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아침 명상을 시작했다.
한국에서는 명상할 시간있다면,
하나라도 더 보고 하나라도 더 즐기려 하다 보니 시간을 낼 수가 없었지만,
아내가 헝가리에서 공부를 시작하면서 조금이나마 빈틈이 생긴 것 같아 보였다.
그녀는 아침에 일어나 따뜻한 차를 내려마시고 책상을 앞에 두고는 명상을 할 때도 있었고,
가끔은 매트리스를 피고 앉아 명상을 할 때도 있었다.
마지막으로 본모습은 소파 위에서 가만히 앉아 눈을 감고 있었다.
그렇게 아내는 조금씩 자신이 원하는 그림을 찾아나가는 수행을 시작하였다.
그녀가 눈을 감고 내면을 찾아들어가는 따뜻한 모습을 방해하지 않도록 숨죽여야 할 때도 있었지만,
어느새 내가 아내를 부러워하고 있음을 알게 됐다.
나는 단 한 번도 명상을 해본 적이 없다.
아니 있지만 매번 실패한다.
무엇 때문일까 곰곰이 생각해 보자...
아! 나는 그냥 한국인 그 자체다.
벼랑 끝에 몰린 것처럼 지내며 일이든 시간이든 항상 효율적으로만 쓰려고 악에 받쳐있는 사람이 바로 나다.
31년간 단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주제에 10초도 안돼서 답을 내놓는 걸 보니 말릴 수가 없는 사람이다.
예전에는 이런 급한 성격이 크나큰 장점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지금까지 이렇게 나름 인생을 잘 풀어나가는데 큰 역할을 한 조급증에 가끔 감사하기도 했으니까.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일에서도 삶에서도 이 조급증이 나를 갉아먹는 느낌이 든다.
헝가리에서 살아남으려면 이런 성격으로 살아남을 수 없다.
부다페스트에 놀러 와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밥을 먹고 계산하는데 5분 이상 걸릴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한국인처럼 지낼 수 없는 곳이니까.
나의 조급함에 기름을 부었던 것은 모든 게 빠르게 업데이트되는 한국에만 가능한 일이었다.
그렇기에 헝가리에서 한동안 꽤나 조용히 지냈었지만 여전히 나의 마음은 부산하다.
무엇 때문에 이렇게 급한 건지 곰곰이 생각을 해보니,
아직도 나는 어떤 상황이 닥치던 내 몸하나 뉘일 집을 가지고 싶은가 보다.
헝가리에서의 생활이 한국에 비하면 경제적으로나 업무적으로 조금 덜 여유롭긴 하지만 그렇다고 극한으로 쪼들리는 삶은 아님에도 불구하고 나는 다시금 그러한 생각으로 스스로의 목을 옥죄고 있다.
이것은 내가 한국인이라서 그런 걸까?
정해진 궤도에서 벗어나 조금이라도 엇나가면 자신이 잘못하고 있는 건지 끊임없이 의심하는 한국인으로서의 특성일까? 아니면 그저 내가 탐욕스러운 사람인 걸까.
무엇이 답인지는 나 자신을 알지 못해 스스로 대답할 수가 없다.
그래서 나도 나만의 수행을 다시 시작해보려고 한다.
글을 쓰면서 생각을 정리하기도 할 것이고, 유튜브나 다른 콘텐츠들을 만드는데도 신경을 쓸 것이다.
아내보다 먼저 일어나 그녀를 방해하지 않고 다시금 아침형 인간의 삶을 살아갈 수도 있다.
어느 것이 맞을지 고민하면서 20대를 안타깝게 날려버렸으니,
이제는 하나씩 해보며 성장하는 어른이 되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