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약속을 지킬 수 있으면 행복하다

by 김동순


약속을 못 지키면?



전화기를 꺼 놓았다고 합니다. 약속한 때까지 해결될 일은 아니었지만. “내일까지 입금하실 거죠?”라는 질문에 “네”란 대답 대신 “그렇게 해볼게요”라고 목소리 낮춰 말할 수밖에 없었답니다. 연체 기간이 아주 오래되어 그렇답니다. 이러다가 돈 때문에 죽는 게 아니라, 독촉에 시달리다 죽을 줄 알았답니다.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으니 ‘약속’할 수 없었답니다.


매출이 계속 떨어지는데 영업직원들은 위기의식조차 없고, 상품 개발도 부진해서 도무지 고객을 찾아가거나 경쟁할 엄두조차 나지 않는답니다. 영업담당 임원이 회사를 뛰어다니면서 다른 부문에 협력을 요청해도 되는 일이 없습니다. 사장과 회장은 당연히 하루가 멀다고 매출 실적을 챙기며 당신 어찌할 거냐고 재촉합니다. 해결할 방법도, 되는 것도 없으니 ‘약속’할 수 없었답니다.


스마트폰 문자 메시지로 하루에 수도 없이 밥 먹자, 커피 마시자, 어디서 만나자 같은 소소한 약속부터, 회사의 기안 문서나 은행에서의 대출계약서 등 부담이 가는 약속까지 많은 약속을 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지킬 수 있는 약속도 있고, 이런저런 사정으로 못 지킨 약속도 있습니다. 행복해지는 약속도 있습니다만, 지켜 내기가 아주 힘든 약속도 있었을 것입니다. 약속 때문의 고통이 없다면 다행입니다.


첫째, 경영자와 리더의 약속은 어떤가요? 이런 계층에서 만들어지는 약속에는 항상 서로에게 ‘바람(기대)’이라는 전제조건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주로, 업무 성과나 인사 명령이나 의사결정과정에서 말입니다. 약속하기 쉽지 않지만, 직원들은 약속을 듣고, 받아내고 싶어 합니다. 리더의 맞은편에 앉아있는 사람이 ‘하겠습니다’ 하더라도 그 말만 전적으로 믿고 있을 수는 없는 것이 리더의 입장입니다. 그들의 진행과 성과가 리더의 그것과 절대 무관하지 않기에 그에게 맡겨놓을 수만은 없습니다. 같이 연구하여 방법을 찾고, 실행을 지원하면서 성과가 나도록 관리해야 합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보상은 리더가 책임질 수 있는 선까지만 언급해야 합니다. 리더 본인의 권한을 넘어서는 보상을 약속한 것이 잘못되면 사기詐欺가 됩니다. 의사결정과정에서 약속은 Yes와 No를 분명히 해야 하는데, 그 이유가 타당하고 명백해야 합니다. 그래야, 하든, 말든, 대안을 찾든 할 것이니 말입니다. 이게 불분명한 의사 결정이 공공연한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아무튼, 리더 특히 경영자는 약속을 쉽게 할 수 없는 상황이 많습니다. 그러나, 한번 한 약속을 반드시 지키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이것이 당연히 경영자, 나아가서 조직 전체에 대한 구성원들의 ‘신뢰’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회사가 어려울 때나 잘 될 때나 경영자나 리더는 약속하기 전에 몇 번이고 심사숙고해야 합니다.


둘째는 자신과의 약속입니다.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 금연 결심과 같은 자신과의 약속은 10.2일 정도 지켜 낸다고 합니다.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는 게 쉽지 않습니다. 자신과의 약속은 사업에서 계약서와 같이 금전적 불이익을 책무 사항으로 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않으면 아무도 모릅니다. 그래서 어기기도 쉽고 합리화도 아주 쉽습니다. 바꾸기도 쉽습니다. 자기 약속을 반복해서 지킬 수 있다면, 본인의 자신감도 차근차근 쌓이게 되어, 좋게 발전하는 인생이 가능할 것입니다. 본인과의 약속을 지켜 내기 위해선 힘이 필요할 텐데, 그것을 ‘내공內攻’이라 할 수 있습니다. 내공이 강하면 자신의 안팎으로부터의 흔들림, 두려움 등을 잘 극복해내겠지요.


누군가 “내공은 3가지 액체로 이루어진다. 피와 땀, 그리고 눈물이다.”라고 했습니다. 피와 땀, 그리고 눈물이라... 맞습니다. 얼핏, 세상은 재미있게 살아야 한다,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웃으면서 살아야 한다고 하지만, 그렇게 살기 위한 준비가 바로 ‘내공 쌓기’ 아닐까요? 세상에 공짜는 없습니다. 내공이 없으면 만사가 자업자득自業自得이고 자승자박自繩自縛입니다.


