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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Jangs Jun 02. 2024

육 남매 중 첫째 딸의 이야기 #4

저절로 주어진 것과 내가 이뤄야 하는 것

나는 원래 외동딸이었다

-둘째가 태어나기 전까지.


누구는 동생을 원해서 낳아달라고 조르기까지 했다던데 나는 그런 마음이 1도 없었다.

어느 날, 갓난아이인 동생을 돌보고 있는 엄마에게 '왜 동생만 사랑하고 나는 사랑해주지 않느냐'라고 물었었는데

엄마가 이렇게 대답을 했다.

 "너는 5년 동안 사랑해 줬잖아"


유년기의 기억은 보통 충격적이었기 때문에 남아있을 경우가 큰데 -어떤 사건이나 특정한 말이 선명하게 남아있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내게 저 대답은 가히 충격과 공포였다.

'아, 엄마가 이제 더 이상 나를 사랑해주지 않는구나.'

그렇게 동생이라는 건 내게서 엄마를 빼앗아 간 존재로 인식이 되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저런 뜻도 아니고 저 말 이외에 또 다른 좋은 말도 분명해줬을 텐데 내게 지금까지 저 말이 기억되는 걸 보면 말이라는 것이 얼마나 힘이 있는 것인지-특히 부정적인 말일수록- 정말 그 영향력이 무섭고도 또 무겁다.


어떻게 하면 엄마의 사랑을 다시 되찾을 수가 있지?

이것을 위해 다섯 살 난 여자아이가 해봄직한 생각에는 뭐가 있을까

엄마의 마음을 다시 되찾기 위해 엄마 말 잘 듣기?

아빠와 더 친하게 지내기?

뭔가 부모님의 환심을 사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지를 생각할 법도 한데, 나는 그렇지 않았다.

대신, 그 문제 자체를 없애버릴 생각을 했던 것이다.

문제의 원인인 저 동생이 없어졌으면 좋겠다 이것이 내 생각이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봐도 나는 꽤나 고약하고 되바라진 아이였다.)

그래서 어느 날 길에서 유모차를 밀어버렸는데 다행히 길이 오르막길이었는지 무탈하게 (티 나지 않고) 지나갔고

이런 못된 마음과 실행력까지 있었던 내가 동생을 없애버릴 마음을 접은 건 얼마 뒤 셋째 동생이 태어났기 때문이다.

불쌍한 녀석.. 2년 만에 엄마의 사랑을 빼앗기다니...

 후로는 동생(들)에게 그런 마음을 품지 않았고 둘째는 그제야 비로소 '내 동생'이 되었다.



첫째 언니, 큰 누나.

동생들은 터울이 많이 지는 내게 당연히 순응했고 나는 육 남매의 첫째 딸로서 지난 20여 년간 그 자리가 주는 권위를 마음껏 누리고 행하며 살았다. 그러다 놀랍게도 동생들이 성인이 되자마자 그렇게 그 굳건했던 권위는 마치 잘 벼려진 칼로 단번에 잘라내듯 하루아침에 없어져 더 이상 당연해지지 않더니 내게 돌아와 나를 증명하지 않으면 안 되게  것이다.


주어진 것이 이제는 애쓰고 노력해서 증명해 내야 하는 것이 되었다.


원래부터 큰 언니였는데, 태어날 때부터 순서상 그냥 주어진 힘이었는데, 동생들이 성인이 되고부터는 확인이 되어야 하고 또 확인을 받은 그만큼만 인정을 해주는 그런 것이 되더라.

 내가 맏이로서 내 역할을 잘 감당하고 있는지, 앞으로도 인정할 수 있는지 동생들은 나를 객관적으로 판단했고 나도 그들을 하나의 인격체로 다시 보고 대해야 했다.


그래서 지금은 육 남매에서 막내 포지션을 담당하고 있다(!)

아휴... 막내가 되어보는 게 꿈이었거든..

근데 꿈이 좀 길다. 깨질.ㄹ 않네... 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ㅌㅌㅌㅋㅌㅌㅋㅋㅋㅋㅋㅋㅋㅋㅋ농담이고

 누군가는 솔선수범하고 희생해야 모두가 사는데 어느 집이건 첫째가 지밖에 모르면 그 집은 화목하지가 않다는 부모님의 가르침 아래 나는 언니들 사이에서 바짝 엎드리기로 한 것이다.

그래서 요즘은 언니들이 주는 용돈도 받고, 언니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으며 살고 있다. 



둘째 카톡. 자기애가 넘치는 카톡 사진. 쎄보이나 세상 여성스러운 커리어우먼
셋째. 조카사진 더 올려줘 더.. 더 줘..
넷째. 사진 없어. 관심 없다고. 두 번 말하게 하지마. (아알았다고...)
디섯째. 얼마전에 호주를 다녀와서. 교정한 날 왜 기념함?암튼 741일째ㅇㅇ
막내. 여행 안하면 죽는 병에 걸린듯.. 놀 수 있을 때 맘껏 놀아라. 평소에 현장에서 디지게 일하니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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