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먹한 시 - 민구의 '엄마를 이겼다'

오열의 포인트

by 도씨



< 엄마를 이겼다 >


민구


엄마를 이겼다


총이나 칼이 아닌 말로 이겼다

손이나 발이 아닌 입으로 눌렀다


코피가 멎지 않는 사람처럼

엄마 얼굴이 벌게진 채 운다


둘 중 하나가 피해야 끝나는 싸움


나는 무릎을 털고 학교를 가다가

내 말에 뼈가 있었는지 생각한다


생선 가시는 잘도 먹던데

내 말을 삼키지는 못하나보다


멍하니 횡단보도를 건널 때

신호등에 빨간 불이 들어올 때


전깃줄에 앉은 참새가 날아갈 때도

훌쩍이는 뒷모습이 생각난다


엄마를 이겼다

이겼는데 이긴 것 같지 않다


지고 싶지 않았는데

이미 나는 진 것 같다


엄마가 이겼다.




사람에게는 하나씩 눈물샘을 발로 빵 차인듯이 울게 되는 어떤 포인트가 있다고 생각한다.

총을 장전하듯이 눈물을 내내 머금고 있다가 웃음이 새어나오듯이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리는 그 지점.


내겐 그것이 딱 엄마인데,

평소처럼 아무 생각없이 습관적으로 의미없이 SNS를 돌다가 이 시를 만났다.

그리고 첫 줄부터 마지막 줄까지 곱씹고 곱씹다가,

빵,하고 울어버렸다.


시 구절처럼 코피가 멎지 않는 사람처럼 얼굴이 벌게 진 채로 울었다.

집이었으니 망정이지, 길거리에서 그랬다면 핸드폰을 보다가 울어 사연있는 여자가 될 뻔했지 뭔가.


생선가시는 꿀떡 삼키면서도 자식의 말에는 가시에 찔린듯

으앙하고 울어버리는 엄마의 훌쩍이는 뒷모습이 눈에 선했다.


흔히 자식을 자랑하는 부모에 대해 '고슴도치 맘'이라고들 하는데 나는 그 말이 딱이라고 생각한다.

항상 가시있는 고슴도치를 , 꼬옥 안고 사랑하면서도 그 가시에 찔려 울어버리는게 부모인 것 같다.


본능적으로 고슴도치는 항상 가시를 돋우고 이기려고 상처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만 해주고 한없이 지는 사람을 누가 이기겠는가.


눈에 선한 엄마의 상처받음을 보고 나도 몰래 내가 졌구나 하던 순간들이 생각났다.

평소엔 엄마지만, 울 때는 사람인 엄마의 사랑에 속절없이 패배하는 것이다.


엄마 미안해. 엄마 사랑해.

그 말에 왜 그리도 인색했을까.


가시가 박혀 피가 철철 나도,

말로 뭉개도

엄마는 그 몇 마디 말에 또 울다가 웃어줄 사람이었을텐데.


져주는 엄마, 이긴 나.

하지만 결국 사랑 앞에 단한번도 이기지 못한 나.


그 모순과 사랑에 관한 시다.


엄마가 구워준 생선구이가 한번만 먹고싶어진다.

가시조차 삼킬테니

목구멍이 따가워도 좋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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