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 생각나는 싱그러움 21.07.29
손에 쥔 복숭아 한 알을 껍질을 까서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느껴지는 행복감은 마치 내가 구름 위 신선이 된 듯한 느낌마저 들게 한다. 그 은은한 달콤함과 코 끝을 차고 오르는 우아한 향기란.
딱딱한 복숭아, 물렁한 복숭아, 백도, 황도
그레이트, 마주카, 오도로끼(경봉), 아까쓰끼, 천중도..
등등 이제는 물성과 품종에 따라 수확시기를 기다렸다가
원하는 제품이 나왔을 때 골라 구매할 수 있다.
미당 농원의 백도 중 그레이트 품종을 주문했다.
딱복이지만 후숙을 거치면 약간 물렁해지는 아주 다디단 맛을 지닌 백도.
얼그레이 복숭아 절임은 인스타그램으로도 다양한 레시피가 알려지고 있지만 나는 작년부터 정착(?)한 교토의 요리 연구가 코히라 야스코 선생님의 레시피로 만들고 있다.
마침 이 책이 오랜 시간에 걸려 번역이 되어 출간이 되었다는 반가운 소식. 나와는 이런저런 인연이 많은 책이다.
2-3년 전 교토를 오다닐 때 일본에 사는 친한 언니가 매달 교토까지 와서 요리 수업을 듣곤 했는데 그 선생님이 바로 코히라 야스코 선생님이었다. 그것도 별개로 나의 ‘작은 빵집이 맛있다’부터 출간 준비 중인 책이 나올 늦여름 출판사에서 간단한 제철 안주요리 책을 준비 중이라고 했는데 동일인물일 줄이야.
번역은 나의 멋지고 소중한 친구 코카게가 맡아서 진행한 인연까지.
복숭아 절임이야 이 책에 실린 다양한 요리들 중 가장 난이도도 낮고 간단한 요리이고 입맛을 돋우는 맛깔스러운 메뉴들이 가득 채워져 있으니 집에서 손쉽게 솜씨를 부려 볼 이들에게 큰 도움이 될 듯하다.
다시 복숭아로 돌아오자.
그레이트는 물렁해지면 입 안에서 사르르 과즙과 함께
녹아내리는 참맛이 있다.
얼마 전 잠실 디저티스트에서 맛 본 복숭아 플레이트 디저트 역시 그레이트 품종이었는데 씨를 빼고 채운 크림의 풍성하고 부드러운 질감과 무척 잘 어울렸다.
여름의 호사라면 호사라고 할 수 있는 맛.
한 입 크기로 잘 자른 복숭아를 볼에 담는다.
길게 잘라도 무방함
화이트 와인의 당도에 따라 설탕이나 꿀을 가감하면 되는데
무스카토나 리슬링 추천. 나는 냉장고에 남아 있던 제라드 슐러가 있어 따로 당도를 더하지 않았다. 쨍하게 달콤하고 실키한 와인인지라 더할 나위 없는 완벽한 조합.
얼그레이는 가능하면 잎을 곱게 빻거나 갈아주면 좋다.
나는 믈레즈나의 크림 얼그레이를 그대로 뿌려주었다.
1봉 중 1/3만 사용해도 충분하다.
취향껏 가감하는 매력!
이렇게 병에 넣어도 좋고 편한 용기에 넣어 냉장고에 한두 시간만 놔둬도 충분이 맛이 든다.
바닐라 아이스크림 한 스쿱과 함께
또는 마스카포네 치즈와 함께 즐기기를 추천.
여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