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 답이 없네. 사장은 뭐하냐?

by 김동순


‘공장을 세워 버리고 싶다’



나쁜 일들이 한꺼번에 몰려올 때가 있습니다. 고객에게 납품이 잔뜩 밀려 있는데 며칠째 생산량을 못 맞추고 있습니다. 공장의 모든 공정에서 생산하는 대로 불량이 계속 터지고 있습니다. 빨리 다시 작업해야 하는데 자재가 들어오질 않습니다. 거기도 자재가 없거나 불량이 많이 발생하여 납품할 수 없답니다. 느닷없이 중요한 설비들이 고장 나는데, 교체 수리에 짧아도 며칠이 걸린답니다. 게다가 퇴사하는 작업자들이 늘고 있습니다. 고객들은 인정사정 보지 않고 우리가 보장할 수 있는 납품 물량과 정확한 납기를 거짓 없이(?) 약속하라고 닦달합니다.


긴급회의가 소집됩니다. 어제도, 그제도 ‘긴급회의’를 했지만, 계속 터지는 문제만 나열됩니다. 회의 중에도 고객으로부터 중대 불량으로 인한 큰 클레임을 통보받았습니다. 도대체 방법이 있기는 있는지 도무지 모르겠습니다. 나쁜 일들이 한꺼번에 몰려옵니다.


무엇이 어디서부터 어떻게 잘못된 것인지는 지금 중요하지 않습니다. 지금 당장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가 중요합니다. 일단 막아내야 합니다. ‘우리는 답이 없는데, 사장님은 뭐 하십니까?’ 사장에게 결정해달라고, 방법을 알려달라는 무언無言의 압박이 대단합니다. 사장이 왜 모르겠습니까?


안타깝지만, 이런 사태에서 직원들이 사장에게 그렇게 듣고 싶은 사장의 어마어마하거나, 단 한 번에 해결되는 단 한 마디 놀라운 결정은 사실 없습니다. 어찌 보면 사장 역시 이러지도 저러지도 할 수 없는, 직원들에게 말 못 하는 사정이 있을 수 있습니다. 사장이면 다 할 수 있을까? 때로는 사장이라 못하는 게 더 많습니다. 그래도 이런 상황에서 사장이기에 뭐라도 지시해야 합니다.


우선, 고객에게 사실을 알려야 합니다. 불가피함을 알리고, 거래에 문제가 되지 않는 범위에서 사유를 밝힙니다. 고객이 곤란한 상황이 될 것이면 고객도 끌어들여야 합니다. 고객도 황급히 들이닥치겠지만, 이미 그렇게 터진 문제이니 고객과 해결책을 찾아야 합니다. 고객의 고객까지 전파되면 안 됩니다. 이제는 우리 회사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고객의 문제가 됩니다. 나중에 고객의 보복이 두렵지만, 그땐 그때고, 고객의 도움으로 해결할 수 있다면 간곡히 요청하고 따르는 것이 맞습니다.


그리고, 공장을 세웁니다. 물론 고객과의 협의에 따라야 하지만 기본적인 사장의 입장은 그렇습니다. 하루면 좋겠지만, 필요하면 이틀이든 사흘이든 단기간으로 공장을 세웁니다. 그러고 하나하나 빠짐없이 점검해야 합니다. 문제를 모두 나열하고 바로잡아야 할 조건과 할 일의 순서를 정합니다.


그다음으로, 정해진 순서에 따라 조처를 합니다. 기술적인 문제가 있고, 관리적인 문제도 있을 것입니다. 이때, 꼼수나 반칙을 쓰지 말아야 합니다. 그런 꼼수나 반칙으로 설사 일주일, 보름은 버티더라도 결국엔 그로 인해 조만간 더 엄청난 사고로 반드시 돌아옵니다. 임시 조치와 꼼수는 다릅니다. 공장을 세우고 문제를 신속히 해결하는 일은 경영진과 팀장의 결행이 중요합니다. 우리 직원은 물론 고객사와 협력사도 진정으로 설득해야 합니다.


분명히 회사는 큰 손해를 볼 것입니다. 이처럼 잠시 공장을 세우고 조처한 손해도 막대하지만, 사고로 인해 벌써 큰 손해를 보았고, 그 손해로 말미암아 더 큰 손해로 이어지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사태가 종료된다고 해도, 고객사나 고객사의 고객사로부터 이 일에 대한 보복, 처분을 감수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우리 회사를 망하게 하겠습니까? 쉽게 그럴 수 없으니, 감수하고 다시 시작하면 됩니다.


고객은 앞으로 모든 일에 사사건건 참견할 것입니다. 이번 일로 회사 안팎의 모든 사람에게 신뢰를 완전히 잃었으며, 사업가로서 심각한 모욕감을 느끼게 됩니다. 이때 사장에게 필요한 것이 반성의 시간입니다. 어떻게 해야 이런 위기의 재발을 차단할 것인가? 그러기 위해 세 가지 정도를 지금부터 더욱 잘 대비해야 합니다.


