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를 세운 후의 변화
서울 본사로 발령이 났을 때, 처음으로 ‘내가 이제 진짜 사회인이 되었구나’ 하는 실감이 들었다.
부산의 바닷바람 대신 매연이 가득한 도심의 공기를 마시며 왠지 모를 어색한 설렘과 긴장감이 함께 스며들었다.
회사 건물의 유리벽에 비친 내 모습은 한때 바다 위에서 고독과 싸우던 청년이 아니라, 이제는 책임감이라는 단단한 옷을 걸친 사회인이 되어 있었다.
그러나 낯선 환경은 언제나 또 다른 갈등을 동반했다.
상사의 지시와 부하직원의 불만 사이에서 나 자신이 어떤 존재로 살아야 할지 종종 혼란스러웠다.
때로는 감정보다는 이성이, 이성보다는 인간적인 따뜻함이 더 필요한 순간이 많았다.
그때마다 나는 마음속으로 다짐하곤 했다.
“지식보다 중요한 건, 마음을 이해하는 능력이다.”
육상근무의 생활은 해상생활과는 전혀 달랐다.
정해진 시간, 정해진 공간 속에서의 규칙적인 삶.
처음에는 안정감이 좋았지만, 어느 날 문득 ‘나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하는 질문이 또다시 나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안정 속에서도 인간은 늘 불안을 느끼는 법이다.
서울 생활 2년 차가 되던 해, 나는 인생의 방향을 다시 한 번 점검해 보기로 했다.
그동안의 삶은 ‘도망’이었다.
바다로부터의 도망, 아버지로부터의 도망, 그리고 내 내면의 상처로부터의 도망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도망치는 인생이 아니라, 내가 가고 싶은 길을 찾아 나서야 할 때라고 생각했다.
그 무렵, 나는 매일 아침 회사로 출근하기 전에 잠깐의 시간을 내어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그 일기장은 어느새 나만의 ‘목표 일기’가 되었다.
오늘 해야 할 일, 이달 안에 이루고 싶은 일, 그리고 먼 훗날의 나에게 하고 싶은 말들을 적었다.
짧은 문장이었지만, 그 속에는 “지금보다 조금 더 나은 나로 살자”는 간절한 바람이 담겨 있었다.
목표를 세운다는 것은 단순히 계획을 세운다는 뜻이 아니었다.
그건 나 자신과의 약속이었다.
비록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할 때도 많았지만, 그 약속 덕분에 나는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그 약속이 있었기에, 아무리 힘든 하루도 의미 없는 하루로 끝나지 않았다.
이제 나는 안다.
인생의 목표는 크거나 거창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그저 매일 조금씩, 어제보다 나은 내가 되려는 마음이면 충분하다는 것을.
육상에서의 삶은 나에게 그 단순한 진리를 가르쳐 주었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다짐한다.
“내가 가야 할 길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지금의 걸음이, 내 인생의 새로운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