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프로젝트에서 팀별 키맨Keyman들의 이유 있는 저항
기겁氣怯이란 숨이 막힐 듯이 갑작스럽게 겁을 내며 놀라는 것이고, 한의학에서는 담기膽氣가 허虛하여 가슴이 울렁거리고 겁이 많아져서 잘 놀라는 것을 말합니다.
일상 업무나 변화 혁신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다가, 갑자기 변경된 경영 방침에 맞추거나, 프로젝트의 흐름과 내용의 완성 수준을 높이기 위해 서식, 내용, 방식을 조금만 바꿔도 키맨들의 눈빛이 확 바뀝니다. 놀람도 아니고, 감동도 아니고, 경계와 짜증입니다. 왜 느닷없이 바꾸는 거냐고 따져 묻거나, 당장이라도 벌떡 일어나 변경을 요구하는 당신이 직접 하라는 식으로 일을 던져 버리기도 합니다. 아무튼, 회의실에 마주 앉아 변경을 요구하는 사람이나 변경을 해야 하는 사람이나 이 충돌을 피할 수 없습니다.
변경을 요구한 사람이 키맨들을 만나기 전에 미리 ‘귀띔’이라도 했으면 그래도 좀 나았을지 모릅니다. 왜 모이라고 했는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바쁜 업무에 시달리다 업무 수첩 하나 들고 왔고, 계속 전화기는 울려 대는 상황에서, 지금까지 추진했던 일 중에서 “이것도 바꾸고, 저것도 바꿔야 합니다, 시간도 많지 않습니다, 일주일 안에 끝내세요”라는 말을 일방적으로 듣게 되면 화를 내는 게 당연합니다. 그러니, 회의하기 전에 일을 변경하는 목적, 내용을 미리 알려줘서, 생각하고 오지는 못할망정 회의 내용이 무엇인지는 알고 오도록 해야 했습니다. 느닷없이 “빵” 터뜨리는 것은 절대 안 좋습니다.
회의에 불려온 사람들, 즉 실행해야 하는 키맨들도 잘못이 있습니다. 자초지종自初至終을 잘 듣지 않고, 뭔가 바뀐다는 말 첫마디에 무조건 부담감을 느끼고, 지금도 겨우겨우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상황인데 또 짜증 나는 일을 시킨다고 투덜댑니다. 잘하는 게 좋고, 그렇게 하는 게 더 좋은 것이라 해도, 듣는 그 순간, 무엇을 바꾸는 것 그 자체가 싫은 것입니다. 잘 들어보면 이해가 되고, 충분히 알 수 있는데도 아예 듣지 않습니다. 프로젝트의 키맨, 그 역할이 하기 싫은 것입니다.
일에 대해 긍정적이고, 늘 좋은 쪽으로 변화의 노력을 하는 것이 맞는다고는 하지만, 실제 회사에서 그렇게 생각하고 실천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이유는 여러 가지입니다. 아마 가장 큰 것이, 불편한 표현이지만 ‘월급쟁이’란 처지이고 생각입니다. 일단 지금보다 할 일이 늘어나면 싫은 게 가장 큰 이유입니다. 그리고, 상사가 시키는 일에 따르는 것이 익숙하여, 상사의 마음에 드는지, 안 드는지가 중요하지, 상사의 지시가 옳은가 옳지 않은가는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합니다. 평가와 승진으로 처우가 결정되기 때문에 거기에 부합되는 업무가 당연히 최우선입니다. 그런데 변화와 혁신 업무는 담당하는 업무보다 인사 고과의 평가점수가 높지 않습니다. 아예 배점이 없습니다. 열심히 할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월급쟁이지만, 경영자나 리더의 마인드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는 조언을 많이 들어도 그렇게는 잘 안 되는 모양입니다. 주어진, 지시받은 일에 목숨[평가]을 걸어야 하는 월급쟁이의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전후좌우를 살필 겨를이 없답니다. 뭔가 바뀌면, 지금껏 추진했던 일들을 관두고, 빠듯한 시간을 쪼개 다시 만들어 적용해야 하니 고생이 엄청 많을 것입니다. 그러나, 월급쟁이의 그 월급에는 늘 해야 하는 업무를 해내는 노력과 시간에 걸맞은 보상이 있지만,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때 겪을 수밖에 없는 ‘고민과 고통의 값도 포함’된 것을 알아야 합니다. 알지만, 나만 겪어야 하는 고민과 고통이 불공평하다는 것입니다.
