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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도대체 뭐가 문제야?

by 김동순


문제를 콕 짚어내는 건 대단한 재능입니다

그런 재능을 누구나 갖고 있다는 것은 놀랍지만,

더 놀라운 것은, 그런 재능을 본인의 일에 거의 사용하지 않는 것입니다



일이 터졌습니다. 요즘같이 사업 매출이 어려운 상황에서 가장 큰 고객으로부터 엄청난 클레임이 제기된 것입니다. 우리 회사도, 고객사도 매우 곤란한 처지가 되어버렸습니다. 우리 회사 사장과 임원들이 고객사에 불려가고, 그간 누적된 고객 불만에 대한 시정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부터, 이번 엄청난 사건의 수습과 책임은 물론이고, 앞으로의 비즈니스에 대한 위협까지 듣게 되었습니다. 싹싹 빌면서 다시 공급하여 해결될 문제라면, 밤을 새워서라도 그렇게 하겠지만, 이번에는 고객사가 한 치도 물러서지 않습니다. 이런 사건이 왜 일어났고, 이렇게 커져 버렸는지, “도대체 뭐가 문제야?”라는 헛말만 사장의 머릿속을 맴돕니다.


사장이 회사로 돌아오니, 임원과 팀장들은 이미 회의실에 모여 있었습니다. 불안한 표정을 지은 사람들은 사장의 질문에 하나둘씩 사건의 자초지종이나 앞으로의 대책을 말했는데, 참석한 사람들은 네 가지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사장은 그런 반응이 한편으로는 흥미로웠습니다.


첫째, 문제나 그 원인을 모르기 때문에 물어봐도 말하지 않습니다.


이 사건의 담당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문제의 원인을 전혀 모르고 있습니다. 횡설수설하면서 들고 온 자료를 읽어 내리거나, 뻔한 이야기를 하는데 앞뒤가 전혀 맞지 않습니다. 이 사람의 이야기에 도무지 집중할 수 없습니다. 한참을 그러더니 결국 모르겠다고 말합니다. 기대하지도 않았지만, 듣고 있던 사람들은 기가 막힙니다.


그런데 이 사람의 ‘태도’가 더 답답합니다. 빨리 이 자리를 벗어나고 싶어 합니다. 당사자인 그에겐 매우 끔찍한 상황이니 그럴 것입니다. 그리고 누군가 나서서 해결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표정입니다. 이번만큼은 내가 하기 싫고, 못 하겠으니, 도움을 청하는 간절한 눈빛을 보이기도 합니다. 부적절한 핑계지만 모르겠다는데 어쩌겠습니까? 그러나, 본인이 왜 모르는지, 맞든 안 맞든 지금부터 뭘 어떻게 해보겠다고 해야 다른 사람들을 위한 최소한의 변명 아니겠습니까?


둘째, 문제가 아니라고 합니다.


“그게 뭐가 문제입니까?”라고 당당하게(?) 말합니다. 예방은 할 수 없었지만, 해결 방법을 이미 잘 알고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말자고 합니다. 또한, 그 정도 문제는 나올 수 있는 건데 웬 호들갑이냐고 오히려 우리와 고객사에 반문反問하듯이 말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지금까지 고객도 인정하면서 늘 있었던 일인데, 뭘 새삼스럽게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고 말할 정도입니다.


이 사람도 참 이상한 사람입니다. 모두 문제라고 하는데, 이 사람만 문제가 아니라고 합니다. 너무 당당해서 이 사람의 말을 믿고 싶을 정도입니다. 그러나, 한 가지는 확인해 보아야 합니다. 이 사람의 경험은 알겠으나,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그땐 그때고, 지금은 지금입니다. 그때의 고객과 지금의 고객이 사정이 다르다면, 이 사람의 말처럼 처리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 사람의 고집을 꺾을 수 없으니, 가능하다면 이 사람에게 고객을 직접 만나 상황을 파악하라고 말하고 싶지만, 괜히 그랬다가 일이 더 커질 것 같습니다. 이 사람에게 해결책을 제안하거나, 결정할 권한을 주어서는 안 됩니다. 지금 이 사람의 의견은 아예 무시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 어떤 해결 방안을 말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문제가 아니라는 장황한 옛이야기일 뿐입니다.


