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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왕초보 강연자입니다. (1편)

좋아하는 일? 잘하는 일?

by 여행가 박진호

어느 날 정말 좋은 기회로 모교에서 졸업생분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진행한 적이 있다. 5명의 강연자가 초대되어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이라는 프로그램과 유사한 방식으로 한 강연자에게 20분 정도의 시간이 주어졌고 그동안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높은 강연료와 함께 강연 섭외가 들어왔을 때 '나에게도 이런 좋은 기회가 오는구나!'싶어 기쁜 나머지 덜컥 강연을 하겠다고 수락해 버렸지만, 시간이 지나고 강연문을 쓰다 보니 나같이 아직 성공하지도 못한 사람이 무슨 말로 학생들에게 동기부여를 주지? 하는 생각에 점점 두려움이 몰려왔다. 나는 맨날 회사에서 지적을 듣는 일 못하는 사회 초년생이었고, 그저 이른 취업을 했다는 것 외에는 무엇 하나 내세울 거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별과제로 시장 상도 받고~


그래도 이미 수락해 버린 일정이었고 회사에 일정조정 요청까지 드려둔 마당에 차마 학교 측에 못 하겠다고 말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무엇보다도 내가 은사님처럼 생각하고 따르는 교수님께서 나를 추천해 준 것이었기에 더더욱 그럴 수 없었다. 그래서 잘할 거라는 확신이 없었기에 퇴근 후 피곤함을 이겨내며 어떤 좋은 말들로 학생들을 위로해 줄 수 있을까, 어떤 말을 들려드려야 학생들에게 동기부여가 될까, 어떻게 하면 말을 잘할 수 있을까.. 고민하며 책도 읽고 고뇌도 하며 천천히 강연문을 써 내려갔다. 강연의 주된 주제는 '취업'이었다. 강연자를 위한 사전 질문지를 받아 보았는데, 그곳에 이런 질문이 있었다.

자랑은 아니지만.. 나름 상을 많이 받았던 대학 생활이었다.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 중 어떤 일을 선택하셨습니까?

선택에 대한 후회는 없으십니까?

학생들에게 추천한다면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 중 어떤 일을 추천하시겠습니까?"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을 적기까지 꼬박 일주일이 걸린 것 같다. 왜냐하면 나는 좋아하는 일을 선택한 적도, 잘하는 일을 선택한 적도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또한 선택에 대한 후회가 없다면 거짓말이었고 학생들에게 도저히 어떤 말로써 동기부여를 줘야 할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꼬박 한 시간 반을 넘게 고민하다가 책도 읽다가 결국 답을 적지 못 하고 시간이 늦어 일단 침대에 누워 잠을 청했다. 그리고 누워서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지금 나는 무얼 하며 살고 있는 가? 나는 왜 내가 하는 일을 좋아한다 말하지 못하는가? 여러 복잡한 생각에 사로잡혀 밤을 지새우다가 문득 이기주 작가님의 책에서 봤던 문구가 떠올랐다.

이기주 작가님의 기준에서 나는 너무나 한심한 아마추어였다. 흥미가 생기면 열심히 하고 흥미가 떨어지면 금세 지치는... 그래서 한 가지 결심했다. '지금 이 순간부터 내가 하는 일을 좋아하자' 그래도 내가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선택한 직업이고 내가 좋아하기에 충분히 가치가 있는 직업이었다. 그리고 프로가 되겠노라 결심했다. 단순 하루이틀로 좋아지지 않을 것이지만, 마음 가짐부터 고쳐보리라 결심했다. 마음 가짐을 고쳐먹고 지금부터라도 열심히 1년 그리고 2년 묵묵히 하다 보면 언젠가는 프로가 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려 했다.


고객 응대를 하며 더 웃어보려고 노력했고 더욱 내가 다니는 회사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일을 해보았다. 기분이 좋지 않아도 프로와 같은 자세로 꿋꿋하게 미소를 지으며 응대했다. 물론 아직도 프로가 되기에는 험난한 과정들이 많이 남아있고 정말이지 쉬운 일이 하나도 없다. 하지만, 일주일이 지난 시점에서 위의 질문에 대한 답변을 적을 수는 있었다.


"저는 제가 선택한 일을 좋아하는지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당연히 잘하지도 못합니다. 하지만, 좋아하게 될 가능성이 있으면서 잘할 가능성도 있어 보이는 직업을 선택했습니다. 선택에 후회가 없다면 거짓말이지만 다시 선택의 기로에 섰을 때, 저는 같은 선택을 하겠다는 확신이 있고 후배 여러분에게 좋아하는 일을 찾아서 열심히 하다 보면 잘하게 되고 돈을 좇지 않고 살다 보면 어느 센가 돈이 따라오고 있을 거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지금 보면 약간은 닭살이 돋는다..ㅎ 하지만, 확실한 것은 이 강연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나는 성장했고 '나'라는 사람을 돌아보게 되었다. 생각해 보면 내가 취업 시장의 문을 두드렸을 때 비교적 쉽게 취업이 됐다. 두 군데에서 합격 통보를 받았고 한 곳은 다른 한 곳보다 훨씬 높은 연봉을 제시하며 나를 유혹했다. 하지만 내가 선택한 곳은 비록 돈은 적게 받을지언정 내가 해보고 싶고 나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되는 곳이었다. 이곳에서 묵묵히 성장하다 보면 흔히들 말하는 '물질적 성공'은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를 따라오고 있을 거라는 확신을 가졌다. 세상 모든 성공한 사람들이 말하길 그들은 돈을 좇지 않게 된 순간부터, 내가 아닌 남을 위해서 일을 하기 시작한 순간부터, 삶이 풍요로워졌다고 한다.


그 말을 나도 신뢰하고 남을 위해 일해보려 한다. 그 첫 번째 단계가 바로 내가 맡은 강연이었다.

앞으로도 수도 없이 많은 기회가 우리를 기다릴 것이다. 저마다 다른 방식과 형태를 가지고 우리 삶의 문을 두드릴 텐데, 그 기회를 잡는 것은 오롯이 자신의 몫이기에 기회를 잡을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이런 깨달음을 얻게 되었으니 이제 학생들에게 하루빨리 이야기해 줘야겠다.


이번 졸업생 강연을 준비하며 나는 정말 많은 성장을 했다. 이제는 부담감이 아닌 기대감을 가지고 학생들을 만날 준비를 하는 중이다. 내가 그동안 책을 읽으며 얻은 지식을 총 동원하여 학생들에게 동기부여와 열정을 심어주고 싶다. 무엇보다도 우리 후배님들이 정말 진심으로 잘 됐으면 하는 마음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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