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세가 넘어서도 부지런히 한국어 공부하는 T상
T상은 정년 퇴직 후 현재 특수 학교에서 강사로 근무하고 있다.
특수 학교라서 움직임이 자유롭지 않은 학생들을 상대로 자세 교정 등의 수업을 진행한다.
일 주일에 이틀 근무인데 5시간 수업이 있는 날은 파김치가 된다고 하신다.
파김치라는 말을 아신다.
한국에 대한 관심이 많아서 한국 기사를 많이 보시고 그 내용을 수업 시간에 말씀하신다.
오늘은 영화 미나리에 대해 이야기하셨다.
미나리는 일본에서도 개봉했지만, 개봉 당시 보지 못했다가 최근 작은 영화관에서 보셨다고 한다.
"전에 선생님이 말씀하셨던 ‘미나리’라는 영화를 봤습니다."
"지금 영화관에서 볼 수 있나요?"
"네, 동네 근처에 있는 작은 영화관입니다."
"재미있으셨나요?"
"상냥한 영화라고 생각했습니다."
야사시이(優しい)라는 말은 일본어에서 다양하게 사용되는 것 같다. 사람 성격을 표현할 때 주로 쓰지만, 사물에도 쓸 수 있는 거 같다.
"상냥한 영화라는 말은 한국에서는 쓰지 않아요.
상냥하다는 말은 사람의 성격을 나타낼 때만 써요.
따뜻한 영화, 잔잔한(穏やかな) 감동이 있는 영화 그렇게 말하시면 될 거 같아요."
"아 그렇습니까? 잘 알겠습니다."
미리 한국어로 하고 싶은 말을 다 적어 놓고 보면서 말씀하셨다. 한국어 수업에서 하고 싶은 말을 잘 하기 위해서 미리 예습을 열심히 하신다.
"미나리는 따뜻한 영화입니다.
실패의 연속으로 끝나면 보는 사람이 괴롭고, 성공으로 끝나면 현실적이지 않습니다.
영화는 가족의 결속을 보여 주며 끝났습니다.
‘미나리’는 미국에서 만든 영화이지만, 가족의 결속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역시 한국 영화라고 생각했습니다. ‘기생충’이라는 영화도 가족의 결속이 잘 나타납니다.
일본의 '훔친가족'이라는 영화가 있는데 그 영화에는 가족의 붕괴를 보여줍니다. '미나리'와는 대조적입니다."
"훔친 가족이요? 그런 영화가 있나요?"
"2018년 칸느에서 상받은 영화입니다. 만비키 가조쿠"
만비키는 가게에서 물건을 사는 척하다가 슬쩍 흠치는 행동을 말한다. 그래서 훔친 가족이라고 하신 거 같다.
"훔친 가족은 이상하네요. 도둑 가족이 더 좋을까요? 하지만 도둑 가족도 적당하지는 않은 것 같아요.
만비키라는 일본어를 번역할 말이 떠오르지 않네요."
"네? 한국에는 만비키라는 범죄가 없습니까?"
"아니요, 있지만 그것만을 가리키는 말이 따로 없어요."
"그렇군요. 그럼 계속 말하겠습니다.
일본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만비키 가족(어느 가족)’이라는 영화는 가족의 붕괴를 보여줍니다. 한국 영화들과 대조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만비키가족’은 2018 칸느상을 받았습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세계적으로 유명하고 일본을 대표하는 사람이지만, 일본의 어두운 면을 영화에서 보여주어서 반일이라고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영화는 저도 좋아합니다. 만비키 가족도 한번 보고 싶습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는 나도 좋아하는 영화이다.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奇跡’, ‘태풍이 지나가고 海よりもまだ深く’를 재미있게 보았다.
만비키 가족은 한국에서도 상영되었는데 모르고 있었나 보다. ‘어느 가족’이라는 제목으로 상영되었다. 적절한 이름이 없어서 이렇게 번역한 거 같다.
수업이 끝나고 찾아보니 만비키(万引き)와 가장 유사한 한국어로 ‘들치기’나 '날치기'라는 말이 있었다. 들치기, 날치기 원래 알던 말인데 요즘 쓰나? 날치기는 날치기 통과 이럴 때만 주로 쓰는 거 같은데....
여튼, 한국어 가르치면서 한국어 공부를 새롭게 한다.
들치기
남의 눈을 속여 날쌔게 물건을 훔쳐 들어내 감. 또는 그렇게 하는 사람.
날치기
1. 남의 물건을 잽싸게 채어 달아나는 짓.
2. 남의 물건을 잽싸게 채어 달아나는 도둑.
3. 법안을 가결할 수 있는 의원 정족수 이상을 확보한 당에서 법안을 자기들끼리 일방적으로 통과시키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