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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진 Sep 23. 2022

이직

왜?

헝가리로 건너오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이직때문이었다.

한국지사에서 헝가리지사로 소속이 변경되었지만 주재원은 아니기에,

누군가 나에게 묻는다면, 이것은 이직이 맞다.


사실, 이직을 결정하기까지 수 없이 많은 고민을 했다.

한국에서의 직장생활이 그렇게 부족한 건 아니었지만,

항상 빠르게 변화하고 싶어했던 나에게 조금 아쉬웠던 부분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일을 하는 것이 주는 이점을 쉽게 포기할 수도 없었다.

그렇게 마음의 교차로에서 한참 신호 대기를 하던 중,

갑자기 신호등이 파란불, 노란불, 빨간불을 뿜어대며 눈앞에 일렁이기 시작했다.

나는 불이 꺼지기 전에 인생에서 세번째로 중요한 선택을 해야만했다.


커리어적으로 한국에 남아 성장할 수 있는 방법도 있었지만,

언젠가는 한번쯤 해외에 나가서 일해봐야되지 않을까 막연히 생각하던 참에,

아내의 권유, 새로운 업무, 더 넓어지는 책임, 

그리고 더 늙기 전에 새로운 환경에서 일해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푸른 빛을 따라가기로 했다.


그렇게 헝가리 부다페스트로 들어왔지만,

푸른 빛보다, 

폭우에 찢겨져 노랗게 빛나는 다뉴브 강의 힘줄에 흠씬 두들겨 맞느라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있다.

이번에도 앞서 두번의 선택처럼 내가 내린 선택이 스스로를 배신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온몸을 칭칭 감고 있는 책임감이라는 돌덩이들 때문에 강바닥으로 가라앉지 않도록, 

부단히 온몸을 휘두르며 개허엄이라도쳐서 다뉴브도 빠져나가야한다.

그렇게 나는 여러 강들을 지나치며 언젠가는 바다로 나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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