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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진 Dec 20. 2022

더 메뉴

부다페스트에서 심야 영화로 즐긴 피 튀기는 파인 다이닝 영화

<더 메뉴/ 2022> / 스포일러 주의


이 영화를 보기 위해서 상영되는 영화의 80%가량은 헝가리어로 더빙만 하는 헝가리의 영화관에 찾아갔다.

영화 비용이 한국보다 절반 수준이지만 현지 물가를 고려한다면 티켓 값이 결코 헝가리 사람들에게도 싸다고 하기는 어렵다. Westend Cinema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괜찮은 영화관이었고 콤보 세트도 가격 대비 푸짐하게 나온다. 헝가리에서 영화를 봐야겠다면 Angol(영문)으로 말하는 영화를 영화관에서 골라 보면 된다. 대신 시간대가 많이 없으니 원하는 시간을 미리 예약하시길.


탁월한 안목으로 출연하는 영화와 드라마마다 가지각색의 매력을 보여주는 안야 테일러 조이가 주연이며 해리포터 시리즈의 볼드모트 아저씨인 랄프 파인즈 그리고 X맨의 등치 큰 파란색 야수 연구원인 랄프 파인즈가 나온다. 아마 이 셋 중에 하나를 모른다면 영화에 관심이 아예 없는 사람일지도.


영화의 매력포인트 

1) 끝이 없이 나오는 음식들과 각각 나오는 음식에 따라 조금씩 스토리를 풀어내며 광기 어린 슬로윅(랄프 파인즈)의 정신 나간 투쟁을 조금씩 사람들의 몸속으로 음식을 제공하듯이 녹여낸다.

박수를 쳐서 일순간에 영화에 집중하게 만드는 신부터 영화는 관람객들이 몰입할 수 있게 한다.

모두가 박수를 칠 때마다 다음에는 어떤 사건이 벌어질까 하며 사람들이 파블로프의 개가 되게 하는 장치적인 요소라고 생각한다.


2) 계급 간의 투쟁을 중심으로 두 번째 서빙부터 빵은 평범한 이들의 것이라며 소스만 전달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특별하다고 받아들이는 하이엔드에 종속되어버린 인간과 평범한 것을 얻기 위해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모든 것들을 동원해서라도 빵 한조 가리 얻어 내려고 하는 모습을 번갈아가며 보여주면서 이를 비꼬기도 하고,

펜으로 먹고살면서 남의 요리를 평가하여 인생을 아작 내버릴 수 있는 평론가에게는 한 사발을 제공하며 이미 이곳은 정상적이지 않은 불쾌한 식당이라는 점과 관람객들의 머릿속에는 뭔가가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긴장감을 심어준다.


3) 단순하게 비칠 수 있었던 호손 식당의 스릴러 살인극은 마고(안야 테일러 조이)의 의도하지 않은 등장으로 인해 관객들은 다른 시선으로 이 상황을 바라보게 된다.

다른 등장인물들과 다르게 마고는 현재 처한 상황에 대해서 적극적이고 이상하다고 생각하며 거의 유일하게 이 사태에 대응하고 슬로윅과 대등하게 이야기하는 캐릭터이다.

다른 이들은 어찌 보면 부당함 그 자체에 해당하는 슬로윅의 정의와 분노 그리고 광기 속에 대응하지 못하지만 마고만큼은 슬로위도 어찌해야 될지 한참을 고민하다가 그녀가 슬기롭게 상황을 돌파할 시간을 마련해준다. 그래서 관객들은 마고의 눈으로 그리고 마고의 심정으로 현실적으로 전혀 불가능한 이 이야기에 빠져들게 된다.


4) 마고는 기지를 발휘해 슬로윅이 영혼을 담아 만든 치즈버거를 테이크 아웃으로 들고 나와, 모두가 몰살당하는 장면을 보며 호손 식당의 메뉴판으로 입을 닦는다. 그리고 영화는 이 부분을 굳이 강조해서 마지막 부분에 넣으며 관객들에게 마지막으로 한번 더 자연스럽게 질문을 던진다. 

진정으로 행복했고 열정적이었던 나 자신은 타인이 요구에 맞춰진 자신의 삶이 아닌 진정한 자기만족 속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냐고 말이다. 


이 영화를 보면서 현대 사회를 비판하는 것에 스토리가 중점적으로 맞춰져 있다고 볼 수도 있지만,

글쎄, 현대 사회의 모습보다 자신이 진정으로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을 잃어버린 슬로윅이 되지 말자는 것도 영화의 주제이지 않을까?


누구의 시각에서 보느냐에 따라 입체적인 주제를 가지고 있는 영화 '더 메뉴'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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