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현진 Oct 04. 2022

서울이 아닌 부다페스트에서 누릴 수 있는 것들

생활편

부다페스트의  크기는 서울의 87% 수준이지만, 인구는 약 18% 수준이다.

그 말인즉슨, 부다페스트의 땅은 내 고향인 광주보다 3% 정도 크지만, 인구수는 20만 정도만 더 많은 도시라는 뜻이다.

그러나 부다페스트는 크기와 인구 수만 광주와 비슷할 뿐,

한 달간 지내보니 고향과는 매우 다른 동네라는 걸 알게 됐다.


처음 부다페스트에 왔을 때는, 모든 것이 느리다고 생각했다.

한국에서 식사가 끝나면 자연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나 계산대로 향하지만,

이 동네에서는 주문할 때부터 서버와 눈을 마주치기 위해 한참을 애써야 한다.

그렇다고 결제를 바로 할 수 있느냐?

그것도 아니다.

다시 서버와 눈을 마주칠 때까지 한참을 기다려야만 한다.

유명한 관광도시이다 보니, 생각 이상으로 친절한 곳도 있지만 대부분은 여유를 가지고 서버 본인들의 페이스에 맞춰서 주문도 받고 서빙도 하고 빌도 가져다준다.

우리는 그들의 시간에 맞춰야 한다.

광주-부산-서울을 오가며 성장하면서, 모든 일들을 빠르게 진행하려고 애를 썼다.

다행히도, 이곳에 와서는 사람들이 그렇게 걱정하던 나의 조급병이 강제로 치유되고 있는 듯하다.

그들의 문화에 적응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가 없고, 그러면 돌아가는 수밖에 없으니까.

꽤나 오래전부터, 이렇게 살다가는 분명히 내 몫의 인생을 다 살지 못하고 죽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부다페스트에서 삶은 그렇게 살지 않아도 삶이 계속된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느긋한 삶뿐만이 아니라, 늦은 시간 한산한 길거리 그리고 도시의 풍광은 아직까지 충분히 매력적이다.

월화수목금토일 서울의 한강변은 사람으로 항상 북적이고 바쁘게 돌아간다.

상경하고 나서 처음으로 탔었던 지하철 2호선에서 나는 여기서 죽겠구나라는 생각이 들던 것과는 반대로, 평일 오후 8시가 넘으면 부다페스트 길가에는 사람이 거의 없다.

하다못해 집에서 15분 정도만 뛰어가면 그 유명한 헝가리 야경의 중심인 국회의사당 근처에도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다.

물론, 휴일에는 관광객들이 많지만, 평일에는 의사당의 경비원이 의구심 가득한 눈빛으로 나를 경계하는 것을 보면 평일은 별로 없다는 뜻이겠지.

그렇게 황금색으로 빛을 내며 타오르는 아름다운 모습을 가까이에서 조용히 혼자 독차지할 수 있다.


부다페스트의 물가는 생각보다 싸지 않다.

맥도날드나, kfc 등은 거의 한국에 필적할 정도이고, 이상하게 미국 쪽 브랜드의 물건들은 가격이 한국보다 조금 낮은 수준 혹은 거의 비슷하다.

할인행사가 들어가지 않으면 똑같을 때가 종종 있어서 놀랍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럽 브랜드들의 가격은 한국보다는 저렴한 편이다.

공산품의 가격은 질은 한국보다 떨어지고 높은 세율로 인해 한국보다 비싼 경우가 허다하다.

아이폰 14만 봐도 한국보다 30만 원 이상 비싸다.

다만, 식재료는 한국에 비할바 없이 저렴한 편에 속하고, 한국에서 경험할 수 없는 다른 브랜드들을 만나볼 수 있다.

어느 나라를 가서 지내도 그렇지만 자국의 브랜드가 견고하게 시장을 지키고 있는 나라가 아니다 보니, 하나하나 맛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아내는 치즈와 하몽 가격을 보고서 거의 매주마다 장바구니에 하나씩 넣는다.

덕분에 살은 줄어들지 않는다...ㅠ







이전 03화 부다페스트, 헝가리 그리고 우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