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경 연기 보러 갔다가 이재인에게 반한 썰 푼다
홍경을 처음 본 것은 세 편 정도 보다 만 드라마 약한 영웅에서였다.
진짜 한없는 안경 찐따였다. 스포일러를 몰래 봤더니 개찐따였다.
화가 날까 싶어 네 편째인가를 보려다 스포일러를 보고 접었다.
그 땐 몰랐지. 이렇게 홍경에게 빠질 줄은.
지금은 홍경 팬질의 기본인 ‘솜경’인형을 웃돈 주고 살 만큼 애정이 깊어졌다.
두 번째로 그를 본 것은 영화 댓글부대에서였다.
현실에 있을 법한 양아치 해커 역할이었는데, 아니 글쎄 현실에 있을 법하게 연기를 너무 너무 잘 하는 것 아니겠는가?
사람은 역시 본업을 잘해야 하는 법..
그렇게 스며들 듯이 좋아하게 되다가
넷플릭스 영화 ‘굿뉴스’에서 그에게 완전히 입덕했다.
나는 한번 연예인 누군가에게 반하면 보통 짧고 굵게 좋아하다 접는다.
이 마음이 얼마나 가게 될까?
오랜만에 생긴 팬심을 지키러 홍경이 나왔다는 영화 콘크리트 마켓 개봉 소식을 하루 늦게 듣고 헐레벌떡 예매하여 보았다.
실망했다.
첫 번째는 솔직히 카라멜 팝콘 씹는게 더 재밌을 만큼 재미가 없었고,
두 번째는 배우들의 연기가 아까웠고,
세 번째는 남자 주인공인 홍경보다 여자 주인공인 ‘이재인’이 더 멋있었다.
이야기는 우리나라에 갑자기 대지진이 나서 모든 건물들이 폭삭 주저앉는 것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살아남은 한 동의 아파트가 ‘박상용’이라는 인물이 군림하는 콘크리트 마켓이 된다.
모든 거래는 통조림이 화폐가 되어 이루어지고, 현금지폐는 불태워도 상관없을 만큼 열악한 현실이다.
그래.. 그런 설정과 시작은 좋았다.
그래서 그 곳을 배경으로 남자 주인공 ‘태진(홍경)’과 여자 주인공 ‘희로(이재인)’가 얽힌다.
여자 주인공, 희로는 친구의 복수를 위해
남자 주인공, 태진은 박상용의 충직한 부하이나, 콘크리트 마켓 왕좌의 자리를 빼앗기 위해 작전을 시작하게 되는데...
모든 작전은 먼저 박상용 자리를 찬탈하자고 제안한 희로가 짜주고,
체스의 말을 움직이듯이
태진에게 정확한 설명이나 이유를 말해주지 않고, 그와 그의 패거리를 움직이게 한다.
그리고 모든 것이 희로의 뜻대로 된다.
그 과정 하나하나가 감탄이 나오리만큼 똑똑한 것은 사실이었다.
그러나 재미가 없었다.
(미안해요. 홍경.. 하지만 사실이 그랬어요.)
중간 중간에 책의 챕터를 넘겨보듯이
화면 전체에 커다란 자막으로 앞으로 벌어질 이야기를 요약한 단어들이 스친다.
신선한 부분은 그 것뿐이었다.
다행히 건질 수 있었던 것은 있었다.
남자들은 다들 찐따같이 시키는 것만 하고, 싸움질에 욕만 하고, 색욕과 피에 절여져 있었는데, 여자주인공 희로는 그렇지 않다.
매사 기발하고 똑똑하게 하나하나 단계를 밟아 올라가 결국 악당의 보스 박상용을 죽인다.
그것을 돕고 성공시키는 것이 박상용이란 타의에 의해 매춘을 하면서 그런 삶을 지긋지긋해 하던 8층 여자들이었다.
마지막 즈음 8층 여자 한 명이 커다란 망치로 박상용 머리를 찍어 눌러 으깰 때에는,
마치 게임으로 악당 보스를 얍얍 죽이고 나서 기뻐하던 통쾌함마저 느껴졌다.
볼펜 끝을 달각 달각거리며 해낸 작전과 계획을 이루는 희로 캐릭터는
주인공이자 이 영화의 활력이었다.
커다란 눈을 굴리며 덥수룩한 머리로 원하는 바를 자기 손에 피한방울 묻히지 않고 해내는 욕도 찰지게 잘하는 당찬 소녀 그 자체였으므로..
어느 상황에서든 정답을 찾아내어 끝까지 모두를 해피엔딩으로 멱살 잡고 끌고 가는 히어로, 희로.
영화를 보다보니 어느새 희로의 매력에 가려 태진은 잘 보이지 않았다.
아마도 내 생각으로는 희로의 서사는 꽤 많이 담고 있었지만, 태진이나 박상용의 서사는 잘 보이지 않아 뭔가 인물에게 빠져들 틈이 없었다.
설명이 부족한 느낌이었다.
결국 태진을 보러갔다가 히어로 한 명을 주웠다.
영화는 별로였지만
큰 눈을 굴리며
볼펜을 달각거리며
얻어낸 최선의 길로만 모두를 끌고가는 희로.
이재인.
홍경 덕에 좋은 여배우 한 명을 알았다 치고, 이 영화를 미워하지 않기로 했다.
팬이랍시고 이런 리뷰를 쓰다니.. 그렇지만 난 거짓말은 못하겠다.
너무 솔직하자니 쫄린다.
이 영화에서 건진 홍경의 대사 하나를 적고 마무리하겠다.
쫄리긴 씨X ..설레서 그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