첫째는, 정상 완제품의 재고를 확보하는 것입니다(변질 재고가 아니면). 다품종의 초超단납기 주문생산을 하는 중소기업이라면 생존의 절대 조건입니다.


‘재고는 기업에서 가장 최악의 결과물이며, 이익과 개선을 해치는 절대악絶對惡이다’라는 말이 있는데, 우리 회사에 그런 말을 한다면, 그 말과 우리의 현실은 많이 어긋납니다. 고객이 원하는 적정재고를 확보해 놓지 못하면, 결품을 피하고 싶은 고객의 불만과 요구사항이 엄청나게 증가하며, 경우에 따라 클레임이나 긴급 항공 배송처럼 불필요하고 불합리한 비용도 상당히 부담해야 합니다. 이런 비용이 제품당 이익을 초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적정재고가 없으면 품질과 원가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납기 때문에 쫓긴 각 공정에서 해결되지 않은 모든 문제가 최종 공정에서 터지게 됩니다. 이러면 고객과의 약속을 아무리 지키려 해도 지킬 수 없습니다. 공정마다 공정 납기가 촉박해지고, 결국 품질보다는 생산량에 더 신경 쓸 수밖에 없습니다. 불량의 원인은 찾을 수도, 찾을 시간도 없고, 설사 찾았다 해도 개선해 볼 시간도, 개선의 유효성을 확인할 시간도 전혀 없습니다.


불량 나는 것이 빤히 보이는데 그냥 생산을 밀어붙이고, 급기야 특채特採로 막아보려고 합니다. 이런 일을 벌이면서 착한 사람들을 불량의 공범共犯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적정재고가 있으면 불량이 발생한 생산라인을 잠깐이라도 세울 수 있습니다. 주어진 시간 동안 뭐라도 해 볼 수 있습니다.


둘째는, 기술자입니다. 품질전문가와 설비전문가를 확보해야 합니다.


그들의 몸값이 회사의 현재 기준보다 높아도, 필요한 인재는 필요합니다. 이만한 전문가를 내부에서 육성하기 쉽지 않습니다. 외부의 전문가가 선뜻 입사를 결정할 수 있는 규모가 아닌 중소기업이라도, 오히려 그런 중소기업일수록 기술자가 절대 필요합니다. 문제 해결의 접근 방법, 프로세스, 시스템 등등 각종 기법을 알아도 막상 기술적인 접근, 기술적인 논리, 기술적인 조치를 할 수 없으면 결국 그런 관리와 운용기법은 그저 껍데기일 뿐입니다.


나이가 많든 적든, 학력이 높든 낮든, 사람과 관계가 좋든 나쁘든, 그런 이유로 기술자를 보유하지 못하면 그 이유로 결국에 큰 손실을 반드시 보게 됩니다. 기술자는 기술을 가지고 품질 문제와 설비 문제를 해결하면 끝납니다. 그에게 더 바랄 것도 없습니다. 나머지 문제는 조금만 신경 쓰면 됩니다.


셋째는, 제품을 개발할 때부터 정확하게 해야 합니다.


시간에 쫓겨서 제대로 개발하지 못했다는 것은 실력이 없거나, 팀 간의 협업이 안 됐거나, 두 가지 모두의 이유 때문입니다. 잘 모르니까 질질 끌었고, 챙기는 사람과 해야 할 사람의 관계가 좋지 않기 때문입니다.


어느 회사나 글로벌, 국내, 고객사의 엄격한 프로세스에 따라 개발하고 양산하게 되어 있습니다. 시간도 걸리고 까다롭습니다. 그러나, 정해진 프로세스에 적합하게 ‘처음부터’ 잘해야 나중에 사고가 터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팀장들에게 상당한 권한을 위임했다 하더라도 이것만큼은 임원들이 확실히 챙겨야 합니다. 믿을 수 있어도 끝까지 믿어서는 안 됩니다.


개발단계에서 품질 능력, 생산 능력, 공정 능력, 리드 타임 등에 대한 확신이 없으면 이미 원가는 망가진 상태고, 고객의 클레임이 빗발치게 됩니다. 이미 이걸 다 알고 있는데도 아직 잘못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사장조차 답이 없는 몹시 어려운 상황은 여러 가지 나쁜 일이 한 번에 몰려올 때입니다. 이런 일이 없어야 하지만, 그냥 닥쳐올 때가 있습니다. 최악의 사태에 빠져도 사장은 정신 차리고 버텨야 합니다.



“절대로 적을 미워하지 마라, 판단력이 흐려지니까”

Never hate enemies. It affects your judgement

대부3 (1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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