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 부럽거나, 부끄러우면

by 김동순


남들 사는 게 부럽거나, 내가 사는 게 부끄럽기엔

당신이 아깝습니다



오래전부터 준비하여 지금은 많이 가졌다면, 또는 태어날 때부터 이미 부자였다면 다행입니다만, 나이 오십 중반쯤에 집안 경제가 넉넉하지 않다면 지금이나 앞으로나, 먹고사는 문제가 심각합니다. 마음은 급한데, 현실적으로 크게 나아질 방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도 이삼십 년은 가정을 꾸려가야 하는데, 평소 가까운 사람은 고사하고 가족에게까지 터놓고 말하지 못하는 심정은 오죽하겠습니까. 그렇다고, 방법이 없다고 포기하고 틈만 나면 잠이나 자자는 것을 반복할 수도 없습니다.


이만큼 살다 보니 나보다 빨리, 더 높이 승진하여 부러운 대접을 받는 동기나 후배도 있습니다. 직장 생활을 안 했거나, 직장 그만두고 사업하며 처음엔 무척 힘들다고 하더니, 몇십억 원을 모았다고 슬쩍 운을 떼는 친구도 있습니다. 보는 앞에서야 잘됐네, 이젠 사업 걱정 없겠네 하지만,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니 나와 비슷한 형편의 친구들만 편하게 만납니다. 그러면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잘 된 녀석을 보면 괜히 언짢고, 빌붙는 것 같아 아주 싫습니다. 이쯤 되면, 몇 번이고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물론 형편을 좋게 할 수 있는 확실한 아이디어가 있다면 얼른 실행해야 합니다만.


나이가 오십 넘어 육십 가까이 되기까지 나름으로 열심히 살았다면, 이제는 무리한 욕심 버리고 이게 팔자八字려니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운명을 말하자는 것은 아닌데, 살아보니 사람마다 모두 각자의 길이 있는 거로 생각해보십시오. 아주 아쉽고 속상하겠지만, 부자가 아니어도 행복하게 살 방법을 더 고민하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이런 선택이 패배자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사는 거 다 생각하기 나름 아니겠습니까? 물론, 아직 직장에서 남은 기간이라도 가정 경제를 챙겨야 합니다만.


마음을 진정하고 일단 두 가지 정도만 생각해 봅니다. 언젠간 나에게도 때가 오겠지라는 위안과 함께 그 ‘때’를 기다리는 준비일 수도 있고, 그 ‘때’를 하나씩 만들어가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첫째는, 모두가 공감하는 ‘건강’입니다. 마음은 아프지만, 몸이라도 아프지 말자는 것입니다. 몸이 아프면 마음이 더 아프기도 합니다. 건강을 유지하거나 더 좋게 만드는 안내 콘텐츠는 이미 차고도 넘칩니다. 그중 친절한 것을 선택하거나 이미 경험한 방식으로 잘 관리하면 되겠습니다. 우리가 의학 전문가는 아니지만, 건강해지기 위한 몇 가지를 다시 확인해 보겠습니다.


건강해지기 위해 스트레스를 받지 말라고 합니다. 가벼운 등산이든, 뛰기든 걷기든, 종목 운동이든 시작 전부터, 시작하면서 목표나 계획을 빈틈없이 세웁니다. 실제로 스마트폰 달력에 일정까지 촘촘히 잡아놓고 ‘반드시’ 지키겠다는 다짐을 나름대로 굳게 합니다. 좋습니다. 그런데, 하기 싫어서, 느닷없이 날씨가 안 좋아서 한 번 빼먹고, 두 번 빼먹으면, 이러면 안 되는데 반성을 하고 또다시 빈틈없는 ‘계획’을 열심히 짭니다. 어떻게 해서든지 운동을 하려는 결심은 좋은데, 이처럼 너무 계획적으로 목표달성을 하려다 보면, 운동으로 건강해지는 것보다 운동해야 하는 스트레스가 오히려 인체 건강 물질을 자극한다고 합니다. 너무 느슨해지지 않도록 운동은 운동으로서 몸을 단련하고, 그때만이라도 마음의 짐을 내려놓는 시간으로 ‘좀 편안한 일상’ 목표를 실천해도 좋겠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만 반복하지 말고, 이것저것 운동을 즐겨보는 것도 좋다고 합니다. 지금부터 운동선수가 될 것도 아니고, 다양하게 하다 보면 나에게 딱 맞는 즉, 그거 하니까 더 몸이 가벼워지는 것 같더라, 잠도 잘 오더라, 소화가 잘되더라 등등 운동을 찾게 되지 않습니까? 다양한 운동이 내 몸이 쓰지 않던 숨겨진 근육을 자극해 주고, 내가 몰랐던 도전을 즐기게 해줍니다. 운동 한 번 하고 나면, 오늘 ‘나를 위해’ 뭐 대단한 것 하나 한 것 같지 않습니까? ‘나를 위해서’ 말입니다.


