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오늘도 살아남기
예전에는 삶에 거창한 목표와 높은 이상을 향해 쉬지 않고 나아가는게 멋진 인생이라고 생각했다.
삶은 그렇게 살아내야만 멋지고 강해지고 성공하는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매번 숨었다.
목표도 이상도 멋있음도 강함도 성공도
내가 가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끈기도 없고 , 꿈도 없고 박명수 말대로
꿈은 없고 그냥 마냥 놀고 싶었다.
그래서 놀았고, 갈 수록 집에만 숨었다. (이건 살만한 지금도 그렇지만)
나이먹을 수록 더욱 나는 나를 더 창피하게 여기게 되었는데,
돈벌이를 제대로 못해서였다.
1인분의 삶도 제대로 감당하지 못하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그 기분은 항상 나를 잔뜩 주눅들게 했다.
작아질대로 작아져 먼지가 되어 날리고 싶었다.
친구들과 지인들은 보란듯이 평범하게, 혹은 유능하게 잘 살았다.
꼬박꼬박 월급도 받고 직위도 오르고 가정을 꾸리고 꿈의 직장을 얻는 등등등등...
그래서 항상 작아진 먼지인 내가 흩날려 사라지는 꿈만을 장래희망으로 삼았다.
누군가의 기억에서도 가족의 기억에서조차도 사라지고, 먼지로 흩어져 육신도 사라지는 것을 바랬다.
그렇게 어둠의 시기를 보내면서도 살기는 살아낸 나는
어느 날 문득 내가 가질 수 없는 것만을 꿈꾸듯이 살지 않았나 싶었다.
지금의 삶을 선명하게 살아온 것이 아니라,
멋져졌을 어느 날 나의 삶을 꿈꾸기만 하고 현실엔 발을 놓지 못했다는 생각.
그래서 악몽을 꾸듯 더 헤매기만 했단 생각 말이다.
그래서 사소하게 행복해지기로 마음 먹었다.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들은 누군가의 신곡이 좋아서,
밥을 먹고 부른 뱃속에 아이스아메리카노를 사서 마실 수 있는 정도의 여유가 있어서,
폰 게임의 최고 기록을 깨서,
그렇게 손에 잡히는 사소한 것들을 붙잡고 살아내기로 했다.
성취감도 마찬가지였다.
책 한권을 완독해서,
영화 한편을 보고 리뷰를 써서,
넷플릭스 드라마 시리즈 하나를 다 봐서,
그렇게 나는 사소하게 이룬 것들로 인해 성취감을 느꼈다.
별 것 아니지만 내가 해냈다는 느낌 자체가 행복했다.
심지어 요즘은 빨래를 하면서도 성취감을 느낀다.
세탁기와 건조기를 오가며 빨래를 다 정리하면서
잘 마른 빨래에서 나는 섬유유연제 향이 좋다.
집밖에는 나가기 싫어서 창가자리에 앉아서 맞는 햇살이 따뜻해서 좋다.
두쫀쿠를 한알이라도 사 먹고 달콤함을 느낄 수 있어서 좋다.
보고 싶은 드라마가 , 영화가, 책이 많다.
손만 뻗으면, 돈을 조금 쓰면 금방 닿을 수 있다.
그래, 아직 행복하다.
예전에는 이런 것들을 성취나 행복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남들이 보기엔 아무것도 아닌 것들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안다.
사소한 하루를 끝까지 살아내는 일도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것을.
내가 살아냈고, 살고 있어서 참 좋다.
그냥 살아 숨쉬기만 해도 결국은 먼지가 되지 않은 채
따뜻해져 가는 봄날의 향기를 맡을 수 있어서 좋다.
돌아오는 봄에는 좀 더 열심히 살고 싶어지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그냥 이렇게, 사소하게 살아간다.
안녕하세요. 도씨입니다.
쓰다보니 다섯 편의 결이 비슷해서 시리즈처럼 묶어 발행하게 되었어요.
다섯 편으로 끝인 '어떤 삶'입니다.
시작할때는 별 다른 인사를 안 했는데,
그래도 시리즈니까 마침표 찍는 말은 써야 할 거 같아서 .. 씁니다.
후에 또 '어떤 삶'에 관해 생각이 나면 6편도 나올 수도 있지만,
지금으로선 여기까지 입니다.
다른 주제로 이번 브런치북은 계속 될 거니까
계속 지켜봐주세요.
봄이 옵니다. 따뜻하고 포근하게 지내시길 바래요.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도씨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