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영화] 박애에 대하여, 세 가지 색 : 레드

우리가 쉽게 잊는 사실은, 심장은 붉은색이라는 것이다

by 아티완두
common.jpeg 영화 <세가지 색:레드> 포스터(출처 :네이버)

예술 영화 그리고 미장센의 거장, 감독 크시슈토프 키에슬로프의 세 가지색 시리즈가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돌아왔다.


프랑스 국기 색깔인 세 가지색 중 블루는 자유를, 화이트는 평등을 상징한다. 그리고 이 트릴로지의 마지막 색깔인 레드는 박애를 상징한다.


주인공은 대학생이자 패션모델로 일하고 있는 발렌틴. 그녀는 박애적인 사람이다. 반면 또 다른 중인공인 노년의 은퇴 판사는 냉소적인 사람이다. 그는 발렌틴이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한다. 그중 하나는 바로 이웃을 도청하는 것이다.


도청하는 것이 올바르지 않다고 생각하는 발렌틴에게 판사는 그가 도청한 녹음들을 들려준다. 그 안에는 타인들의 이야기가 있었다. 심지어는 불륜과 같은 비밀도 있었다. 이에 분개하는 발렌틴에게 판사는 말한다. 그럼 가서 이웃들에게 이르라고.


발렌틴은 가서 일렀을까? 아니, 그렇지 못한다. 심지어는 경찰에 신고하지도 않는다. 올바르지 않는 건 알려야 하는 것 아닐까. 머리를 따르면 그래야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발렌틴의 심장은 판사와 비밀을 알게 될 이웃들, 즉 타인을 쉽게 곤경에 빠지게 할 만큼 차갑지 못했다.

common (2).jpeg 영화 <세 가지 색:레드> 스틸컷(출처 : 네이버)

발렌틴이 패션쇼에 오른 날, 노 판사는 한 이야기를 털어 놓는다. 그는 한때 사랑했던 여자가 있었다. 하지만 그녀에게 상처받았고 버려졌다고 느꼈다. 그녀에 대한 배신감이 그에겐 중요한 감정이었고 그것이 그를 냉소적으로 만들었다.


그래서 그는 자신도 알지 못하는 질문을 발렌틴에게 던진다. 사람들은 선할까, 악할까? 아님 이중적일까?


그에 대한 답을 발렌틴은 '박애'로 대답한 것만 같다. 그녀가 사람들을 아끼는 마음은 그 사람의 선악과 관계 없었다. 분류 없이 사람을 사랑할 줄 알았다.


결국 상처를 주는 것도 사람이고 다시 치유하는 것도 사람이었다. 어느샌가, 그는 순수한 마음을 가진 발렌틴을 보며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을 상기한다.

Trois-couleurs-rouge-1-c-MK2.jpg 영화 <세 가지 색:레드> 스틸컷 (출처 : MK2)

이 영화의 진정한 진수는 연출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영화는 마치 패션 잡지와 같다. 특히 감각적인 오프닝 시퀀스와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발렌틴의 광고 사진에서 감독의 예술적 시선이 돋보인다. 배우 ‘이렌느 야곱’의 순수한 눈동자는 붉은색과 어우러져 그녀의 붉은 심장을 밖으로 꺼내어 직접 보는 것만 같은 시각적 효과를 준다.


또 다른 인상적인 연출은 노 판사와 비슷한 삶을 살아간다는 암시를 주는 한 신임 판사의 이야기이다. 그는 발렌틴과 반복적으로 같은 공간, 같은 시간 속에서 절묘하게 스쳐 지나간다. 하지만, 그가 노 판사와 같은 선택을 할지에 대한 암시는 명확하지 않다.


과연 그가 노 판사처럼 냉소적으로 사람들을 사랑하는 법을 잊을까? 아님 그의 붉은 자동차, 그리고 자신의 붉은 담뱃값처럼 붉은색을 삶의 이정표 삼아 박애의 마음을 지켜나갈까? 혹은 박애를 망각했다 발렌틴 같은 사람을 인생에서 마주할까?

trois_couleurs_rouge.jpg 영화 <세 가지 색:레드> 스틸컷

발렌틴의 광고 사진이 파리의 한 벽면에 크게 붙어있다. 가장 따뜻한 색깔이 쓸쓸한 계절 풍경과 어우러져 묘한 외로움을 자아낸다. 타인을 사랑하는 것은 어쩌면 가장 외로운 감정일지도 모른다. 모든 사람들이 그 사랑에 부응하진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영화의 후반부에서, 박애의 마음을 가진 발렌틴이 도버 해협 사고에서 생존하며 그런 마음을 가진 사람만이 삶의 거센 태풍 속에서 구원받을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어쩌면 우리가 쉽게 잊는 사실은, 심장은 붉은색이라는 것이다.


타고나기를 따뜻한 색의 심장을 가진 우리는 타인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것은 아닐까?


출처 : https://www.artinsight.co.kr/news/view.php?no=71972 김은빈 에디터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프랑스 영화] 소피 마르소가 사랑이라고 부르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