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서 척척 돌아가는 회사가 있을까?’
없습니다
그렇지만, 덜커덕 덜커덕... 우상향右上向으로
굴리는 방법은 있습니다
사무실. PC를 로그인하면 오늘의 ‘To-Do List’가 쫙 나옵니다. 이 리스트는 우리 담당 임원, 팀장, 팀원 모두가 이미 공유하고 있어 오늘 누가 무슨 일을 언제 하는지 한눈에 알 수 있습니다. 그 시간에 맞춰 또박또박 업무를 처리하고, 회의가 끝날 때마다 파일을 공유하고, 온종일 To-Do List를 꼭꼭 보기 좋게 채워 넣으며 업데이트를 합니다. 근무시간이 종료되기 30분 전에 오늘의 과업을 요약해서 보고하고, 결재를 확인합니다. 이렇게 To-Do List에 따라 오늘도 무난히(?) 일해냅니다.
임원과 팀장은 팀원의 일과日課와 보고서들을 아주 쉽게 챙겨볼 수 있습니다. 담당들이 To-Do List의 일들을 척척 잘 해내니, 그들에게 맡겨진 업무가 적다고 판단하고 일을 더 늘려서 이것저것 추가로 지시합니다. 그가 더는 못하겠다고, 회사를 그만둘 수도 있다고 하기 직전까지 몰아붙입니다. 왜 업무를 늘리는지, 무슨 업무를 늘리고 있는지는 단지 임원과 팀장의 결정입니다.
경영진은 흐뭇합니다. 직원들을 이렇게 일하게 해야 당연하고, 내가 주는 월급이 아깝지 않다(?)고 여깁니다. 회사가 아주 잘 돌아가고 있다고 합니다. 내용도 잘 모르고, 뭐가 중요한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만약, 정말 이렇다면 참 재미없는 최악의 직장인데, 이런 회사는 없을 것입니다. 과장하여 상상한 것으로 하겠습니다.
‘정해진 것을, 정해진 때, 정해진 대로’ 하는 것은 분명 좋은 것입니다. 직원들도 해야 할 일이 분명히 정해져 있기 때문에 본인의 에너지를 어떻게 집중해야 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경영진 역시 톱 다운Top Down으로 성과지표를 전개하고, 일사불란하게 회사 목표를 거의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관리할 수 있어 좋습니다. 적어도 늘 반복적인 업무 처리나 사소한 문제가 가끔 생기는 직장에서는 완벽한 방식입니다. 새로운 문제가 발생하지만, 기본적인 업무를 얼른 처리하고 문제 해결을 해야 하는 회사에서도 효과적, 효율적인 방식입니다.
그러나, ‘정해진 것을, 정해진 때, 정해진 대로’ 일하는 방식을 도입하고 정착시켜, 정상적으로 운영하기에는 숨겨진 어려움이 분명히 있습니다. 보통, 시스템, 프로세스를 잘 만들어야 한다고 합니다만, 그게 전부는 아닙니다.
시스템이란, 개별적인 것들의 집합集合, Set이고, 서로 유기적有機的인 관계를 하며, 궁극적으로는 목표를 지향한다는 3가지 속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하드웨어나 업무적인 관점이 아닌, 그 시스템의 주체인 ‘사람’ 중심으로 볼 필요가 있습니다.
즉, 각자 다른 성격과 태도, 욕망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집합’이기에 IT 프로그램처럼 사람 모두가 말 그대로 하나가 된다는 것은 어렵습니다. 사람의 시간, 지식, 태도를 표준화하는 것 자체가 거의 불가능하고, 오히려 규정함으로써 더 큰 손실을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그다음으로 ‘유기적인 관계’를 갖는 것인데, 이 부분은 어느 정도 일하는 순서나 (중간) 결과물로 통제할 수 있습니다. 다만, 결과물에 대해서는 만드는 사람과 보고하는 사람, 결정하는 사람의 기댓값이 다르기 때문에 일정 수준에 이르기까지 반복적인 피드백이 필요합니다.
‘목표’라는 점은 ‘If’와 ‘Then’을 놓치면 안 됩니다. 즉, 경영진이 말하는 ‘목표가 달성(!)되면’이란 말 보다, 직원은 ‘그러면 이만한(!) 보상을 받는다’를 더 기억합니다. 받을 것에 관한 더 큰 관심으로 정해진 그만큼의 목표에만 본인의 에너지를 알아서 조절하게 됩니다. 그 이상 쏟아붓는 일은 없습니다.
