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훗날 우리>, 이별 후에 남는 사랑

우리는 영원히 사랑할 수 있을까 / 영화리뷰

by 도씨


살다보면 마치 내 이야기같은 글과 노래와 영화들을 만나게 된다.

내 이야기가 글로 보이고,

노래로 들리며,

영화로 상영된다.


특히 사랑에 관한 한 그 현상은 더욱 명해진다.


영화 <먼 훗날 우리>는 그런면에서 나를 이끌어 앉혀놓았다. 그리고 그 선명함으로 인해 몇 번이나 정지버튼 눌러 눈물을 훔치다가 겨우 다 보았다.


시작은 남자주인공 첸칭과 여자주인공 샤오샤오가 우연히 기차에 만나는 것으로 시작된다.


샤오샤오는 보통의 여자들과 조금 다르게 욕도 잘하고 당차고 담배도 잘 피우는 쿨한 여자였다.

그런 샤오샤오와 첸칭은 첫만남 이후로 남자사람 친구, 여자 사람 친구로 잘 지낸다.


돈도 없고 직장도 변변치 않지만 오로지 꿈을 좇으며 둘은 퍽퍽한 북경생활(한국의 서울같은)에서 친구로 의지하며 지낸다.


첸칭은 언젠가 자신이 만든 컴퓨터 게임에 대한 꿈을 가지고 고시원 같은 작은 골방에서 생활하며 직장을 다니다가 잘 풀리지 않아 결국 길거리에서 포르노 비디오를 파는 지경에 이른다.


샤오샤오는 역경의 연애(?)를 몇 번이고 하며 괜찮은 남자를 찾지만 그 연애는 좀처럼 잘 풀리지 않았고,

유부남과 사기연애까지 하게된다.


그렇게 찬란하지만 구질구질한 현실 속에서 어느 날 그 둘은 연인이 된다.

작은 골방에서 서로의 삶을 얘기하면서 울다가 함께 그 밤을 보내게 되어서다.


나는 특히 그 베드씬을 표현하는 방법이 마음에 들었는데,

다 벗은 남녀의 섹스를 표현하기 보다는 다닥다닥 붙은 골방들의 전체를 내려다보는 구조로 표현해

마치 반짝반짝 빛나는 축복의 풍경이 된다.

가족들과 있는 골방, 파티를 하는 골방, 그리고 연인의 시작을 의미하는 골방 전체가 아름다운 풍경처럼 보인다.


이 장면이 좋았던 건 단순히 섹스 때문이 아니라,

사랑이 시작되는 방식이 언제나 그렇게 비좁고 궁색하다는 사실을

영화가 너무 정확하게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특이하게도 샤오샤오는 그 뒤에도 그저 친구로 지내자면서 첸칭에게 선을 긋지만

그것도 잠시 그들은 연인이 된다.




먼훗날우리.jpg 친구가 연인이 되는 순간



하지만 구질구질한 현실은 좀처럼 변하지 않는다


마음을 잡고 작은 직장에서 둘 다 열심히 일하지만, 작은 골방을 벗어나기엔 북경에서의 현실이 결코 만만하지 않다.


첸칭이 다니던 직장마저 고객과 싸움질을 하여 둘은 더 작은 반지하 골방으로 쫓기듯 이사를 가게된다.

샤오샤오가 사랑하던 주워다 쓰던 다 찢어진 소파조차 들고 가지 못하는 골방으로...


소파가 있던 골방에서도 라면을 나눠먹고, 버스를 기다려 타는 생활을 이어갔지만

이사를 간 볕도 잘 들지 않는 반지하 골방에서는

첸칭은 인생의 밑바닥을 기며 헤드폰만을 끼고 게임만 하며 생활해 샤오샤오는 점차 지쳐간다.



골방라면.jpg 나눠먹는 라면은 달콤하다





버스를 기다리며.png 비싼 택시대신 버스를 기다리며


나는 여기서 골방같은 원룸에서 연애하던 추억이 되살아나 몇 번이고 정지버튼을 눌렀다.

