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 아라뱃길 갑문 공사를 수행하다
4대강 사업의 수문 공사들은 늘 시간에 쫓겼고, 현장 여건도 녹록치 않았다. 그러나 제작과 설치는 기술적으로 그리 어려운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경인 아라뱃길 갑문 공사는 달랐다. 설계도면을 펼쳐놓는 순간부터, 나는 알 수 없는 긴장감에 사로잡혔다. “이건 쉽지 않겠구나.” 철로 된 구조물이라면 누구보다 자신 있었지만, 갑문은 내게 미지의 세계였다.
입찰 전 이해도를 넓히기 위해 인천항 갑문을 찾아갔다. 월미도 동쪽, 바닷바람이 차가운 겨울 아침이었다. 외항선이 천천히 들어오고, 갑문이 열리고 닫히는 광경을 바라보았다. 묵직한 철의 움직임 속에 사람의 기술과 자연의 힘이 공존하고 있었다. 하지만 해수면 아래의 구조는 끝내 볼 수 없었다.
나는 그날, 바다 냄새와 함께 긴 여운을 품고 돌아왔다.
회사로 돌아온 뒤 우리는 도면을 펼쳐놓고 밤을 새웠다. 발주처의 설계는 현장 조립 중심이었고, 이는 원가 절감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나는 생각을 달리했다. “현장에서의 일을 줄이고, 공장에서 최대한 완성도를 높이자.”
과거 인천대교와 영종대교, 조선소 블록 공사에서 해상 운송의 노하우를 쌓은 우리는 자신 있었다. 해상운송이 가능한 안벽과 대형 장비를 이미 보유하고 있었기에, 승산이 있었다.
결국 우리는 현장 설치 공정을 최소화하는 제작·운송 방식을 제안했고, 그 전략이 주효했다. “나를 알고 적을 알면 백전백승이다.” 그 말처럼, 우리는 당당히 수주를 따냈다.
공사는 예상대로 녹록지 않았다. 갑문은 단순한 철 구조물이 아니라, 거대한 물살을 견디는 생명체와도 같았다. 오차 하나, 용접선의 미세한 틀어짐 하나가 전체 구조에 영향을 미칠 수 있었다.
현장소장을 비롯한 팀원들은 모두 베테랑이었지만, 긴장감은 매일이 새로웠다. 나는 현장보다 공장에 머무는 시간이 더 많았다. 거대한 철판 위로 불꽃이 튀고, 용접공의 이마에서 떨어지는 땀이 번쩍이는 순간마다, 마음속에서는 묘한 감정이 일었다. 두려움과 기대, 그리고 책임감이었다.
공장에서 완성된 대형 구조물은 바다로 나갈 준비를 마쳤다. 트랜스포터로 안벽까지 이동하고, 만조 때를 맞춰 바지선에 실었다. 거대한 철의 덩어리가 파도 위로 떠오르는 그 장면은, 마치 생명이 깃드는 듯한 경이로움이 있었다. 예인선이 천천히 떠나며 갑문을 향해 나아갔다. 긴장 속에서도 우리는 서로의 눈빛으로 무언의 격려를 주고 받았다.
“가라, 그리고 무사히 설치되어라.” 마음속으로 그렇게 기도했다.
하지만 공사라는 것은 언제나 변수의 연속이었다.
2월의 어느 새벽, 현장으로 이동해 대기 중이던 대형 제작품이 기울기 시작했다. 얼었던 지반이 녹으면서 받침대가 약간 밀린 것이다. 하마터면 수백 톤짜리 철구조물이 쓰러질 뻔한 순간이었다. 보고를 받은 나는 숨이 턱 막혔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기를…’
현장에 도착하니 새벽 공기가 매서웠다. 하얗게 김이 서리는 그 순간, 다행히 큰 사고 없이 조치가 완료되었다. 그때 느낀 안도감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기술보다 중요한 것은 늘 ‘사람의 눈과 마음’이라는 사실을 다시 깨달았다.
그 후로도 크고 작은 어려움은 많았다. 파도와 바람, 조수의 간만, 예측할 수 없는 자연의 변덕까지. 그러나 우리의 손끝은 흔들리지 않았다. 거대한 철문이 제자리를 찾고, 첫 시험 작동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던 날, 모두가 숨을 죽였다가 터져 나오는 박수는 대단했다. 그 소리는 단순한 환호가 아니라, 두려움을 견딘 자만이 내지를 수 있는 안도의 숨이었다.
그날 나는 생각했다.
“기술이란 결국 믿음이다. 스스로를 믿고, 동료를 믿고, 우리가 쌓아온 시간을 믿는 것.”
경인 아라뱃길 갑문은 지금도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거센 물살을 막고, 다시 열어 배들을 맞이한다. 그 문이 열리고 닫히는 순간마다, 나는 그 안에 내 청춘의 한 조각이 함께 움직이고 있음을 느낀다.
돌이켜보면, 공사는 단지 구조물을 세우는 일이 아니었다. 그것은 사람을 세우는 과정이었다. 수많은 두려움과 실패의 그림자를 넘어, 다시 일어서게 한 것은 결국 사람의 용기와 팀의 신뢰였다.
나는 지금도 그 바닷가를 지나며 그날의 철 냄새를 떠올린다.
그리고 조용히 되뇌인다.
“목표를 정하면, 끝까지 나아가라. 그 길 끝에는 반드시 배움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