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상 근무의 시작
나는 원치 않았던 삶의 장, 3년 6개월의 해상생활을 마치고 인천항에 도착했다.
그날의 공기는 유난히 무거웠다.
학창시절의 갈등, 아픈 연애의 기억, 그리고 앞날에 대한 불안한 예감이 한꺼번에 몰려와, 그 모든 세월이 마치 감옥 속의 시간처럼 느껴졌다.
배가 부두에 접안하자 나는 인사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 채 “퇴직하겠습니다”라는 말만 남기고 총알같이 배를 내려왔다.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그만큼 나는 현실에 적응하지 못했고, 바다와의 인연을 단호히 끊고 싶었다.
인수인계를 받아야 할 사람은 대학 시절 같은 과 친구였다.
4년 만에 마주한 반가운 얼굴이었지만, 그마저도 바라볼 여유가 없었다.
서류 몇 장으로 인계인수를 마치고 곧장 배를 내려온 나는 그 순간의 선택이 얼마나 절박한 몸부림이었는지, 지금도 그날의 항구를 떠올리면 마음이 저릿해진다.
그렇게 나의 선상생활은 끝이 났다.
그리고 나는 그날 이후, “다시는 바다 쪽으로 오줌도 누지 않겠다.”
라는 극단적인 다짐을 했다.
육상에서의 새로운 삶을 찾고 싶었다.
그래서 선택한 곳이 바로 건설회사였다.
비록 내가 전공한 해양기관학과는 전혀 다른 분야였지만, 건설 현장의 냄새는 나에게 이상하게 안정감을 주었다.
토목, 건축, 플랜트가 주를 이루는 회사였지만 나는 해상과 관련된 준설공사와 준설선 관리 업무를 맡게 되었다.
비록 급여는 해상생활의 절반 수준이었지만, “육지 위에 서 있다”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 내 마음은 오랜만에 평온을 느꼈다.
첫 발령지는 부산공장이었다.
준설공사에 필요한 송토관류를 제작하고, 준설선의 부속선인 예인선과 바지선을 신조하고 수리하는 일들.
내가 그토록 미워했던 바다의 일들이었지만, 이제는 그 바다를 ‘멀리서 바라보는 일’이었기에 도리어 위안이 되었다.
그렇게 나는 천천히 육상근무의 첫 발자국을 내딛었다.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큰 어려움 없이 1년이 지나자, 다음 해에는 서울 본사로 발령이 났다.
부산의 바다를 떠나 회색빛 도심 속으로 들어가는 그 순간, 나는 새롭게 다짐했다.
“이제는 인생의 목표를 세워야 한다.”
바다는 나에게 인내를 가르쳐 주었고, 육지는 나에게 방향을 묻고 있었다.
떠밀리듯 시작된 해상생활은 나를 시험대에 올려놓았지만, 그 시간은 결코 헛되지 않았다.
그 시련 위에 이제 새로운 인생의 지도를 그리고 싶었다.
비로소, ‘나의 길’을 스스로 만들어야 할 때가 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