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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빵요정 김혜준 Aug 29. 2021

[일본 요리] 나폴리탄 소스

누가 나폴리탄을 사 먹니?



나폴리에는 없고 일본에만 있는 나폴리탄 스파게티


잦은 일본 출장의 일정 속에서 개인 자유 시간이 주어지면

꼭 찾게 되는 곳이 킷샤텐이다. 담배연기가 소파에, 바 나무 의자에까지 깊이 배어버린 그 특유의 먼지 향기와 함께 말이지. 르네상스풍 커피잔과 소서에 담겨 나오는 강배전 드립 커피와 은색 오발형 쟁반에 빨간 토마토 케첩에 버무려진 약간 불어버린 듯한 그런 면발을 떠올려 본다.


전쟁의 상흔은 늘 음식 또는 재료의 유입과도 깊은 관계가 있다. 기브 미 어 초콜릿이 연상되는 6.25 시절, 일본 또한 외국의 식재료의 유입이 한창이었고 특히 토마토케첩과 같은 가공식품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요코하마의 호텔 ‘호텔  그랜드(ホテルニューグランド)’의 이시브시 토요키치 셰프가 처음 그 토마토케첩으로 만든 스파게티가 오늘날의 나폴리탄 스파게티가 되었다고 전해진다. 이 셰프가 추후 독립을 해서 오픈한 경양식 집도 지금까지 운영 중이라고 한다.


사설이 길었다.

아니 실은 아직 반도 안 했다.






사설 2탄으로 가자.


맛있는 나폴리탄 맛집을 묻는 내게

일본의 미슐랭 셰프들은 늘 난감해했다.


나리사와 셰프의 와이프 요코 상은

“다음에 내가 작업실에서 직접 만들어 줄게! 밖에서 사 먹는 맛은 그 맛이 안나지..”라고 했고


Den 자이유 셰프는 자신의 단골집을 소개해줬다.

그곳은 이제 나의 단골집이 되기도…

나중에 꼭 소개할 수 있기를 바래 본다.


지역 마다도 나폴리탄을 즐기는 방법이 다르다.

나고야에서는 철판에 계란 지단을 깐 후에 나폴리탄 스파게티를 올려 서빙하기도 한다.


이렇듯 재미있는 나폴리탄 스파게티에 포옥 빠져있는 내게 일본에 거주 중인 지인 언니께서 귀한 선물을 들고 오셨다.


바로 오타후쿠의 나폴리탄 소스!

그것도 이 본사가 있는 지역에서만 판매하는 한정 제품이다.

워낙 오코노미야끼 소스로 유명한 일본 내 1위 소스 회사인지라 비건 소스나 다양한 제품군들이 사랑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나폴리탄 전용 소스라니. 신박하다 역시.





양은 나의 기준으로 2-3회 정도 해 먹을 수 있는 200g


자세하게 가이드가 적혀 있지만

나는 또 내 맘대로 만들어 먹겠지…




심플해야 맛있는 것이 나폴리탄이 아니더냐.


재료 

나폴리탄 소스 (없으면 케첩과 우스터소스 약간)
스파게티 150g (이라고 쓰지만 원하는 만큼)

양송이버섯 2개 (정통으로는 통조림 양송이가 더!)
피망 약간
비엔나 소시지 6개 (양은 기호대로)
양파 1/4개





여기서 tip은 면을 삶을 때 양파를 데친다는 점.

추후 조리에서 숨이 너무 죽는 것도 방지하고 아삭함을 유지하기에 좋다. 물론 면에도 양파의 풍미가 덧입혀짐. 




면수를 약간 보관해 둔 후

면과 소시지를 볶다가 양파를 투하.





소스를 적당량 뿌려준다.


소스가 없다고 걱정 말 것.

우리에겐 토마토케첩이 있다. 물론 이것만 넣으면

산미와 가벼운 바디감이 있으니 우스터소스를 약간 더해주는 센스를 발휘해 보자.




손질해 둔 버섯과 피망을 더한 후

소스 + 면수로 점도를 조절하여 볶볶한다.




이 정도 비주얼이면 충분하지 않은가.


물론 맛 또한 훌륭하다. 실패하기 어려운 음식이기도 하고;;

시간이 된다면 계란 지단을 부쳐 밑에 깔거나 오므라이스처럼 덮어주는 기술을 시전해도 좋을 듯.


늘 그렇듯 요리는 도전이 불러일으키는 상승효과가 높다.


주말에는 나폴리탄 한 그릇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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