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사람 마음을 알아보기 위한 개인적 연구

by 신세종

사람을 만나고 다루는 일을 하다 보니까 느끼는 건데

사람들은 자신의 감정을 그렇게 쉽게 읽히게 두지 않는 거 같아.

다들 자신의 감정을 어린아이가 숨바꼭질 하듯 다들 숨겨 두곤 하는 것 같아.


그래서 사람의 마음을 알아주는 것은 어려운 일인 것 같아.

나도 사람의 마음을 잘못 읽어서

오판하기도 하고 편견을 갖기도 하고 실수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이 과정이 너무 재미있기도 하고 또 어떤 도전 같아 보이기도 하고


그래서 그 감정을 발견하려고 애쓰지 않으면

거짓이 아닌 진짜 마음을 알기란 어려울 거야.


그래서 사람들이 말할 때

태도, 말투, 어감, 말의 속도, 말의 소재, 관심사,

복합적으로 연결되어서 하나의 화풍처럼 느껴지기도 해.


그래서 그것이 어떤 특정한 감정이다라고 구분하면.

이미 돗자리 깔고 돈 벌었겠지만

나는 아직도 그렇게 사람의 마음을 잘 이해하지는 못하니까


그래서 더 연구를 했던 거 같아.

내가 채울 수 없는 영역은 어쩔 수 없지만

적어도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는 영역은 내가 노력하면 채울 수 있는 영역이니까

이렇게 내가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영역은

무한의 영역이니까


요즘에는 특히나 내가 대화하는 이 사람에게 어떻게 하면 더 좋게 말해줄까

어떻게 하면 더 웃게 만들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더 재미있게 할 수 있을까

뭐 이런저런 생각을 떠올리는데


내가 이렇게 뭔가 웃긴다고 생각하는 포인트를 던지면 거기서 웃어주면 좋고

아니면 다음 루틴을 생각해보고, 또 차선을 생각해보고

이런 여러 가지 시도를 굉장히 많이 했던 거 같아


그런 것들이 사람의 벽을 무너뜨리고 마음을 무장해제시키는 것 같아서.

그런 느낌이라던가 분위기가 좋았어.


가끔은 오만하고 주제넘게 감히 사람의 마음을 판단했다고

그 사람에게 무례하게 내뱉을 때도 있었던 거 같아.

그럴 때면 나도 모르게 반성하고, 다시는 사람 함부로 판단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하는 것 같아.


연구하면 할수록 느끼는 건 인간의 마음을 다 헤아릴 수 없다는 것.

그리고 내가 헤아리다가 나도 모르게 감정이 동화되어 버리면

나도 스스로 컨트롤을 놓아 버릴 때도 있어서


대화가 너무 좋으면 나도 모르게.

자꾸 더 나아가는 것 같고 더 흥분하는 것 같고 그랬던 거 같아.

나도 모르게 더 내 감정을 드러내 버리는 것 같아.

그게 좋은 수로 작용하면 좋은데, 악수로 작용할 수도 있겠다 싶더라고.


그래도 그 사람이 가치 있게 두고 의미 있게 두는 것을

알아봐 주고 그 사람에게 그것을 표현해주는 것은 굉장히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


그럴 때면

내가 맞다고 생각하는 진실, 그것을 맞다고 말하는 것보다.

어쩌면 그 사람이 가치 있게 두고 있는 삶을 말해주는 게 더 좋을 수도 있지.

그런데 그건 쉽지 않아

내가 말을 이끌어가면 적어도 오디오가 채워져서 지루해지지 않지만

정말 고수의 영역은 그 사람이 말을 하게끔 만드는 것 같아.

그렇게 가는 길은 쉽지 않아



그것을 억지로 끌어다가 내쪽으로 두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이 보고 있는 시야를 내가 함께 보면서

"너는 이 풍경을 보고 있었구나."라고 말해주는 게 그 사람의 마음을 읽는 길이겠지


하지만 이걸 직접적으로 내뱉는 게 정말 위험할 수도 있겠다 싶어

상대가 그런 마음먹지도 않았는데. 그렇게 마음먹었다고 오판할 수도 있고

혹은 상대의 마음을 잘못 들여다보면

상대가 당황해서 그새 마음을 감추기도 하는 것 같고.

또 그 사람이 가치를 두고 있는 영역을 자꾸 평가하고 옳고 그름을 따지고 하는 것들이

나의 어떤 지적 우위를 드러내려 하는 것은 아닌가 하고 조심스레 반성하게 되는 것 같아.


때로는

"네가 이런 것에 가치를 두고 있구나"라고 하는 감정을 어떻게 세련되고 좀 상대가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게

말할 수 있을까 하고 고민했던 것 같아.


또 생각을 확장하면

그렇게 가치를 두고 있는 영역에 있어서.

그 사람이 어떻게 되고 싶고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꿈이 있었던 거 같아.


어떤 관계 든 간에 대화 상대가 너무 좋으면 나는 되려 내가 가진 것을 더 주려고 했던 것 같아.

더 챙겨주고 더 생각해주고 더 신경 써주고 더 마음 써주고

물론 그것도 의미가 있지만

그것 보다도 그 사람이 어떻게 되고 싶은지 알아봐 주는 게 더 좋을 것 같아.

그런데 그게 쉽지 않아.


더욱이 내가 신경 써주는 사람일수록 더욱더 그런 것 같아.

나는 이렇게나 많이 주고 싶은데

해줄게 이렇게나 많은데. 그런 마음도 좋지만.

그 사람이 뭐가 되고 싶은지

그걸 응원해주는 일이 더 크다는 것을 너무 뒤늦게 알아버린 건 아닌가 하고

안타깝기도 해.



keyword
작가의 이전글잘하고 있는걸까라고 물어올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