따라서, ‘정해진 것을, 정해진 때, 정해진 대로’ 일하는 것은 업무표준, 매뉴얼, 절차라는 틀을 만드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지만(이것들을 만들었다고 다 되는 것이 아니란 것을 이미 경험했을 겁니다), 성과를 올리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여기에 ‘사람’에 대한 동기부여가 포함되어야 합니다.
동기부여가 되어야 시스템, 그 시스템을 운영하는 프로세스가 정상적인 작동을 하게 됩니다. 프로세스의 성공 요인은 동기부여의 선순환善循環입니다. 이 선순환에 대해 생각해 보겠습니다.
가장 기본적인 것은 임직원들이 느끼는 ‘안전감安全感, Psychological Safety’입니다. 자기 포지션이 나빠지지 않는 것이고, 특히 회사가 나를 퇴직시키려는 계획이나 나에 대한 의심이 없다는 확실한 감정이 안전감입니다. 두려움 없는 이 안전감이야말로 조직 생활과 개인의 성취 의욕을 버티게 하는 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퇴사나 해고의 불안감을 가진 사람에게 프로세스를 지키라고 하면 그가 받아들이겠습니까?
안전감이 필요충분해야 ‘행복감幸福感’이 생깁니다. 본인이 하는 일, 그 일의 결과와 성과에 대해 본인이 만족하고, 상사와 동료의 관심과 인정을 꾸준히 받는 것이 행복감입니다. 이것은 꼭 성과지표의 달성 여부와 일치되지는 않습니다. 특히, 자기 주도적 업무 수행에서 상당히 발현되고 크게 얻을 수 있습니다. 개인적인 부분이 큽니다.
그리고 ‘존재감存在感’입니다. 타인으로부터 존중받고 있음을 아는 감정입니다. 논점이 합리적이고, 시의적절하며, 발전을 응원하는 다양한 피드백Feedback으로부터 본인이 존중받고 있다는 자극을 얻습니다.
안전감, 행복감, 존재감이 중요합니다. 그러나, 이 세 가지는 온전히 자리 잡기가 여간 힘들지 않습니다. 논의 자체가 어려운 문제이며, 임직원들이 처한 사회적, 경제적 분위기나 인구 구성에 따른 세대 문제 등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기본적인 것부터 충실한 것이 좋습니다.
요즘은 이런 현상이 발견됩니다. “그들은 일에 대해 절대 자발적이지 않다. 딱 할 일만 하는 것이 월급쟁이로 최선이며, 과잉을 절대 견디지 못한다. 평생직장은 당연히 없고, 늘 새로운 직장이나 사업의 기회를 잡으려 한다. 회사는 회사고, 나는 나다. 회사를 믿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고, 차라리 내 손에 쥔 주식株式 Stock을 믿는다” 등등. 기업에 있는 사람이 모두 이러면 안 된다는 것이 일반적인 오너의 희망 사항이지만, 이미 상당히 그렇습니다. 회사가 잘 돼야 내가 잘 된다가 아니라, 회사가 잘 돼야 내 성과급이 더 나오니까 나에게 이익이 된다는 것입니다.
그럼, 본인의 일을 척척 알아서 하는 사람은 정말 애사심 때문일까요? 끈끈한 동료애 때문일까요? 경영진에 대한 존경심이나 보은報恩 때문일까요? 일이 무척 재미있어서?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게 일을 해야, 크든 작든 자신에게 이익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것도 그때만!
뒤집어보면 여기에 답이 있습니다. 내게 이익이 된다면 임직원들은 정해진 것을, 정해진 때, 정해진 대로 할 가능성이 매우 커집니다. 그래서 본인의 인풋Input, 소요시간과 자료 등은 적게 투입하고, 아웃풋Output, 결과나 성과을 크게 만들 수 있도록 유인하는 것이 꼭 필요합니다. 이 관점에서 방법을 알아보겠습니다.
우선, ‘정해진 것을, 정해진 때, 정해진 대로’란 방식을 손에 잡히게 한 것을 ‘업무표준’이라고 이름을 붙이겠습니다. 이 업무표준을 만드는 것도 큰일이기에, 고리타분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나름 업무표준에 대한 경영 철학, 즉 대의명분大義名分이 필요합니다. 특히, ‘목적과 시기, 방식’이란 3가지를 경영진은 직원들에게 명확히 제시해야 합니다. 단순히 “그런 것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니야?”, “있으면 좋은데, 쓸모가 있고, 잘 활용할까?”가 아니고, 왜 업무표준이 우리 회사에 필요한가에 대해 직원들을 이끌고, 그들이 이해할 수 있는 논리가 만들어져야 합니다. 어설프게, 남들도 하는 것이니까 우리도? 그런 것 말고, 우리 회사의 스토리가 있어야 합니다.
