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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싸이피 Oct 23. 2021

멋있게 떠나지 말자

말하지 않으면 절대 모른다

사람은 의미를 추구하는 동물이다. 돈과 쾌락만을 좇는 것 같지만 실제로 많은 직장인들은 자신의 일을 통해 의미를 찾는다. 다 그렇진 않아도 웬만하면 자신의 일에 책임감을 갖고 그 일을 사랑한다. 

다만 그 일이 원치 않는 수준으로 간섭을 받아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게 되면 애정은 식는다. 그러다 보면 의미를 잃게 되고 출근이 너무 하기 싫어 미칠 지경이 된다. 거기에 더해 쓸데없다고 생각되는 일들까지 추가되면 버티지 못하고 퇴사를 결심하게 된다.


이런 고민은 보통 혼자서 한다. 스스로 끙끙 앓고 고민을 하면서 이직을 하거나 취업 계획을 세워놓는 등 나름의 대안을 만들어 놓고 상사에게 퇴사를 통보한다. 내가 힘들다는 것을 구태여 가족, 친구도 아닌 직장 사람에게 알려서 좋을 것이 없고 최대한 참아내는 것이 미덕이라는 우리의 정서가 큰 몫을 한다. 

그러나 준비가 안 된 채 사랑하던 연인에게 이별 통보를 받는 것처럼 상사는 당황하게 된다. 상사는 대안이 없다. 상사 입장에서도 미리 힘들다고 이야기를 해주는 직원이 좋다. 만약 중요한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당신의 부하 직원이 어느 날 갑자기 "죄송한데 이번 달까지만 일하고 퇴직하겠습니다."라고 말한다면 어떨까?


상사는 직장 내에서 나보다 권한이 많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힘이 더 세다. 만약 내가 퇴사를 결심할 정도로 직장 내 문제로 힘이 든다면 솔직하게 털어놓고 상의하는 게 낫다.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면 해결하고 가면 되고 해결될 수 없는 문제라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확실한 것은 우리가 말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은 모른다. 절대 모른다.


물론 자신이 회사에 필요한 존재라면 상사는 그 문제 해결을 위해 힘을 써줄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협상의 우위를 가져갈 수 있는 힘은 평소에 내가 얼마만큼 가치가 있는 사람이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최근 업무가 너무 과중하고 내가 하는 비즈니스를 회사가 요구하는 방식대로 하는 것이 비전이 없다고 생각되어 심각하게 퇴사를 고민한 적이 있다. 다는 아니지만 팀장과 불만을 일정 부분 고민하였고 허무할 정도로 몇몇 문제는 쉽게 해결되기도 했다. 

나는 힘들어도 묵묵히 견뎌내다가 최후의 순간에 멋있게 퇴사하지는 않겠다. 이런 부분이 너무 불합리하고 부당하며 현재 남들과 비교했을 때 업무과 너무 과중하다고, 내 처우가 하는 일에 비해 낮은 것 같다고 솔직하게 먼저 말을 해볼 것이다. 회사가 아닌 나를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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