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살에 맞이하는 싱글 키친 라이프
음식 관련 업종에서 일을 한 지 15년 차에 들어서지만 딱히 제과나 요리를 위한 스튜디오를 가질 포지션의 기술자로 일하지 않아서일까? 글 또는 콘텐츠로 산업을 풀어가는 업무가 주가 되어인지 키친의 중요성보다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키보드를 두드려야 하는 책상과 집중이 가능한 환경이 더 절실했다.
2015년 7월 1일
김혜준 컴퍼니라는 이름으로 사업자를 내고 2-3년 후에서야 독서실 크기와 비슷한 공유 사무실을 얻었다. 월 40만 원의 그나마 좀 덜 부담이 되는 비용으로 나는 온전히 방해받지 않을 작은 책상과 선반이 있는 공간을 구하게 되었다.
그 당시의 나는 1인 사업자로 큰 대책과 꿈 없이 덜컥 사업자 등록증을 냈던 김 사장인지라 마냥 차 한잔 마음대로 우려 마시며 서류일이나 원고일을 할 수 있는 것 자체가 무척이나 뿌듯하고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해가 지날수록 인간의 욕망은 커져가는 법. 특히 육수 사업을 하게 되면서 간단한 레시피 테스트나 샘플링을 할 일이 많아지며 생각이 많아졌다.
2020년 4월 25일
처음으로 11평 정도 되는 신축 오피스텔 월세 계약을 했다. 사업자로 오피스텔을 구하는 일이 이렇게 선택지가 좁은 지 처음 알게 되었고 무언가 쉽지만은 않은 무거운 마음으로 도장을 찍었다. 신축이라 빌트인 가구들과 오븐이 구비되어 있다는 점과 한눈에 다 들어올 정도로 작은 크기가 당일 바로 계약을 하도록 마음을 이끌었다(청소를 계속해야 하는 피곤한 성격인지라) 그렇게 나의 작은, 온전한 키친이 탄생했다. 더 이상 엄마의 눈치를 보지 않고 그릇과 장비들을 사서 채워 넣을 수 있었고 일을 하다 생각나면 바로 요리를 해서 테스트를 할 수 있었다.
결혼 생활에서 시작되는 키친 라이프가 아닌 40살의 진정한 싱글 키친 라이프가 시작되었다. 내가 만들고 내가 어지르고 내가 치워야 하는 숨 가쁘게 바쁜 이 생동감 있는 공간과 활동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