셋째, 문제의 원인을 알고 있는데도 말하지 않습니다.


데이터로 검증된 것이 아니라 말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이 사건의 담당으로서 이 문제에 관한 문책이 두렵거나, 앞으로의 문제 원인 파악과 해결을 피하고 싶거나, 더 깊이 개입되는 것이 싫어서 모른 체하기도 합니다. 아주 비겁한 태도입니다.


이런 사람은 강하게 혼내서 밀어붙이면 그나마 제자리로 돌아옵니다. 해결을 위한 적극적 의지를 보인다는 것이 아니라, 그저 본인이 알고 있는 것을 그대로 말한다는 것입니다. 큰 도움이 되지는 않습니다. 그런 비겁한 태도 때문에 바로 갈 수 있는데 괜히 둘러가는 것일 뿐입니다.


넷째, 다른 팀이나 다른 사람의 문제에 관해서는 진단이 빠르고, 대응 방안도 잘 내놓는 사람의 경우입니다. 게다가 본인의 능력과 네트워크로 문제해결을 자기 일처럼 지원하려고도 합니다.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이 사람이 내놓는 문제 진단의 맥락이 주로 사람이나 시스템의 문제를 지적하는 것이라, 곧바로 실행으로 연결하여 서둘러 결과를 낼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모순된 상황이 보이는데, 정작 자신의 문제에 대해서는 그와 같은 해결의 프로세스 제시나, 실제 해결을 잘 못 해낸다는 것입니다. 자신의 판단을 번복하지 못하는 미련이 있거나, 해결이 따라오지 못했는데 진행의 속도를 빠르게 독촉하거나, “어디 한번 해봐라. 우린 지켜볼 테니”처럼 주변으로부터 지원받지 못하는 이유 등등입니다.


이렇게 생각과 말은 잘하는데, 실행을 못 하는 사람의 경우엔 이 사람을 제대로 보좌해 줄 부하 직원이 없으면 능력 발휘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조직 내에서 위치를 잡아주는데 고민이 됩니다. 이 능력을 어딘가 활용해야 하는데, 마땅치가 않습니다.


지금까지, 문제가 발생했을 때 직원들이 노출하는 반응에 관해 점검해 보았고, 이제부터는 문제를 어떻게 찾고, 어떻게 말할 것인가를 생각해 보겠습니다. 시작하기 전에, 문제를 찾거나 말하는 데 있어서 기본적인 전제前提가 있습니다. 그것은 진정성입니다. 진정성이란, 주인 의식이든 책임감이든 이런 것을 떠나 문제해결의 주체로서 참여하는 올바른 태도입니다. 문제를 어떻게 찾고, 말할까?


첫째, 일단 아는 것이 없으면 문제가 보이지 않습니다. 더구나 회사나 일에 대한 애정이 없으면 절대 볼 수 없습니다. 이럴 땐 ‘기준과 현상을 비교’해 보십시오.


무엇을 알기 위해 일정한 학습이나 경험이 있어야 할 텐데 그렇지 못하다면 방법이 있긴 합니다. 즉, 눈에 보이는 것들이나 자료들이 정상인지 아닌지를 알아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좀 안다는 사람들도 놓치기 쉬운 실수입니다.


이것을 위해 가장 쉬운 방법이 바로 ‘정해진 것들을 들여다보고 확인하는 것’입니다. 회사에서는 매뉴얼, 표준, 기준, 견본이라고 합니다. 정해진 상태가 유지되었는지?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현장에 가서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추적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좀 지난 일이라도 끈질기게 추적하면 최소한의 증거를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정해진 것이 없다면? 탐문 수사와 같이 관련된 사람들에게 많은 질문을 해야 하고, 반드시 그 내용에 대해 현장 확인을 하면 가능합니다. 시간이 걸립니다.


