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혼자의 설날은 바쁘다

으악 설날이다

2024년 2월 9일 설날 전날이라 어머님 댁으로 향했다.

어머님댁은 부침개를 많이 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와 시누 남편 셋이 하면 후딱 끝난다.

물론 재료준비는 어머님께서 전날 다 해두셔서 우리는 부치기만 하면 된다.

잠이 많은 남편덕에 늘 기다리시는 어머님 아버님.

부침개 정리해 둔 걸 보고 어머님께서는 예쁘게 정리 잘했다며 좋아하셨다.

우리가 부치면서 먹은 게 더 많을 거다.

이상하게 전은 부치면서 먹는 게 더 맛있단 말이지.

시누의 예비남편이 시댁에 왔다.

식구가 하나 둘 늘어나다니 신기하다.

케이크와 과일을 사 오셔서 같이 먹고 윷놀이도 했다.

최종 우승자는 어머님과 아버님

따라갈 수가 없다. 휴

다음날 설날 당일

어머님표 떡 만둣국을 든든하게 먹고 점심때 우리는 친정으로 향했다.

“비의 요정이 나가십니다.” 아오

근데 정말 내가 움직이는 날을 기다려 비가 내리는 거 같았다.

어릴 때부터 이랬는데 너무 신기하다.

비보다는 돈이 나를 따라올 순 없을까 라는 터무니없는 생각을 했다.

점심과 저녁 어중간한 시간에 도착했는데 배가 고팠다.

엄마는 주꾸미를 넣어 볶음밥을 해주었다.

뚝딱 금방 한 건데도 맛은 꿀맛이다.

친정집으로 가려다 오랜만에 밖에서 고기 구워 먹고 싶어서 세종으로 갔다.

저녁파티 시작이다.

돼지고기는 기름이 많아 불이 크게 붙어 소고기를 구워 먹었다.

오랜만에 보는 친정식구들과 나란히 앉아 시간을 보내니 너무 좋다.

가깝게 살면 더 좋았을 텐데

그럼 보고싶을때마다 언제든 갈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빠가 손질해 둔 은행은 냉동실에 넣어놨었다.

그 결과 은행이 먹고 싶은 날 언제든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야채와 고기와 버섯들 그리고 묵은지까지 완벽한 한 상이다.

다음날 아침 아빠가 구워둔 고구마와 밤

고구마는 역시 쪄먹는 것보단 구워 먹는 게 최고야.

밤도 얼마나 달았는지 배불러서 아침은 따로 먹지 않고 바로 올라왔다.

시골집 근처엔 카페가 없다.

제일 처음 나온 휴게소에 들러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샀다.

명절은 차가 많아 오래 걸려서 커피가 필수다.

집에 와서 엄마 아빠가 챙겨준 음식들을 정리했다.

직접 농사지은 딸기 한 박스와 장독대에 있던 묵은지

아이스 박스엔 급할 때 끓여 먹을 밀키트와 주꾸미와 야채

들깨 키워 짜낸 들기름과 참치액젓 매실청까지

난 언제까지 받아오게 될까.

집에 잘 왔다는 연락과 함께 감사인사를 전했다.

그리고 자주 내려가겠다고

지키지 못할 약속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