운동과 더불어 하나 더, 기분 좋음을 얻거나 나름 건강관리를 한다면, 이제 석 달마다 한 번씩 간단한 건강 검진도 정기적으로 받으면 좋겠습니다. 운동한 덕에 스트레스도 좀 풀리고, 나의 건강 숫자가 좋아지고 있음을 확인하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오십 육십 나이엔 끝까지 친구처럼 함께 갈 지병(?)인 성인병도 많이 있다고 하니, 고생한 내 몸은 내가 챙겨줘야 합니다. 아무리 바빠도 할 수 있습니다.


둘째는, 지금 많은 재산이 있는 것도 아니고, 빛나는 명망名望을 쌓아 놓은 것도 아닙니다만, 이제부터 ‘남기고 갈 준비’를 해 보자는 것입니다.


한 직장에 입사해서 몇 번의 사업 계획을 세우고, 몇 번의 고과를 받다 보면 벌써 이십 년이고, 이십오 년입니다. 어쩌면 한 곳에서 평생을 지낸 것입니다. 어느 순간 뭐 하고 살았나 싶습니다. 순간, 가깝게 느껴지던 동료들도 갑자기 다른 사람으로 보이고, 일이 손에 잡히지도 않습니다. 멍하니 홀로 앉아있는 착시 효과도 나타납니다. 난 뭔가? 아무래도 답이 없는 질문입니다. 회사는 뭐냐? 일은 뭐냐? 마치 해가 지면 어두워지듯, 더 갈 곳이 없는 길에 혼자 서 있는 이상한 기분입니다. ‘정체성’에 관한 문제가 등장합니다.


정체성正體性, Identity이란 사물 본디의 형체가 갖고 있는 성격을 말합니다. 'Identity'란 단어가 '확인하다(identify)'란 말에서 유래했다는 사실은 정체성이 자기가 아닌 남에 의한 확인과 증명을 통해 형성되는 것임을 말해줍니다. 보통 자아는 개인적 정체성, 정체성은 사회적 정체성을 의미하는 거로 보고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해 보면 어떻습니까? 누가 알아주든 안 알아주든 ‘나’란 존재를 남기는 노력의 하나는 지금까지 축적한 경험과 지식을 잘 정리하여 어떤 방법으로든 후배들에게 전수하는 것입니다. 그냥 가기(죽기엔) 아깝지 않습니까? 세상에 소중하지 않은 사람이 없는 것처럼, 누구의 것이라도 가치 없는 경험은 없습니다. 기록이든 활동이든 진심으로 성의껏 전달하면 됩니다. 분명 자신에게 보람이고, 후배들에게 큰 도움이 되는 훌륭한 작업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는, 이제 수십 년간 마음 한편에 두었던 ‘하고 싶은’ 것을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해 보는 것입니다. 이럴 땐 이런저런 사정事情을 따질 것 없습니다. 지금 아니면 또 언제 하겠습니까? 사는 걸 바꿉시다. 용기를 내서.


이 나이 먹도록 지금까지 ‘일등’ 못 했다고 합시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경쟁의 틀에서 일등을 못 했지만, ‘일류’처럼 살면서 충분히 마무리할 수는 있습니다. 나의 세상에서, 내가 좋고, 나를 부러워할 일류답게 살면 됩니다. 삶이 일류라면 행복할 것입니다.



사람마다 모두 다릅니다

비교하지 마시고

(더 늙기 전에) 하고 싶은 것 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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