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모순

김장우냐 나영규냐 그것이 문제로다(소설 스포일러 주의)

by 도씨


살면서 사람이 마음과 행동은 꼭 같이 붙어가지 않는다.

마음은 항상 여러 개이고 행동할 몸은 하나여서일까?

적어도 나는 그렇다.

다이어트 타령을 하면서도 어느새 엽기떡볶이를 와구와구 먹고 있을 때.

엄마를 사랑하면서도 언제든 틱틱거리고 있을 때.

죽고싶다고 노래를 부르면서도 어느새 독감 예방주사를 맞으러 가 긴 대기시간을 기다리고 있을 때.


이렇게 삶과 함께인 모순을 보여주는 소설 속 주인공이 안진진이다.


모든 설정과 내용이 결국 모순으로 이어지고, 그로 인한 삶의 대비가 확연히 보인다.

일란성 쌍둥이지만 전혀 다른 삶을 사는 이모와 엄마

그들의 남편이지만 역시 또 전혀 다른 삶을 사는 이모부와 안진진의 아버지

그들의 자식이지만 다른 삶을 사는 외사촌 남매와 안진진 남매


그리고

안진진의 남자들이지만 전혀 다른 나영규와 김장우까지..


그들은 마치 잘 짜여진 구조물처럼

뭐든지 찔러 뚫는 창과 모든 걸 막아내는 방패의 조합처럼

모순 그 자체로 삶을 살아간다.


이야기의 구심점은 두 남자. 김장우와 나영규를 두고 고민하는 안진진의 연애 이야기다.


결국 누구를 택할 것인지

창을 살 것인지 방패를 살 것인지

안진진은 결국 누구와 결혼할 것인지


사실 나는 결국 모순을 털어버리고 두 남자를 다 버리고 독립적으로 딛고 사는 안진진을 바랬지만,

마지막 선택은...?



선택얘기는 나중에 하기로 하고 , 이 두 남자는 각각 다른 얘기 속에 산다.


김장우는 산 속의 야생화를 찾아다니며 찍는 자유롭고 희미한 남자였고.

나영규는 기차처럼 정각에 도착하여 정각에 출발하는 정확하고 계획적인 남자였다.

나였으면 25살 여자로서 무슨 선택을 했을까란 생각과 함께

이 두 남자와의 연애 속으로 빠져들어 책장이 술술 넘어갔다.


그렇게 푹 빠져 읽을 수 있었던 힘은 머리속에서 가상 캐스팅을 한 덕분도 있었다.


자유롭고 서정적이고 형의 양말을 빨아주며 행복해할 만큼 순하지만 강한 김장우는 우선 무조건 홍경이었다.(제 지난 글을 읽으셨다면 이미 예상하셨을지도)


‘마치 수채화 붓으로 연푸른 선 하나를 짧게 긋듯이 씨익..’

웃는 단 부분에서 특히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수채화같이 웃는 홍경 / 웃지않는 옆모습


안진진의 말처럼 그는 진진의 아버지와 닮았다.

나를 사랑한다는 확신을 주고 심장이 뛰고 재미있지만 ,

어느 날 훌쩍 떠나 사랑하는 야생화를 보러가는 사람.

산을 며칠이고 돌아다니면서 희미한 흰 꽃들을 찍어오는 돈이 없는 예술가적인 사람.

나 때문에 도시로 돌아온다고 하지만

도시는 불안하다며,

역시 또 언제든 떠나버려 내 손에 확실히 쥐어지지 않는 사람..


그리고 인생계획표를 줄줄이 꿰며 그대로 정답을 안고 사는 재미없는 나영규.

나영규는 드라마 안나에서 눈여겨 본 김준한이었다.

웃으면 쾌활하지만 웃지 않으면 뭔가 차가운 느낌의..


그냥 웃기만 하세요.. 안웃는거 무서와요.



안진진의 집안사와 상관없이 다 들어주고 안아주지만, 머리로 선택해야 하는 사람.

심장이 뛰기보단 안정감과 잘 짜여진 인생계획서로 인해 안정감을 주는 사람.

모든 것이 확정적이어서 결혼이란 마침표까지 수긍하며 함께 가기만 하면 되는 사람.

그는 진진이 사랑하는 이모의 이모부와 닮았다.


자, 그럼 이제 보자.


뽀끌래에서 막파마를 하며 인형과 빤스를 파는 생활력이 강한

억척스럽게 될 수밖에 없던 어머니의

남편같은 김장우이냐


안정적이지만 숨막히고, 대신 자신을 선택하면 얼마든지 윤택하게 우아하게 살 수 있는

소녀같은 이모의

남편같은 나영규냐


그것이 문제로다!



안진진은 이모의 자살이후에 결국 나영규를 택한다.

심지어 키스와 섹스 모두 김장우랑 해놓고!


안진진은 이러한 선택에 대하여 이렇게 말한다.


‘ 나는 내게 없었던 것을 선택한 것이었다. 이전에도 없었고, 김장우와 결혼하면 앞으로도 없을 것이 분명한 그것, 그것을 나는 나영규에게서 구하기로 결심했다.’


나는 안진진이 결국 ‘확실함’을 선택했다고 느꼈다.

안정감일 수도 있고, 돈일 수도 있고, 혹은 감당할 수 있는 미래의 무게였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마지막은 이렇게 끝난다.


‘인생은 탐구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면서 탐구하는 것이다. 실수는 되풀이 된다. 그것이 인생이다...’


이 문구를 정확하게 이해하진 못했고, 내 식대로 해석하자면 이렇다.

안진진왈,(저의 해석)

나영규와의 삶은 이모가 말한 ‘무덤 속 같은 평온’이겠지만 살아보면 다르겠죠.

평온하지 않아도 ,,인간은 결국 실수를 되풀이 하고 마는 거니까요.


그래 , 실수인줄 알면서도 선택하는 것 또한 인생의 모순이겠지..

나였으면 연애는 필수, 결혼은 선택. 가슴이 시키는 대로 하면 돼.

라는 노래가사처럼

둘 다 만나보고도 결혼은 아마 나 몰라라 했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나는 감정적이고 ,마음이 움직이는 방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니까.

그런 면에서 주인공 진진은 누구의 뒤통수도 치지 않고 선택을 감행한다.

그게 이 옛날소설의 한계라고 느껴지긴 했지만,

인생에 있어 결혼이 필수, 연애는 선택이었다면 그럴 수도 있지라고 납득이 되었다.

그래서 결국, 진진의 선택은 옳고 그르고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저, 그녀가 견딜 수 있는 모순을 고른 것뿐이니까.


오늘도 우리는 수많은 모순과 수많은 선택 속에 살아간다.

그것이 어떠한 결과를 가져올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살아간다는 건 결국

모순과 선택 사이에서 나의 모든 것을 걸고 행동으로 나아가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소설 시작부터 나를 사로잡았던 안진진의 말 하나를 남기고 이 글을 마친다.


“그래. 이렇게 살아서는 안돼! 내 인생에 나의 온 생애를 다 걸어야 해. 꼭 그래야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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