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사업을 하면서
외로움과 시대의 벽을 지나
송충이는 솔잎을 먹고 살아야 한다 했던가. 오래도록 건설회사에서 일을 해 온 터라, 결국 나도 다시 건설로 돌아왔다. 대형 공사만 맡아오다가 소규모 건축사업을 직접 챙기기 시작했을 때, 처음엔 익숙함이 나를 안심시켰다. 설계에서 준공까지, 모든 과정은 한때 내 삶의 호흡과도 같았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이름값 있는 회사의 보호막 없이, 모든 선택과 책임이 온전히 ‘나’에게 달려 있었다.
수십 년간의 경험 덕분에 적응하는 건 어렵지 않았지만, 건축은 늘 ‘때’를 타는 사업이었다. 경기의 흐름, 정책의 바람, 사회 분위기까지 모든 것이 얽혀 건물이 세워지고 허물어졌다. 시행사로만 참여할 것인지, 직접 시공할 것인지부터가 고민의 시작이었다. 면허, 법규, 규제… 종잣돈을 지키려면 정석으로 가야 했고, 정석은 언제나 가장 먼 길이었다.
결국 나는 종합건설 면허를 보유한 회사에 몸을 담아, 그 울타리 안에서 나의 건축사업을 병행하는 길을 선택했다. 원가를 아끼기 위해 하도급 대신 품을 쪼개야 했고, 작은 공사판에서 만나는 작업반장 하나하나를 챙겨야 했다. 매일 새벽 현장에 서면, 콘크리트 냄새와 먼지 속에서 이상하게도 ‘살아 있음’을 느끼곤 했다. 그러나 정작 더 무거웠던 것은, 일을 마치고 돌아와 혼자 마주해야 하는 적막함이었다. 대기업의 견고한 시스템 속에서는 느낄 수 없던 고독이었다.
초반에는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 준공만 되면 바로 매매가 이루어졌고, 예상보다 높은 수익이 나왔다. 그때의 나는 세상 흐름쯤은 스스로 읽을 수 있다고, 작은 자신감을 넘어선 어떤 ‘착각’까지도 품었던 것 같다.
하지만 바람은 언제나 갑자기 꺾인다.
세계 경기의 불황이 닥치고, 나라 안팎으로 정책의 파도가 몰아치기 시작했다. 부동산 시장은 들쑥날쑥했고, 법규는 갈피를 잡지 못한 채 하루가 멀다 하고 바뀌었다. 아파트는 하늘로 치솟는데, 내가 지은 건물들은 점점 설 곳을 잃어갔다. 규제는 규제를 낳았고, 그 규제 사이에 틈을 찾아 헤매는 사람들만 늘어났다. 사회 곳곳에서 뒤틀린 꽃들이 어지럽게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전세 사기 사건들이 전국을 뒤흔들었을 때, 사람들은 손쉽게 ‘건축업자’와 ‘임대인’을 범인으로 몰았다. 물론 잘못을 저지른 이들이 있었지만, 나는 그것이 단순히 개인의 일탈만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제도와 현실이 엇갈리고, 시장과 규제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할 때 생기는 균열… 그 틈으로 가장 먼저 떨어지는 건 늘 약자였다. 그리고 약자가 무너지면, 사회는 더 깊은 곳에서 흔들렸다.
사업을 이어갈수록 나는 점점 더 시대와 싸우는 기분이 들었다. 정치가 바뀌면 삶의 방향까지 바뀌어야 하고, 오늘의 법이 내일의 발목을 잡는 날도 있었다. 마치 하루 사이에도 계절이 바뀌는 나라에 서 있는 듯한 불안함이었다.
더 이상은 버틸 수 없다는 판단이 들었을 때, 나는 조용히 일을 접었다.
건축은 손에서 떠났지만, 그 사이에 남은 한 가지는 있다.
세상은 늘 흔들리고 변하지만, 그 흔들림 속에서도 스스로 무너지지 않을 중심을 찾아야 한다는 것.
사업은 끝났지만, 나는 그 과정에서 단단해졌고, 세상을 읽는 눈도 조금은 성숙해졌다. 아니, 어쩌면 늦은 나이에 다시 시작된 또 다른 공부였는지도 모른다.
건축은 끝났지만, 삶의 기초공사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