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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옹달샘 Jan 27. 2023

어이없는 놈이 되자

김개미 동시집 <어이없는 놈> 

김개미 시/ 오정택 그림/ 문학동네


  동시작가답게 이름부터 발랄 유쾌하다. 김개미라니. 남자인 줄 알았다. 설마 본명은 아닐 것이라 짐작했고 여자시인은 아니겠지 싶었다. 여자는 천생 여자스럽게 이름을 지을 것이란 나의 부족한 성감수성 때문일 것이다. 시인은 시처럼 장난기 가득한 얼굴을 하고 있는 여자였다. 얼굴과 시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이 발랄함 좋다. 


  이 동시집을 읽으면서 하나의 동시집은 동시 작가와 그림 작가의 멋진 콜라보로 비로소 작품이 된다는 것을 알았다. 오정택 작가의 그림은 김개미 시인의 유쾌한 상상력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마력을 지녔다. 


  이제 우리가 일상에서 흔하게 만나는 장면이 시인의 눈을 통과하면서 어떻게 시가 되는지 살펴보자. 





침이 마른다


왕소금을 씹어 먹은 것처럼

바짝바짝 입이 마른다

가슴에서 물고기가 튀어나올 것처럼

심장이 팔딱거린다


대체,

숙제 같이 하자는 말이 뭐라고

나는 한 움큼 땀을 쥐고

발가락만 꼼지락거리나



  이런 발랄한 비유라니. 가슴에서 물고기가 튀어나올 것처럼 심장이 팔닥거린단다. 혼자 누군가를 좋아했을 때의 감정을 떠올려본다. 내가 좋아하는 누군가가 내게 먼저 말 걸어줄 때 그 콩닥거리던 순간으로 다시 돌아가본다. 무뎌진 마음이 잠시 콩닥거린다. 



웅덩이


나한테 침과 담배꽁초

들끓는 모기떼뿐이라고?


얼굴 말고 가슴을 봐

난, 별을 껴안고 있어



  시인은 침과 담배꽁초, 들끓는 모기떼만 보이는 더러운 웅덩이에서 별을 볼 줄 아는 사람, 웅덩이에서 더러운 것들만 보고 지나치는 우리에게 얼굴이 아닌 가슴을 보라고 한다.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고 더 깊이 들여다보라고 한다. 사람도 그렇게 깊이 들여다보라고 한다. 외모지상주의가 난무하고 부와 학벌, 지위를 두고 위아래로 줄을 세우는 병든 사회에 한 편의 시가 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라고 한다. 




덜 잠긴 수도꼭지


수도꼭지가

물방울 손가락으로 

대야를 건드리니까


물 위에서 자던

햇살 메뚜기들이

잠이 깨어

튀어오른다



  덜 잠긴 수도꼭지에서 똑똑 떨어지는 물방울들이 시인과 만나 콕콕 대야를 건드리는 손가락이 되었다. 대야의 수면은 물방울 손가락을 만나 잠이 깬 햇살 메뚜기가 되어 톡톡 튀어 오른단다. 물방울 손가락, 햇살 메뚜기를 몇 번 되뇌어본다. 덜 잠긴 수도꼭지를 보면 꼭 잠글 줄만 아는 내 딱딱한 뇌가 말캉말캉 풀어지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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