 지금 모나고 역한 냄새를 풍기는 메주입니다 사람들은 저를 가까이하려 하지 않습니다 저에게도 작고 동그랗게 반짝이던 시절이 있었다는 걸 기억하지 않습니다 나는 왜 메주일까 메주가 아니었음 내 삶이 어땠을까 생각해 보곤 합니다 화려한 외모와 향긋한 냄새로 뭇사람들을 사로잡는 친구들이 얼마나 많은 세상인가요 그러나 저는 메주로 태어났습니다 며칠 동안 저는 볏짚에 묶여 마루 위에 매달려 있었습니다 따가운 햇볕에 얼굴에 허연 버짐이 피어나고 피부는 쩍쩍 갈라졌습니다 점점 더 볼품없어지는 모습에 기운이 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저를 귀히 여기는 한 분을 만났습니다 그분은 주름진 손으로 허옇게 얼룩진 얼굴을 닦아주셨습니다 깊어지라 항아리에 넣어주시고 낮아지라 짭짤한 물을 부어주십니다 고추와 숯을 넣어 더불어 살라 하십니다 다시 태어날 때까지 기다리라 하십니다 캄캄한 어둠 속에서 저는 조금씩 낮아지고 깊어지는 법을 배웁니다 저를 어루만지던 주름진 손을 떠올려봅니다 그리고 꿈을 꿉니다 저를 귀히 여기는 분에게 오래도록 질리지 않을 저만의 깊은 맛을 드리는 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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