내공이 향하는 곳은 꿈이고, 디뎌야 할 곳은 현실입니다. 이것이 ‘왜’에 대한 대답이고, ‘무엇’에 대한 답변입니다. 또한 ‘무아봉공無我奉公’하는 것이 요체要諦이자 기둥입니다. 피와 땀은 내가 흘리는 것이지만, 그 모든 과보果報는 모두를 위한 것이어야 거기서부터 나의 것을 얻게 됩니다.


꿈은 항시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닙니다. 꿈은 원래 이랬다저랬다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러든 저러든 꿈은 있어야 합니다. 목표가 자주 바뀌는 게 문제가 아니라, 목표를 잃는 것이 큰 난관입니다. 나이에 따라, 처한 상황에 따라 바뀔 수 있는 것이 꿈입니다. 현실에 발을 딛고 있기 때문이겠지요. 구덩이에 빠지면 올라와야 하고, 중턱에 있으면 고지를 향해야 하고, 다 왔다 싶었는데 큰 언덕이 보이면 또 오르기 시작하고, 그러다 이제 자신을 스스로 채워 ‘만족’하면 비로소 멈추게 되겠지요.


피, 땀, 눈물은 자기가 자기를 이끌어가는 과정에서 만나게 됩니다. 한 몸에 여럿의 자기가 있어, 늘 다투고 있습니다. 상황에 따라 가장 훌륭한 자기를 따르게 하는 것입니다. 이런 장면을 상상해 보십시오. 하나의 자기를 두지 않으며, 자기를 바라볼 수 있는 바른 마음이 기본입니다. 이런 것을 즐기라는 것 아닐까요? 내 안에 있는 여러 명의 자기를 어떻게 성장시킬까요? 방법은 하나. 공부하는 겁니다. 공부로 식견이 깊어지고, 다양해지며, 지혜롭게 성장합니다. 공부라는 계단 위에 서야 관습과 멈춤이라는 벽의 너머를 볼 수 있습니다.


셋째는, 고객과의 약속입니다. 외부 고객에 대해서만 살피겠습니다. 오랜 상거래의 관습에서 갑과 을이라는 입장이 있었고, 보통 고객은 ‘갑’이라고 합니다. ‘을’과 ‘갑’은 공급과 소비의 주체로서 수평적 관계가 될 것입니다. 고객과의 약속은 특별합니다. 고객과의 약속은 선언이 아니라, 행동이자 거래이어야 하고, 선제적이어야 합니다. 거래를 부추기기 위해 무엇인들 못 하겠냐가 아니라, 할 수 있는 것만을 정직하게 전달해야 합니다. 할 수 있는 것은 고객이 아는 것을 넘어, 고객이 모르지만 가능한 것까지를 말합니다. 내가 알고 가진 것만을 먼저 말하긴 쉽지만, 그 정도로는 고객의 허락을 받기는 절대 쉽지 않습니다.


고객은 많은 것을 원하지만, 고객에게 진정 중요한 것을 쥐여 주게 되면, 고객은 나머지 일부를 포기하기도 합니다. 고객이 원하는 모든 것이 아니라, 고객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탐색하는 것이 거래와 약속의 핵심입니다. 그렇습니다. 그걸 알아내기 위해서 고객을 아주 많이 연구해야 합니다. 아니면 잘 들어야 합니다. 그래서 거래는 말하는 게 아니라 듣는 겁니다. 이것이 거래의 시작단계에서 고객과의 약속을 지키는 방법입니다.


시작단계를 지나서, 고객과의 거래가 지속된다면, 그리고 지속되게 하려면 이제부터는 선제공격을 합니다. 먼저 솔루션solution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고객의 문제 해결을 위해 방향을 제시하고, 그 근거를 제대로 공유하고, 방법을 함께 진행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고자 하는 것이 고객과 큰 약속입니다. 즉, 동반성장의 결의입니다. 고객으로부터 질문이 날아오기 전에, 또는 질문에 관해 기다렸다는 듯이 솔루션을 제공해야 합니다. 이 순간이 약속이 필요 없는 상황이 됩니다. 압박이 없으니, 약속이 필요 없고, 약속이 없으니 동반이 가능한 것입니다.


고객과의 약속이 깨지는 이유는 대부분 ‘초심初心’을 유지하지 못해서 그렇습니다. 거래해준 고마움, 이익을 내주는 것에 대한 고마움, 나와 우리를 힘들게 하지만 우리를 성장시켜주는 고마움을 잊거나, 그 고마움을 불편한 것으로 여기는 순간부터 약속은 깨지기 시작합니다. 첫 대면의 설렘, 첫 거래의 감사를 내 마음에 간직하고 있는 것이 고객에 대한 예의이고, 상도의商道義라고 생각합니다. 내 마음먹기에 따라 신기하게도 고객이 그렇게 보입니다. 고객의 문제가 아니라, 나의 문제였습니다.



약속을 지킬 수 있을 때가

당신의 사업에서 가장 좋은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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