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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진 Jul 21. 2024

귀국_03

없다.

아니 사라졌다.

그곳에 있어야 할 누군가가 없어진다는 것은 익숙하지만 발생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대체 어디로 간 거지?'

혹시나 해서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근처에 앉아있던 사람들은 어느새 이스탄불행 비행기의 카운터로 이동하여 수속을 시작하고 있었다.

급한 마음에 그들 중에 우리와 같이 있었던 사람들이 있는지 줄의 끝에서 티켓을 확인하는 곳까지 샅샅이 뒤졌지만 안 그래도 말라버린 눈이 더 따가워져 눈물샘만 자극할 뿐이었다.

나는 그녀가 사라질 거란 걸 알고 있었던 걸까?

따가웠던 눈은 장마철에 습기 속을 헤엄치는 것처럼 눈물로 가득 차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았다.

그녀가 갑자기 이렇게 떠날 리가 없다.

내가 착각했을 수 도 있으니 일단은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 화장실을 갔을 수도 있고,

잠깐 나를 찾으러 갔다가 길이 엇갈렸을 수도 있으니까.

아니 나를 정말로 떠난 거면 어떡하지? 

왼손에 감겨 살에 눌어붙어 하나가 돼버린듯한 애플워치를 보았다.

아까, 자리에 돌아오면서 봤었던 시간보다 10분 정도 지나있었다.

10분이면 공항의 규모를 생각했을 때, 보안검색대에서 이곳까지 오는데 충분하지 않은 시간이었다.

최소한 5분은 더 기다려 보기로 마음먹고는 다시금 여러 가지 변수들을 생각해 보았다.


생각의 시작에서 내가 하지 않은 일이 생각났다.

전화.. 그래 아내에게 전화를 먼저 걸었어야지.

핸드폰을 꺼내고는 그녀의 이름의 약자를 넣은 후에 빠르게 전화를 걸었다.

수신음은 계속해서 내 마음을 울려댔지만 돌아오는 메아리는 알아들을 수 없는 헝가리어였다.

아마 전화를 받을 수 없어 소리샘으로 연결되오니.. 같은 상투적인 안내문구였을 것이다.

어쩌면 전화가 잘 통하지 않는 곳에 있어서 그런 게 아닐까?

공항에 들어오자마자 와이파이를 연결해서 인터넷을 사용했었으니 SNS로 전화를 걸어보기로 했다.

수신음은 또다시 파동을 일으키며 내 귀를 때렸지만 이번에는 돌아오는 메아리조차 없다.

아마도 지금은 인터넷도 전화도 되지 않는 곳이거나 그녀가 나의 연락을 피하고 있는 것이다.

문자메시지 그리고 SNS에 메시지를 남겨서 우리가 기다렸던 곳에 앉아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다고 했다.

혹시라도 화장실에 간 거면 연락 달라고 하고는 기다렸지만 5분 뒤에도 묵묵부답이다.


화장실에서도 그 지루함을 견디지 못해 핸드폰을 하는 현대인중 하나인 그녀가 연락이 없는 건 화장실에도 없거나, 아니면 화장실에서 뭔가 문제가 발생했을 수도 있단 생각이 들었다.

여기서 가장 가까운 화장실은 에스켈레이터 두 개를 사이에 끼고 눈앞에 보이는 반대편 화장실이다.

당연히 볼일을 보려면 저곳으로 갔겠지.

그래 내가 너무나 과민반응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화장실 앞에서 조금만 기다려보자고 마음을 먹고는 화장실과 가까운 개수대 근처에서 서서 그녀를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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