왜 ‘지금’ 그것(업무표준)을 만들어야 하는가에 관한 주장도 필요합니다. 왜냐하면, 대부분 회사는 매일, 매시간 문제가 터지고 있습니다. 당장 고객으로부터 클레임이 들어오고 있거나, 클레임이 될 만한 사건과 회사가 손해 볼 사건들이 계속 발생하고 있는데, 한가롭게(?) 책상에 앉아서 그림을 그리고 있으라는 게 직원들은 좀처럼 이해할 수 없습니다. 하라니까 하겠지만, 그래서는 정상적인 진행이 되질 않습니다. 지금 당장 해야 한다면 왜 당장 해야 하는지 이유가 분명해야 합니다.
업무표준을 만드는 방식에 대해서도 고민을 해야 할 것입니다. 누가 지침을 내릴 것인가? 누가 지도할 것인가? 어떤 파일로 만들 것인가? 등등. 분명한 것은 ‘형식이 내용을 규범 한다.’라는 말처럼 가장 적합한 방식으로 업무와 사무의 누락이 없으며, 명확하게 표현될 수 있고, 개정이 쉽고, 누구나 알아볼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다음으로, 업무표준은 스스로 만들어야 합니다. 대신 만들 수 없고, 누가 대신 만들어도 안 됩니다. 일이 많은 사람은 업무표준을 많이 만들어야 합니다. 일을 잘하는 사람이 일 잘하는 표준과 노하우를 공개해야 합니다. 스스로 만들어야 본인의 사무를 뒤돌아볼 수 있고 문제도 잘 알아챕니다. 그 사람이 개선에 신경 쓰도록 리더가 미리 이야기할 것이 있습니다. “그 일(업무, 사무) 꼭 해야 해? 해야 한다면 꼭 그렇게 해야 해?” 이런 생각이 중요합니다.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신입사원이 업무표준을 만들 수 없으나, 그 신입사원이 알 수 있을 정도로 만들어야 합니다. 고민이 되어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많이 만들고, 잘 만든 사람에게 ‘팔만대장경八萬大藏經상賞 - 표창장과 금일봉’이라도 주어야 합니다. 잘 참고해냈으니까.
마지막으로, 사실 마지막이 아니라 시작입니다. 업무표준과 실제를 챙기는 일입니다. 임원과 팀장이 관찰을 잘해야 합니다. 업무표준대로 진행이 되는지? 애로사항은 없는지? 빠진 부분이나 수정할 부분은 없는지? 그렇게 해서 업무 담당자는 뭐가 좋아지고 있는지? 등등. 실컷 만들라고 해서 만들었는데, 아무도 점검하지 않고 피드백하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최초에 치열하게 논쟁했던 목적과 실제가 일치하는지 열심히 확인해야 합니다.
뭐가 좋아지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공감하고 공개하는 것이 제일 중요합니다. 가장 중요하고 강조할 포인트는 인풋이 줄어드는 것입니다.
위와 같이 만들고 지속적으로 관리하면 좋습니다. 두 가지만 추가로 제시, 제안하겠습니다.
첫째, ‘정해진 것을, 정해진 때, 정해진 대로’하는 업무표준은 처음엔 공수工數도 상당히 많이 들어가고, 비용도 들어갑니다. 그러나, 목적 중의 하나가 자원의 인풋을 줄이는 것이기에, 이것만 잘 정하고 관리가 된다면, 결국 인풋 되는 비용이 줄기 때문에 딱 떨어지는 계산은 안 되지만, 회사의 이익으로 돌아옵니다. 그러니, 할 수 있을 때 하는 것이 좋습니다.
둘째, 모순처럼 들릴 수 있는데, 소위 똑똑한 사람들(그 사람이 누구인지는 아실 겁니다)에겐 이런 것을 만들거나, 꼭 지키라고 강요하지 않는 게 좋을 것입니다. 누구는 지키고 누구는 안 지키면 안 되는 것이지만. 달리 말해서, 정형 업무와 비정형 업무는 구별이 필요합니다. 사람을 용도에 맞게 일하게 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표준이란 틀에 가두면 안 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반복적인 정형 사무엔
‘정해진 것을, 정해진 때, 정해진 대로’가 맞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완벽해야 합니다
그래서 완벽하다는 확신이 생길 때까지 점검을 ‘반복’해야 합니다
그대로 되는지 안 되는지
경영진이 확인할 마음과 시간이 없으면
하지 마십시오
아직 때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