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남의 기쁨과 슬픔

생일의 존재

by 도씨


부처님과 예수님과

나의 같은 점은

바로 생일이 있다는 것이다.


부처님이 오신 날에 절들이 축제인 것도

예수님이 태어나신 날에 파티의 연속인 것도

모두에게 좋고 즐거운 일이니 절로 납득이 가는 일인 건 맞다.


그런데 나같은 인물이 태어난 건 꼭 기뻐야할까?


나는 태어날 때도 엄마 속을 많이 썩였다.

자연분만을 하겠다고 이박삼일을 고생하다 결국 엄마의 배를 째고 등장했으니..


엄마의 무용담같은 그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나는 내가 태어난 게 기뻤어야 하는가? 라는 의문에 빠진다.


그 얘기를 듣고 한 날은 엄마에게

엄마. 나는 아마도 엄청 태어나기 싫었던 것 같아.

라고 했다가 등짝을 크게 맞았던 기억이 있다.


그렇다고 나의 생일을 기뻐해주고, 축하해주지 않으면

못내 서운함 맘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왜냐하면 다들 축하를 받으니 , 나 혼자 슬퍼 울 수도 없고

나 혼자 싫다고 손사레 치기엔 내 맘 속 깊은 곳에도 축하 받고 싶단

마음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삶이 힘들고 고단해질 수록 의문이 고개를 드는 것이다.


내가 원해 태어난 것이 아닌데도 스스로 짊어져야 하는 탄생의 무게가 나는 진정 기뻤었나?


내가 나를 소중히 여기건 아니건 간에

생일은 지구에 한 세계가 더 생긴 날이니

지구에게는 정말 좋은 일이었을까.


잘 모르겠다.

그러다 '나의 해방일지'의 맏언니 염기정과 태훈의 에피소드에서 비슷한 이야기를 주웠다.


염기정은 임신테스트기를 샀다가 태훈의 딸에게 그 장면을 목격당한다.

혹시나 임신일까 책임져야겠단 생각으로 가득했던 그의 남자친구 태훈은

임신이 아니라는 기정의 말에

자신도 모르게

"다행이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거듭 사과를 하고 , 나중엔 이런 이야기를 한다.


책임지는 게 힘들어서가 아니라

태어난게 힘들어서 자기도 모르게 다행이다란 말이 나왔던 것 같다고

변명한다.


나는 그 대화를 듣고, 나만 그런 것이 아니구나 싶어 태훈의 다행이다를 납득했다.


생일엔 축하를 기다리게 된다.

누군가 꼭 나의 탄생을 환영하고 축하해주길 .

한 마디라도 해주고, 선물을 받고 싶은 마음이 고개를 든다.


가끔은 그런 스스로가 우스웠다.

이 나이 먹고도 산타클로스같은 일들을 기다리는 것이 ..


나에게도 부담, 남에게도 부담.


하지만 축하받으면 기쁜 마음은 숨길 수 없는게 인간 그 자체이겠지.


그 모순을 안고 축하를 받으면 항상 조금 불편하게 웃었다.

당연한 행복을 당연하게 받지 못하는 슬픈 인간인 것도 역시 나이니까.


당연하게 누리는 생일이란 어떤 것일까.


태어나서 나는 좋았던 일보다 힘들었던 일을 꼽는 것이 더 쉬운데..

그래서 하루라도 웃으라고 생일이 있는 걸까.

아니면 나이듦의 슬픔을 덜어내라고 생일이 있는걸까.


내 모든 질문에 정답은 없을 것이다.

삶은 뭐든 자신이 생각하는 대로 나아가는 것일테니까.


다만 당연히 행복해야 하는 날에

미역국을 끓여주는 엄마가 더 이상 없어서

매년 조금씩 더 슬퍼진다는 사실.


그 부재만이 덩그러니 자꾸 남는단 사실이 아플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