둘째, ‘비정상’만을 문제의 원인으로 결정해야 합니다. 정상적인 상황을 문제로 제시하는 잘못된 습관을 고쳐야 합니다.


제조업의 경우에 “생산량이 너무 많아서” 기계가 자주 고장이 나고, 서비스업의 경우 “고객이 너무 많아서” 너무 오래 기다린다는 불평이 쏟아진다는 식으로 문제를 말하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주문이 넘쳐 생산량이 많아진 것은 좋은 일이고, 정상입니다. 우리 매장의 상품을 구매하는 고객이 몰리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바라던 것이고, 매우 성공적인 사건입니다. 따라서, ‘생산량이 너무 많아서’가 아니라, ‘기계를 정비할 시간이 부족하거나, 정비에 걸리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기 때문’이라고 접근해야 하고, ‘고객이 너무 많아서’가 아니라, ‘우리의 업무처리시간이 길어서’ 또는 ‘집중되는 고객을 분산하는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아서’라는 식으로 문제를 정리해야 합니다.


다품종 소량 생산이라, 재고관리가 빡빡해서, 성과지표의 목표가 높아서, 고객이 까다로워서, 고객 요구사항이 엄격해서 등등의 말을 자연스럽게 하는데, 그것은 문제가 될 수 없습니다. 그것을 맞춰내지 못하는 것이 원인이고, 문제입니다.


셋째, 문제의 원인이 한 가지일 수 있지만, 그렇게만 [단독범으로만] 단정 짓지 말고 정말 그것 하나일까? 따져봐야 합니다. 쉽게 찾았든, 어렵게 찾았든 한 가지 이유를 발견했는데, 그 원인에 대해 조처를 했으나 똑같은 문제가 재발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요즘처럼 복잡한 시스템에서는 범인(문제)을 추적할 때, 단독범이란 확신보다 여러 명의 범인이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하는 것이 좋습니다.


‘3현 2원 주의와 3철’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현장에 가서, 현물을 보고, 현상을 파악한다.’와 그 과정에서 ‘원리와 원칙’을 ‘철두, 철미, 철저’하게 따진다는 말입니다. 문제를 대하는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자세입니다.


경험이 많든 적든, 3현 2원 주의를 지키는 자세로 시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여기서 두 가지를 덧붙이자면, 항상 ‘증거’를 찾아야 합니다. 그래야 문제해결의 논리 전개가 단단해집니다. 그리고, ‘왜?’라는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어떤 사실이 왜 일어난 것일까에 대해 증거를 갖고 올바른 추정과 확인을 하는 것이 좋은 방법입니다. 문제해결의 프로Professional들은 그렇게 합니다. 반복해서 훈련한다면 누구나 가능합니다.


넷째, 반복되는 사건의 문제 발견과 해결에 매우 간단한 방법인데, 두 가지를 비교해 보는 것입니다. 쉽게 말하자면, 잘 됐을 때와 잘 안 됐을 때를 맞비교 해 봅니다. 즉, 불량률, 고객만족도, 재고량, 매출액 등이 좋은 결과를 보였을 때와 그렇지 못했던 때를 비교하는 것입니다. 해당하는 시스템투입Input → 공정Processing → 산출Output을 놓고, 그 시스템의 구성 요소와 변환 요소들을 구별[층별]하여 좋았을 때와 나빴을 때를 비교합니다.


