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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진 Oct 11. 2022

같은 불꽃놀이, 다른 방향

서울과 부다페스트

누군가 나에게 도시에서 찾을 수 있는 낭만 중에 하나를 손에 꼽으라고 하면,

높은 곳에서 사랑하는 사람 혹은 사람들과 함께 머리 위로 별이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나면서

휘황찬란하게 밤하늘을 수놓는 불꽃놀이를 고를 것이다.

쏟아지는 인파에 밀려 매년 불꽃놀이에 무관심했지만 부다페스트에서 바라보았던 불꽃놀이는 왜 사람들이 30분 남짓한 그 순간을 위해 몇 시간을 기다리는지 또 열광하는지를 충분히 이해시켜주었다.

모든 이들의 염원을 담아 하늘로 솟구쳐 오르다가 끝내 더 오르지 못하고 터지는 아름다운 탄식이란 정말 장관이다.

나도 처음에는 아름다운 장면들을 담아보고자 노력했지만,

역시나 사진과 영상은 전문가의 손길이 닿은 유튜브가 더 아름답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내 핸드폰을 들고 작은 프레임으로 나의 눈을 속이지 않기로 맘먹고는

끝없이 펼쳐진 자연의 캔버스 위에 매캐한 탄약흔만 남긴 채 번쩍이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빛을 따라 옷을 갈아입는 부다 성과 어우러진 불꽃축제는 정말 아름다웠다.


그래서 나는 이번에 한국에서 열린 불꽃축제도 아름다웠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래의 기사를 발견하기 전까지는.

그리고 다시 기억해냈다, 내가 서울에서 단 한 번도 불꽃축제를 위해 어딘가로 가본 적이 없는 이유를.

서울은 너무 사람이 많다. 정말 말이 안 나온다.

광주에서 부산으로 대학교를 다니다가 서울로 처음 올라와 지하철을 탔을 때처럼,

도로를 무단 점거한 사람들의 모습을 바라보니 숨이 턱 막힌다.

나는 이들을 옹호하지는 않지만 서울 일부에서 바라볼 수 있는 좁은 공간에서 벌어진 자본과 공간 집약의 끝판왕인 한국식 이벤트를 즐기기 위해 정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강변북로 부근 / 서울시 교통정보




메리어트 부다페스트 근처 불꽃놀이

부다페스트의 다뉴브강은 서울의 한강처럼 도시의 한가운데를 흐르면서 가로로 길게 이어진다.

인파를 몰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인지 아니면 더 많은 인원이 축제를 즐기게 하기 위해서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길게 펼쳐진 강을 따라 세 곳에서 불꽃이 터졌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위치상 각각의 관광중심지와 연결되어 있는 포인트에서 불꽃을 터뜨린 것 같기도 하다.

이유야 어찌 되었든,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조금 더 가까운 곳에서 아름다운 불꽃놀이를 모두 함께 즐겼다. 불꽃놀이가 끝나고도 많은 이들이 도보로 이동했다. 물론 차량들도 있었지만 대부분 차를 끌고 나온 이상 몇 시간이 걸릴 거라는 것은 알고 있는 듯했다.

작은 도시와 작은 인구수 그리고 불꽃의 분산을 통해 아름답게 빚어진 하룻밤이었다.


한국도 이제는 조금 바뀌어도 되지 않을까?

우리는 충분히 성장했고 이제는 아름다움을 담아내는 것보다 아름다움을 누릴 때가 됐다.

인간은 세상에 존재하는  아름다움과  순간을 사랑하는데 우리는  아직도  순간마저 나만을 위해 살아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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