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 스포일러 주의
먼 훗날 우리 리메이크작인 '만약에 우리'가 개봉했다고 해서 보러갔다 왔다.
이미 다 아는 내용이니 눈물은 한방울도 흘리지 않고 평가만 할테다. 훗.
하고 자신만만하게 들어갔다가 큰 코를 다쳐 울다 나왔다.
남자 주인공인 구교환(은호)을 디피를 보고나서
화면 장악력과 연기력 때문에 아주 좋아한다.
그런데 생각보다 그는 별로 빛나지 않았다.
오히려 여자 주인공인 문가영(정원)의 연기가 아주 좋았다.
철없고 어린 시절의 정원, 둘 다 힘든 시절의 정원, 성숙하여 성공한 정원.
모두 다 사랑스럽고, 아프고, 너무 커버려 슬프다.
이 영화의 잔인함은 사랑이 완전히 끝나고 난 뒤 재회했기 때문이 아니라
사랑했던 사람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너무 잘 자라버렸다는 데 있었다.
구교환은 연기는 잘했지만, 마치 내가 한때 상처받았던 누군가를 떠올리게 해서인지 그다지 매력적으로 보이진 않았다.
특히 자신이 실패하고 있다고 해서 여주 정원에게 상처주는 말만 해놓고,
미안하다고 사과하는 장면에서 아주 훅 싫어져 버렸다.
자세한 리뷰는 '먼 훗날 우리'에 다 써버려 특별히 쓸 말은 없지만 ,
가슴 속에 사진처럼 찍히는 장면과 대사가 많았다.
특히 정원이 서울의 작은 고시원에서 손바닥만한 햇빛을 보며
아 나는 햇빛도 손바닥만큼밖에 가질 수 없다고 실망하자,
은호는 자신의 원룸 커튼을 확 치며 , 환히 들어오는 햇빛 모두를 정원에게 준다.
이 햇빛 너 다 가져. 라고 하면서..
환히 들어오는 햇빛처럼 둘의 청춘과 사랑이 너무 눈부셨다.
그 장면에 울컥하여 둘이 헤어질 때보다 더 울었다.
좋아하는 여자에게 햇빛을 넘치게 준다니 ,너무 낭만적이잖아요.엉엉.
그렇게 둘은 친구 사이라는 허울로 얼마간을 지내다가, 결국 연인이 된다.
보육원에서 자라 집이 있는 기분이 어떨지 궁금해하던,
심지어 서울에 집을 하나 갖는게
또 집을 하나 짓는게 꿈이던 정원은
재회 후 헤어질 때도 은호에게 말한다.
그 때 내 집이 되어줘서 정말 고마워 은호야.
라고.
사랑이자 사람이자 남자이자 집이자 그 시절 정원의 모든 것이었던 은호.
그 의미가 너무 와닿아 또 훌쩍.
결국 성공한 건축가가 되어 은호와 함께 꿈꾸던 집을 지어 살고 있던 정원.
그 멋있음에 또 한번 훌쩍.
남주 은호는 원작처럼 이미 결혼하여 아이도 있는 유부남이라 그저 서로가 서로를 놓쳤다며 운다.
그리고 서로를 안녕이라며 잘 보낸다.
한 때는 심장도 떼주겠다며 입을 맞추던 사이가
영영 남이 되는 순간을 목격하는데 또 눈물이 빠질 순 없었다.
그 외에도 헤어짐을 결심하고 버스에서 은호의 번호를 삭제하며 우는 정원의 모습.
이젠 폐쇄되어버린 싸이월드가 사랑의 시작점이자 끝나는 지점이 되는 모습.
그런 예전 현실 추억들과 옛사랑에 흠뻑 취할 수 있는 영화였다.
그래서 나는 이 영화를 다시는 보고 싶지 않으면서도, 이상하게도 다시 보고싶다.
아마도 몇몇 장면들은 오래 기억하게 될 것 같다.
시간을 많이 지나온 사람들만 알 수 있는
끝난 뒤에도 아린 사랑이었으니까.
상처는 아문 듯해도, 다 아물어도
아픔은 가시지만 기억과 흔적이 남는다.
영영 아린다.
그런 이야기.
오랜만에 영화관에서 멜로영화 볼 수 있어 좋았다며
흐르는 눈물과 콧물을 닦아내다가 개운하게 영화관을 나섰다.
나오자 찬바람이 스친다.
아 나도 그런 마음이 있었지
아 나도 그런 사랑이 있었지
한때라는 이름으로 묻어버린 사랑은
다 어디로 갔을까.
좋아하는 걸 여러번 보고, 듣고, 쓰는 타입이라
원작도 보고, 리뷰도 이미 썼었어요.
개인적으론 원작에 더 마음이 갑니다.
링크는 아래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