빵이 잘 못 구운 경우라면, 정말 풍미가 넘치는 빵을 만들었을 때 누가, 어떤 밀가루로, 어떻게 반죽했고, 그 온도가 얼마였고, 오븐의 예열 온도와 굽는 온도는 몇 도였고 등등의 변수들을 그때와 지금 불량의 각각 상태를 비교하여 추적하는 것입니다. 무엇을 비교할 것인지 결정하는 것이 좀 고민스러운 일이지, 추적하고 확인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데이터나 설령, 감각적이라도 말입니다.


해보면, 핵심 원인을 찾을 수 있고, 나아가 각 변수 간의 상관관계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이렇게 하자는 기준도 만들 수 있습니다. 한 번 만에 최적의 상태가 재현再現되지는 않을 수 있습니다만, 좀 참고 몇 번 반복해보면 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다섯째, 경영의 문제 발견과 해결은 숫자에서 시작해서 숫자로 끝내야 합니다. 여기서 숫자는 특히 ‘돈, 자금’의 흐름인 재무적인 데이터를 말합니다. 각 계정과목의 숫자 크기만 보아도 금방 문제를 알 수 있고, 게다가 1년이나 2~3년간의 변동을 살피면 지금의 문제나 앞으로의 문제를 충분히 알 수 있습니다. 물론 재무 처리가 이상한 조작 없이 정상적으로 되었다는 전제에서 그렇습니다. 재무적 상태를 좋게 하여 이익을 늘이기 위해서 경영자는 중요한 결심을 해야 할 때가 많습니다.


당연한 해결 방향이겠지만, 한 번 더 생각 해보면 이익을 내는 방법은 이럴 것입니다. 나가는 돈에 대해서는 그것을 줄여야 하는데, 무조건 안 쓰려고 통제할 것이 아니라, 그 비용이 비정상적으로 발생하는 프로세스, 일하는 방식이나 방법을 철저히 개선해야 합니다. 예측 가능한 고정적 수입을 점점 증가시키는 방법으로는 사업을 확장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당연하지만 절대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경쟁사가 쉽게 따라 할 수 없는 우리만의 비즈니스에 과감한 투자를 계속하는 것입니다. 이런 실행이 선순환될 수 있다면, 경영의 부적절한 문제는 점점 사라지고, 미래 성장을 향한 좋은 문제가 모습을 드러낼 것입니다.


여섯째, 사람의 문제는 그 사람이 어떤 문제를 어떻게 처리했는지를 잘 살펴야 합니다. 사건의 재발 방지를 제대로 실행했는지? 해당 사건에서 본인을 포함한 관련자들의 처리는 적법하였고, 공평무사했는지를 잘 살피면, 그 사람을 제대로 알고 그 사람의 문제를 정확히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회사에서는 늘 크고 작은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그 사람을 살피는 데 무리는 없을 것입니다. 회사에 3종류의 사람이 있다고 합니다. ‘좋은 놈, 나쁜 놈, 더 나쁜 놈’. ‘놈’자를 붙여 미안하지만, 단순히 웃자는 분류만은 아닙니다. 하는 행동, 그 행동의 결과를 보면 구별할 수 있습니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하던데, 꼭 그렇지 않습니다. 그 사람의 평소 자세나 태도를 보면 그의 머리와 가슴속도 보입니다. 그래서 리더는 ‘경청보다 관찰’이 우선입니다. 하나만 더, 잘 지켜보고 분명 문제가 있다고 판단이 되면 가능한 한 빨리 인사 조처를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대부분 후회합니다. (그때 그렇게 할걸)


문제를 말할 수 있고, 그것을 들어줄 수는 없을까? 말해도 안 해 줄 게 뻔하니 말하지 않고, 해결하기 싫거나 괜한 일로 야단맞기 싫으니 아예 들어보려고 하지도 않는 조직은 최고 경영자가 문제입니다. 그렇게 방치했기 때문입니다. 그럴 줄, 그런 줄 알았을 텐데 그때부터 뭐라도 해야 했습니다. 아니면 지금부터라도.



급하면, 원인 찾기는 나중에 하고

우선 막아내기에 모든 수단을 동원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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