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하면 엄마가 되는 줄 알았다

갑작스러운 임신

by 동그란감자


2025년 11월 28일

이사한 지 일주일 되던 날 남편과 퇴근길에 마실 소주와 맥주를 잔뜩 사고 집으로 향했다.

나는 원래 스트레스받으면 생리불순이 심했고 그게 임신일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술상 다 차려놓고 남편이랑 한잔 하기 전에 남편이 느낌상 임신인 거 같은데 테스트기 한 번만 해보면 안 돼? 하도 요구해서 아니라니까 애기 생기기가 쉬운 줄 알아 투덜거리며 테스트기를 했다.

결과는 너무나도 진한 두 줄



순간 머리가 멍 했다.

이사한다고 잠도 못 잤을뿐더러 뛰어다니기 바빴다.

임신하면 조심해야 한다고 하는데 그거도 모르고 계약서 작성하러 뛰고, 이사했다는 기념으로 술 먹고

다시 예전의 나로 돌아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라도 먹지 말아야지 다짐하고 아기에게 생각 못하고 행동해서 미안해 얘기해 줬다.


남편과 12월 1일에 당장 병원으로 향했고 이날 술파티는 남편 혼자 즐겼다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아 심장소리는 듣지 못했고 규칙적으로 뛰는지만 확인했다.

여태 술 먹었고 엽산도 제대로 먹지 않았으며 뛰어다녔어요 말씀드리니 이제부터 안 먹으면 되고 너무 걱정 말라고 하셔서 임신확인서도 받고 단축근무도 신청했다.

내가 임산부라니 감격에 벅차있었다.


단축근무 시행하고 바로 향한 곳은 보건소였다.

구리보건소는 아기손수건 2개와 다회용 장바구니 그 외 임신, 출산과 관련된 소식이 적힌 종이들을 주셨고 임산부 차량 스티커도 제공해 줬다.


운전 연습도 한참이었는데 안전을 위해 더 이상 하지는 않았다.


초기에는 유산율이 높아 조심해야 한다는 말을 하도 들어서 퇴근하고 오면 누워있기 바빴다.

입덧은 언제 할까 배는 언제 나올까 행복한 상상으로 가득하던 어느 날 불청객인 입덧이 시작되었다.


첫 입덧은 멀미로 시작했다.

지하철과 버스를 타고 출근하는데 속이 너무 좋지 않아 병원에 말씀드리니 그게 입덧이라고 하셨다.

드라마에서 본 음식 먹다가 헛구역질하는 그런 우아한 모습이 아니라 숙취에 시달리는듯한 이 느낌이 입덧이라니요..

입덧과 함께 미친듯한 졸음도 같이 찾아왔다.


남편을 기다리다가 소파에서 잠들기도 하고 회사에서도 시도 때도 없이 졸음이 쏟아져 잠을 깨려 일부러 걷기도 했다.



입덧약은 최대 4알을 복용해도 된다고 하셨다.

저녁 2알 아침, 점심 1알

최대치로 약을 먹어도 입덧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결국 수액을 맞기로 했다.

수액은 2시간 넘게 천천히 맞았다.

남편은 들어올 수 없다고 하여 환자대기실에서 기다렸고 나는 그사이 잠에 들었다.


엄마는 입덧을 10달 내내 하셨다고 했다.

그런데도 나와 동생 2명을 낳으셨고 우스갯소리로 엄마 닮지 마 입덧 너무 힘들었어하셨던 말이 떠올랐다.

막상 겪어보니 이 힘든걸 나보다 어린 나이에 어떻게 겪은 건지

그 당시에는 약도 없었다는데 도대체 어떻게 버틴 거야 하며 엄마생각에 울기도 많이 울었다.


엄마와 통화할 때면 이런저런 힘듦을 말하기 바빴고 엄마는 그럴 때마다 태어나봐 그런 거 다 잊혀

애기웃음에 온 가족이 웃고 그렇게 예쁜 모습 보면 둘째 생각도 나고 하더라 하셨다.

글쎄 아직은 와닿지 않지만 나와 남편을 닮은 아기는 어떻게 생겼을까 궁금해지기도 한다.


아빠는 엄마에게 요즘 애들 둘낳느라 얼마나 힘들었냐며 말씀하신다 했다. 엄마는 그 고생을 딸을 보고 이제 알아 으이그 하신다.

엄마아빠는 대전 나는 구리 시댁은 부천

어디 하나 가깝지가 않다. 그래서 먹고 싶은 게 생기면 시댁에 주로 얘기한다. 부천은 고속도로 타면 1시간이면 올 수 있기 때문에

어머님도 자주 여쭤보신다. 당기는 게 있으면 언제든 말하라고 퇴직하셔서 집에선 할 게 없으시다며

힘드실까 봐 말씀 안 드렸는데 요즘엔 생각나면 바로바로 말씀드린다.


남편도 요리를 잘 하지만 역시 엄마들의 손맛을 따라오진 못한다.


오늘도 두 엄마가 챙겨준 반찬을 먹으며 배를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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