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화날 때가 많습니다
모일 會. 회의하든, 회식하든, 모이자면 모여야 하는데, 사람들이 모이질 않습니다. 회의를 주관하는 입장으로서 곤혹스럽고 화가 나기까지 합니다. ‘도대체! 우리는 왜 이렇지?’ 분통이 터집니다. 왜 이런 걸까요? 회사마다 사정이 다르지만, 아마 비슷한 이유는 있을 것입니다.
회식을 보자면, 잘 안 모이는 팀이 있고, 반면에 잘 모이는 팀도 있습니다. 먼저, 잘 모이지 못하는 팀의 특징은, 모이는 것 자체부터 사사건건 따지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사장이 참석하는 자리고, 본인이 꼭 가야 하는 경우는 다르겠습니다만, 일단, 그들의 경험으로는 회식에 가봐야, 나만 시간 낭비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러니, 회식의 주인공, 호스트가 누구냐에 따라 갈 자리인가, 안 가도 되는 자리인가를 (관계에 따라) ‘계산된 선택’을 합니다. 누구나 선택권이 있으니 잘못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계산해봤더니’ 가야 하거나, 가는 게 좋겠다면 가는 것이고 그게 아니면, 안 가는 것이랍니다. 그러니, 그 사람이 ‘관계를 계산하는’ 과정에 회식의 의도와 그의 이익을 사전에 입력해 준다면 참석에 유리한 선택지가 제공될 것입니다. 툭 던지는 일방적 통보보다 몇 배 낫습니다.
시간 낭비라고 여기는 또 한 가지 이유는 회식 자리가 늘 재미없고, 산만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여럿이 모여 밥 먹고 술 먹는 자리가 어수선하고, 죄다 쓸데없는 말로 폼만 잡고, 게다가 그 자리의 최고 상급자는 자기 마음대로 분위기를 끌고 가니 마음이 뒤틀린다고 합니다. 이 분위기에 어울려야 할지, 말아야 하는지, 자리가 늘 불편합니다. 이럴 거면, 일찍 집에 가서 쉬는 게 백번 나을 뻔했다고 후회합니다. 이런 분위기라면, 이 사람만 불편한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역시 불편합니다. 느낌은 비슷하니까요. 그렇지만, 그 다른 사람들도 이런 분위기에 나름대로 적응하면서 자기만의 대화와 접촉의 공간을 만듭니다. 무질서해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작은 질서가 구석구석에서 태양과 지구처럼 자전과 공전을 하고 있습니다. 요령 있는 그들처럼 이 자전과 공전을 잘 컨트롤하면 의미 있는 자리와 시간이 될 것입니다.
다른 이야기지만, 회식에 잘 참석하지 않는 사람들도 모임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뭐랄까, 나쁜 의미는 아닌데 ‘끼리끼리’는 잘 뭉칩니다. 끼리끼리 뭉치는 게 무척 재미있고 편한가 봅니다. 동질감도 훨씬 높은가 봅니다. ‘끼리끼리’가 편 가르기라면 통제해야 하지만, 그저 마음 편하다는 끼리끼리는 괜찮습니다.
잘 모이는 직원들의 특징은 어디서 모이든, 누가 모이든, 별로 안 따지는 것 같습니다. 모여서 밥 먹고 술 먹고 놀 건데, 뭘 그런 걸 따지고 걱정하냐는 것입니다. 이 분위기는 ‘놀 때는 같이 놀아야지, 혼자 놀면 재미없잖아!’라는 마인드입니다. 이런 게 당연하다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참석에 관해서 은연중에 어떤 ‘당연함’의 연대 의식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의식이 행동 습관으로 나타납니다. 그래서 이러니저러니 따지지 않습니다. 대화든, 놀이든 시간을 좀 더 즐기려고 합니다. 마음이 오고 가니, 친밀도가 매우 높습니다.
직원들의 개인적 성향을 무시하거나, 시간을 강탈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러나, 회식의 순기능을 잘 살릴 수 있다면, 조직과 구성원이 더 건강해질 수 있습니다. 회식은 필요합니다. 그래서, 필요하다면 회식도 업무처럼 개선의 프로세스를 적용해야 합니다. 즉, 회식도 피드백과 훈련이 필요한 것입니다. 회식에 문제가 있다면, 그 문제가 무엇인지, 이유는 무엇인지, 문제의 재발 방지를 어떻게 할 것인지 살펴야 합니다. 불편함이나 부자연스러움이 무엇이었는지, 상호 예의는 지켜졌는지, 시간과 진행과 마무리는 적당하였는지 등등 회식 중이나 그다음 날 그 회식을 주관했던 사람은 돌아보아야 합니다. 그것조차 회의할 필요는 없습니다. 차 한 잔을 마시는 시간만, 개선하려는 생각만 있으면 가능합니다. 회식도 지속적 개선의 대상입니다.
“회의 시작 시각이 넘었는데, 왜 아직 안 오는 거야?” 회의를 소집한 사람은 매우 짜증 나는 상황이고, 벌써 와 있는 참석자들도 불편한 시간입니다. 왜 늦는 거지? 심지어 전화를 거듭해도 오지 않는 것일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정말 불가피하게 갑자기 참석하지 못할 수도 있고, 다른 중요한 일로 좀 늦을 수도 있지만, 이런 습관적인 지각과 방해하려는 불참이 만연되면 큰 문제입니다.
이 증상의 원인은 2가지 정도입니다. 하나는 중요성이고, 또 하나는 유효성입니다.
‘회의의 중요성’은 이 회의 안건이 조직이나 참석자에게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란 문제입니다. 회의 안건이 참석자 수준에서 안건으로 다룰 정도의 것이 아니고, 단지 공지사항으로 해도 될 것이면 메신저나 메일로 공유하면 됩니다. 지금 굳이 몇 시간 동안 논의를 꼭 해야 하는 시급한 것도 아니라면 말입니다. 또한, 해당 안건이 일부 팀만 해당하는 것인데 참석이 곤란한 다른 팀의 담당까지 오라고 할 경우도 그렇습니다. 물론 회의 주관자가 안건, 참석 대상, 시간 배분, 준비 자료 모두 신경 써서 미리미리 챙기겠지만, 그런데도, 참석 대상자들은 불편한 생각을 가질 수 있습니다.
‘회의의 유효성’은 회의 안건을 논의해서 결정했는데, 그 결정대로 항상 진행되느냐의 문제입니다. 달리 말하자면, 오랜 시간 격론 끝에 만들어진 의사 결정이 상급자에게 보고되는 순간 즉시 거절되거나, 보류되는 경우입니다. 또는, 그 결론에 따라 실행해야 하는 팀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방안이 만들어져, 실행되지 않을 것이 뻔히 예상되는 경우입니다. 그러니, 도대체 이런 회의를 하면 뭐하냐는 것입니다.
회의 안건의 ‘중요성’과 ‘유효성’이 기본적으로 보장되어야, ‘모이는 것’을 받아들이고, 그다음으로 회의의 진행이나, 결론 만들기나, 공유하는 스킬을 펼쳐볼 수 있습니다.
회의, 회식을 개선하는 것은
제품 불량을 차단하기보다 쉽습니다
안 해서 그렇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