청춘은 너무 가난했고, 청춘의 연애는 너무나 반짝였다.


샤오샤오는 결국 그를 떠난다.

첸칭은 붙잡을 수 있었지만, 결국 붙잡지 않는다.


그렇게 그들은 다시는 볼 수 없게 헤어진다.

샤오샤오를 잃고 나서야 정신을 차린 첸칭은 자신이 만든 게임으로 크게 성공한다.


게임스토리는 떠난 여자캐릭터를 남자 캐릭터가 찾고, 찾지 못하면 세상은 무채색으로 변한다.

그리고 찾으면 '미안하다'고 말하며 온 세상이 다시 컬러화면으로 돌아온다.


10년 뒤 그들은 우연히 비행기에서 마주쳐 옛이야기를 하며 내리는 폭설처럼 많이 울게된다.


영화 자체의 화면도 과거는 밝고 깨끗한 컬러화면이지만, 현재는 무채색으로 표현된다.

그 표현이 너무나 신선하고 과거와 현실을 헷갈리지 않게 하는 장치가 된다.


겨울.png


그리고 현실의 나도 많이 울게된다.

영화를 견디다 못해 거의 10년 전 옛 애인에게 연락을 해버렸다.

결과는 당연히 너무나도 시원하게 차이는 것이었지만.

그러니 술을 마시고 슬픈 재회를 꿈꾸는 일은, 하지 않는 편이 낫다.


중간에 한번 첸칭은 자신이 게임으로 성공하고 골방이 아닌 멋드러진 북경의 집을 샀다고 샤오샤오를 잡지만

샤오샤오는 내가 집을 사고 돈이 많으면 너에게 돌아갈 줄 알았냐며 잡히지 않는다.


이 부분에서 샤오샤오가 잘 이해가지 않았지만,

인생에 힘든 상황에서의 그의 태도를 보며 너무나 지쳤던 것이 아닐까란 게 나의 해석이다.


그리고 재회했을때, 첸칭은 이제 모든 걸 다 해줄 수 있지만 유부남이라 샤오샤오에게 더 이상 무엇도 해줄 수 없다며 울고, 샤오샤오는 내가 널 떠났던 것이라고 말하며 운다.


마지막으로 포옹을 하며 그들은 자신의 자리들로 돌아간다.


마지막.jpg 마지막 포옹


영화는 끝이 나지만,

이별 이후 각자의 자리로 돌아간 두 사람의 사랑을 여운 있게 남긴다.

그리고 현실 역시, 다시 색을 되찾는다.


나는 이 영화의 엔딩크레딧까지 견뎠다라고 표현하고 싶다.

추억이 상영되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생각보다 잔인했다.


이 영화는 이별 뒤 새로 시작되는 사랑이 아니라,

끝났음에도 마음속에서 오래 지속되는 사랑을 그려낸다.

물론 유부남과 솔로인 여자가 울고불고 뭐하는거지?라며 고개를 갸웃하긴 했다.

하지만

마음속에 영원히 남을 추억으로 새로 시작되며

무채색에서 컬러로 돌아오는 연출 앞에서는 울지 않을 수 없었다.


차인 이후, 이런 글을 쓰니 더 참담하지 않을 수 없어서 몇 번이고 같은 노래를 들으며 쓴다.

그들은 10년을 잃었고, 나는 14년 정도를 잃었다.


노래는 화사의 'Good Goodbye'가 그 노래다.

마치 혼자 남겨진 샤오샤오가 듣고 시원시원하게 춤 췄을 거 같은 노래.


그리고 계속 맴도는 가사 몇 줄을 마지막으로 글을 마친다.




안녕은 우릴 아프게 하지만 우아할 거야

...

Don't worry it's okay

난 내 곁에 있을게

...

후회조차도 goodb-ye




https://youtu.be/Qe8fa4b5xNU?si=qkhG5_iVQ8Tfidc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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