생각하면서 살자고 합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할 수 있다고 생각하자고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듣고 보는 말입니다. 정말 안타까운 건 생각을 하긴 하는데 ‘엉뚱한’ 생각을 합니다. ‘대충하면서 모면할 방법은 없을까? 나에게 좀 더 이익이 생기거나, 내가 손해 보지 않으려면 어떻게 할까?’ 이런 생각만 하고 있다면 제정신인가 싶기도 합니다. 절대 손해 보지 않을 생각만 합니다. 자기만 혼자 똑똑한 회사는 없습니다. 나만 알고 남은 모르겠지, 그런 회사가 어디 있습니까? 평생 매번 이익을 볼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남들도 다 대충하니까, 그래서 우리는 공범共犯이니까 나도 무사할 거란 생각은 아슬아슬합니다. 그러다 결정적인 순간 한 번에 망합니다.
‘조금만’ 바뀌어도 기겁하는 이유는 또 있습니다. 그 조금이란 것조차 자신감이 없기 때문입니다. 회사에서 뭘 하고자 할 때, 누구도 할 수 없는 것을 하라는 회사는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 것 하다가 머리가 아파서 죽는 것도 본 적이 없습니다. 방법과 이론을 모르면, 배우고 공부하면 그만입니다. 회사는 여러 사람이 일을 하는 곳이라 변경되는 사항에 대해 본인이 잘 듣고, 어떻게 할까를 생각하고, 관계된 사람들을 설득해야 합니다. 추진자인 키맨으로서 안 한다고 버틸 사람들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에서 탁 막히니까, 더는 생각을 하지 않고 작은 변경에도 저항합니다. 걱정을 거꾸로 하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어떻습니까? 많이 알든 모르든 “우리는 충분히 할 수 있어. 이렇게 하면 되는 거야. 잘 모르고 안 되는 거 있으면 내가 도와줄게. 잘못되면 까짓것 내가 책임질게”라고 설사 부풀려 말해도 자신 있게 말하는 사람을 믿고 따르겠습니까? 아니면, “아, 또 쓸데없는 일을 하라고 해서 골치 아픈데, 회사에서 안 잘리려면 해야 하잖아, 도대체 이런 거 안 하면 안 되냐?”라는 사람의 말을 믿고 따르겠습니까? 걱정은 되겠지만, 걱정을 거꾸로 하지 말자는 것입니다. 쉽지 않지만 일단 내가 잘 이해하고, 어떻게 적용할 것이고, 이걸 어떻게 설명해 줄 것인가를 충분히 고민하면 답이 나옵니다. 그 답을 만들어 내면서 스스로 최면催眠을 걸면 됩니다. 키맨으로서 남을 이끌어가는데 순서가 있습니다. 이 순서가 뒤죽박죽이니 자신감은커녕 걱정거리만 늘게 되는 것입니다.
변경의 내용이 황당하면 기겁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이제 막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어렵게 추진하고 있는데, 갑자기 이상한(?) 내용으로 바꾸라는 것을 받아들이기는 매우 곤란하다고 합니다. 목적이 분명하지 않거나, 논리적으로나 현실적으로 맞지 않는 일의 순서라거나, 누가 봐도 적절하지 않은 사람을 배정한다거나 특히, 실제 얻을 것은 없고 잃는 것이 많을 수밖에 없다는 경우입니다. 기겁할 정도는 아니어도, 지금 유지되고 있고, 좀 더 안정화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한데, 급하게 서두르는 경우에도 당황스럽습니다. 이런 변경 방안을 내어 설명하는 사람이 합리적이지 못하고 고집이 센 사람이라면, 어떻게든 그 자리에서 결론 내는 것을 미뤄야 합니다. 시간을 좀 갖는 것이 좋습니다. 그 사람의 주변 사람들과 좀 더 논의하여 절충안을 모색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합니다. 그 자리에서 들이받는 것보다 돌아가는 방법이 낫습니다. 나중에 “그것도 좋은 생각이지만, 이런 방법도 있지 않겠는가?”라는 방식을 취합니다. 대화가 되는, 대화의 준비가 된 사람이라면 그 자리에서 결정이 아닌 논의를 충분히 합니다. 서로의 생각이 다르거나, 방식이 다를 때 논의를 한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그냥 넘길 일도 아닙니다. 불만스러운 부분적인 사항보다 먼저 목적이나 큰 그림에 대해서 논의를 합니다. 목적을 확정해 놓아야 각 세부 항목들의 적합, 부적합을 따질 수 있습니다. 세부 사항도 그 결과가 처음 확인한 목적에 정말 유효한 것인지를 봐야 하고, 실무적으로도 가능하며, 적정한 시간으로 실행할 수 있는지, 지금 하는 것과 대체되는 것인지, 중복되는 것인지를 잘 살피면 됩니다. 목적에 동의한다면, 안 하겠다는 태도가 아니라, 그래도 해보겠다는 생각으로 논의해야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크게 바꾸는 것도, 조금 바꾸는 것도 둘 다 쉽지 않습니다. 호랑이가 토끼 한 마리를 잡을 때도 최선을 다한다는 말이 새롭습니다.
혁신 활동의 키맨은 혁신 활동만 전담해야 합니다
안 그러면 이미 절반 이상의 실패를 안고 가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