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화) 금강의 물결 위에서 금강보 공사를 수행하며

by 전병근

금강의 물결 위에서 금강보 공사를 수행하며


삶의 어느 한 시기는 유난히 무겁게 다가온다.

금강보 공사를 맡았던 그 해 여름, 나에게는 그랬다.

4대강 사업의 마지막 구간이라 모두의 눈이 집중되어 있었고, 공기는 짧고, 정치적 상황은 팽팽했다. 발주처인 대전국토관리청은 장마철이 오기 전에 수문 설치를 마치라고 독촉했지만, 강의 흐름을 막는 토목 공정이 지연되어 계획은 자꾸 어긋났다. 우리 팀이 맡은 수문 제작은 이미 완벽히 끝나 있었지만, 현장 여건은 그 완벽함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결국 장마철에 진입했다.

매일같이 흐려지는 하늘을 보며, 나는 마음 한켠이 불안하게 일렁였다.

그 불안은 며칠 뒤, 대전국토관리청 청장의 호출로 현실이 되었다. SK건설 소장과 함께 청장실에 불려갔을 때, 그는 짧은 인사 후 곧장 본론으로 들어갔다.

“장마가 오면 수문이 떠내려갈 겁니다. 지금이라도 잘라서 밖으로 빼내시오.”

그 말은 내 가슴을 서늘하게 식혀버렸다.

이미 현장에서 완벽히 조립된 수문을 다시 절단한다는 건, 품질의 생명을 포기한다는 뜻이었다. 나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그건 불가능합니다. 자르면 다시는 원상복구할 수 없습니다. 대신 강바닥에 파일을 박아 단단히 고정시키겠습니다.”


청장은 얼굴이 붉어졌다.

“방송에 비치면 큰일납니다. 파일 박는 장면이 나가면 또 정치적 문제요!”

그의 분노는 이해했지만, 나는 한 치도 물러설 수 없었다. 품질을 지키지 못한 건설은 결국 나의 이름을 무너뜨리는 일과 다르지 않았다.

결국 나는 끝까지 주장했고, 내 의견이 받아들여졌다.

그날 밤, 공사장은 무겁게 내려앉은 어둠 속에서도 용접 불빛이 반짝였다.

나는 강언덕 위에서 그 불빛을 오래도록 지켜보았다.

며칠 후, 장마가 시작되었다.

억수같은 비가 쏟아지고, 강은 순식간에 흙탕물로 뒤덮였다.

가물막이는 속절없이 무너져 내렸고, 나는 강가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며 숨을 죽였다.

혹시라도 수문이 떠내려가면, 그 모든 책임은 나에게 돌아올 터였다.

비바람 속에서도 나는 매일같이 현장을 찾아, 물살에 흔들리는 강을 향해 조용히 기도했다.

며칠이 지나고 장마가 걷혔을 때, 수문은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하지만 그 모습은 참혹했다.

흙탕물에 뒤덮이고, 철판은 긁히고 도장은 벗겨져 있었다.

마치 긴 싸움을 버티고 살아남은 전사의 상처 같았다.

복구 과정은 더 험난했다.

발주처는 추가 비용을 줄 수 없다며 공사 재개를 요구했고, 나는 결국 현장 철수를 선언했다.

“서면으로 보장되지 않는다면, 다시는 못합니다.”

그때의 나는 이미 벼랑 끝에 서 있었다.

하지만 그 벼랑 끝에서조차, 옳다고 믿은 일을 굽히지 않았다.

며칠 뒤, SK건설 소장이 서류 한 장을 내밀었다.

“추가비용 지급, 확약합니다.”

그제야 나는 다시 작업을 재개했다.

보수된 수문은 완벽하게 제 자리를 지켰고, 마침내 공사는 성공적으로 마무리 되었다.

그 후, 이 현장은 흑자 공사로 기록되었다.

입찰 당시의 불리한 조건 속에서도, 나는 설계변경의 가능성을 미리 읽어냈고, 그 예측이 적중했다.

현장은 ‘신공법 우수현장’으로 선정되었으며, 나는 청장의 추천으로 국무총리 표창까지 받았다.

모든 게 끝난 후에도 그 강의 흐름은 내 마음에 남았다.

비바람 속에서 흔들리던 수문처럼, 나 역시 두려움과 책임감 사이에서 흔들렸다.

그러나 그 흔들림 끝에서 나는 배웠다.

진정한 기술자는 손이 아닌 ‘신념’으로 일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지금도 금강을 지날 때면, 강물 위로 반사된 햇살 속에 그때의 수문이 떠오른다.

온몸으로 버텨낸 철의 구조물, 그리고 그 속에 깃든 나의 한 시절의 고집과 열정이 함께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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