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씨 첫소설
“에취!”
오늘도 재채기가 난다.
잠깐 집 밖을 나섰을 뿐인데 찬 공기보다 먼저 옆집 사람을 마주해버렸다.
나는 저항할 수 없이 오소소 소름이 돋고, 동시에 재채기를 내뱉는다.
“에취!!”
연거푸 재채기가 이어지자 공기가 갑자기 무거워진다. 코를 틀어 막아보지만 소용없다.
어쩔 수 없이 후다닥 재빠르게 피해 달린다.
멀리. 더 멀리. 아주 멀리.
사람에게로부터 도망갈 거야.
며칠을 제대로 먹지도 않고, 잠만 내리자며 집안에만 틀어박혀 있었다.
신선한 공기가 마시고 싶어 나왔는데, 바로 옆집 사람을 마주치다니.
빠르게 도망을 잘 쳤다 싶어 조심스레 주위를 둘러본다. 다행히 사람이 없다.
일부러 인적이 드문 새벽 다섯 시에 집을 나선다.
언제부턴가 사람을 마주치면 숨 돌릴 틈도 없이 재채기가 터진다.
짧은 지식으로 추정하자면 이것은 분명 ‘사람 알러지’다.
사람이 사람에게 알러지가 있다니 우스워져 병원도 찾지 않았다.
나를 바로 미친 사람 취급해 가둘게 빤해서였다.
찬찬히 들숨과 날숨을 쉰다. 찬찬히 호흡이 돌아온다. 살 것 같다.
한 발자국씩 동네를 걷기 시작한다. 익숙한 풍경. 익숙한 공기. 익숙한 가게들.
조금씩 앞으로 나아갈 때마다 마음이 편안해진다.
겨울이라 밤이 길어 어스름한 것도 마음에 든다. 새벽이지만 꼭 저녁을 걷는 기분.
발걸음도 조금씩 가벼워져 빠른 걸음이 된다.
따뜻한 커피라도 한잔 사서 들어가야지 하다 이내 새벽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이때쯤 여는 곳은 무인 카페가 있지만 그 곳은 너무 멀다.
누군가를 다시 마주칠지도 모르니 발걸음을 재촉해 편의점으로 향한다.
마스크를 가져올걸. 생각해보니 계산을 하려고 해도 사람이 해줄텐데..
물끄러미 투명한 편의점 문 안을 바라본다.
증상이 시작된 뒤로 내가 사람 속에는 전혀 섞여 살 수 없다는 것만 깨닫게 된다.
갑자기 마음이 몹시 외로워져 울컥 하려는 순간에 편의점 형이 나를 알아보고 문을 열어버린다.
“야, 오랜만이다?”
아프기 전 자주 찾았던 곳이어서 얼굴과 대화를 튼 상태였단 사실이 생각났다.
방심이다.
악수를 청하듯 내미는 손에 정신이 혼미해진다.
온갖 기억이 나를 집어 삼킨다.
뒷통수를 갈겨맞던 기억, 가혹한 발차기로 명치께를 얻어맞아 숨이 턱 막혀 죽을 것만 같던 숨, 코피가 터지고 입술이 터지던 기억, 눈알께를 주먹으로 맞아 손으로 눈이 잘 달려있는지 더듬던 기억...
내민 손을 무시하고, 짧게 목인사를 한 뒤 바로 다시 달린다.
“에취!에취!!에취!!!”
달리기 한걸음에 재채기 세 번. 달리기 한걸음에 재채기 네 번.
기억이 점점 더 강해지고, 달리는 내 발 또한 빨라진다.
하지만 재채기는 멎을 생각이 없다.
더 빨리. 더 빨리 집으로, 집으로 가야해.
집안에만 누워있던 다리를 바삐 움직이니 호흡이 심하게 가쁘다.
거기에 끝나지 않는 재채기로 숨은 폐로 들어가지 않고 내뱉어지기만 한다.
정신이 몽롱해져 정신적 공황이 찾아와 나를 쓰러뜨리기 직전에 집으로 들어선다.
“이 시간에 어디 갔다 와? 걱정했잖아.”
익숙한 누나. 착한 누나. 좋은 누나. 재채기가 안 나는 나의 누나.
현관문에 기대어 가쁜 숨을 돌린다.
나는 안전하다. 에취!.
나는 괜찮다. 에췩!
저건 누나다. 에취!
나는 괜찮다..괜찮다..영원히 괜찮을 거다..
어지럽던 호흡이 내려앉고, 어지럽던 머릿속이 평안을 되찾는다.
“왜 그래?”
이번에도 대충 목만 까딱하고 물 한 잔을 마신다.
바로 이불 안으로 들어가 내 세상으로 돌아온 기분을 만끽한다.
그러다 이내 눈에 눈물이 차오른다.
한바탕은 할 양이었다.
곡소리하듯 엉엉 울면서 혹시 누나가 들을까 이불 안으로 얼굴과 눈을 틀어막는다.
그렇게 해서 막아질 눈물이라면 이불 솜까지 뜯어 눈,코,입을 틀어막고 싶단 심정으로..
쉴새없이 맞으며 들었던 욕들이 생각난다.
재수없는 새끼.
더러운 새끼.
그냥 보고만 있어도 기분 더러워지는 새끼.
죽이고 싶은 놈.
*같은 새끼야.
“시발!!!!”
작은 욕지기와 눈물이 같이 흘러나온다.
언제까지 기억속의 저 목소리들이 나를 지배할 심산인걸까.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모르겠다.
울다 지쳐서 잠이 들었던 것 같다.
속절없이 배가 고팠다.
방 밖으로 슬그머니 발걸음을 올린다. 다시 어둠인 것을 보니 많이 잠들었었던 같다.
사료를 씹어 삼킨다.
물을 마신다.
거울을 본다.
고양이가 있다.
팔,다리엔 날카로운 손톱이 달려있다.
온 몸에 검은 털이 솟아나있다.
에메랄드 빛 눈동자가 나를 꿈뻑꿈뻑 쳐다본다.
“나비야, 잘잤어? 뭘 그렇게 물끄러미 봐? 그거 너야.”
누나가 말한다.
대꾸없이 높은 곳으로 올라가 엎드린다.
다시 잠이 든다.
정말이지 생전 처음 써보는 소설입니다.
소설은 어렵다는 생각을 하며, 오래 망설이다가 올립니다.
요 근래 시만 쓰다 보니 스스로 지겨워져서
구상만 하던 단편소설을 하나 꺼내 보았습니다.
끝까지 읽어주셨다면, 오늘도 감사합니다.
추운 날들이네요.
건강 조심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