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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싸이피 Aug 24. 2021

직장생활의 장점

직장생활은 한 사람의 인생에 무엇을 줄 수 있는가

바야흐로 N잡의 시대다. 2021년 5월, 해피칼리지 조사에 의하면 직장인의 49.2%가 N잡러인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N잡러가 아닌 이들 중 80%가 넘는 사람이 N잡러가 되고 싶다고 답했다. N잡의 종류는 다양하지만 일반적인 직장인의 경우 재능공유 등 비대면 아르바이트, 인플루언서 활동, 쇼핑몰 사업, 배달 등 O2O 플랫폼 아르바이트 등이 일반적이다.


아직도 한국의 많은 기업은 이중취업을 금지하고 있다. 위에 언급한 돈벌이들이 이중취업까지는 아니라 할지라도 회사는 분명 자신에게만 충성해주길 원하고 있는 것 같다. 야근은 하지 않더라도 계약한 근로시간만큼은 본업에 집중해야 한다는, 그래서 다른 일은 하지 않기로 계약하자는, 회사 입장에서는 나름 합리적인 요구다.


그러나 세상이 바뀌고 있다. 회사에 대한 MZ세대의 관점은 X세대의 그것과는 다르다. MZ세대는 더 이상 직장을 삶의 전부로 보지 않으며 성공의 사다리를 오를 수 있는 수단으로 여기지도 않는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회사생활은 그냥 수많은 현금흐름 창출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나 또한 회사는 내 인생을 책임져주지 않으며 내가 100을 노력했다고 해서 100을 돌려주는 곳이 아니라는 점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오히려 30을 일한 사람과 120을 일한 사람이 똑같이 90을 받기도 하는 불공정하고 불합리한 곳이다. 120을 해낸 사람은 130, 140, 200을 해내야 하는 곳이 바로 회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생활을 한다는 것은 수많은 장점을 갖고 있기도 하다. 부모님을 안심시켜주고 안정적인 인생을 살 수 있다는 기본적인 것 외에 내가 회사를 다니며 느꼈던 장점을 공유하고자 한다.


1. 회사에는 어쨌거나 사람이 있다.

연세대학교 서은국 교수의 <행복의 기원>을 보면 인간은 사람과 함께 있을 때 행복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물론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이다. 보통의 사람들이 끝없이 이성을 찾아다니고 친구들과 술을 먹는 것도 바로 그런 사유다. 회사에는 많은 사람이 있다. 당연히 내가 싫어하는 사람도 많지만 나의 경우 운이 좋게도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더 많다. 무거운 몸을 이끌고 출근을 하면 어쨌든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하루를 같이 보낸다. 힘들긴 하지만 우울감은 없다. 배울 점도 많고 이런저런 정보도 많다. 특히 나이 차이가 어느 정도 있는 사람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면 또래에게서는 볼 수 없는 새로운 세상을 간접경험할 수 있다.


취업하기 전까지는 어느 정도 우울감을 갖고 살고 있었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 다양한 사람과의 관계 때문인지 잠을 1초도 자지 못할 만큼 우울한 날들도 많았다. 회사를 다니다 보니 이런 문제가 싹 사라졌다. 즐거운 것까지는 아니지만 우울감을 느끼지는 않는다. 잠도 잘 온다. 물론 업무에 대한 압박감이 심하긴 하지만 좋게 생각하면 그 업무를 같이 해결해줄 사람들이 있다. 모든 사람이 싫다면? 일이 크게 잘못되면? 능력 키워서 다른 회사 가면 된다.


2.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우리는 여행을 한다. 다양한 경험을 쌓고 인생을 풍요롭게 만들기 위함이다.

낯선 나라에 여행을 간다. 블로그와 유튜브를 보고 계획을 세운다. 말이 통하지는 않지만 영어를 쓰거나 번역기를 사용해 세운 계획을 충실히 이행한다(혹은 그냥 생각나는 대로 한다). 여행을 마치고 글을 쓰거나 사진을 정리한다. 언젠가 여행의 과정이 새로운 프로젝트를 하는 과정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면, 여행을 다녀온 것처럼 경험이 쌓이고 내 인생의 조각이 된다. 좀 더 좋은 점이 있다면 여행은 돈을 쓰지만 프로젝트는 돈을 받는다.


직무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는 현재 내가 하는 일이 다양한 경험을 쌓고 인생을 풍요롭게 만들고 있다고 생각한다. 일을 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다양한 일을 배운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보고 회사가 돈을 어떻게 버는지 배운다. 어렸을 때는 몰랐던, 부모님이 했던 일이 이런거였구나를 깨닫는다. 세상을 보는 시야가 넓어지고 처음 보는 사람들과도 할 말이 늘어난다. 여행을 다녀온 것처럼 직장생활을 하면서 할 수 있는 일들이 나에게 인생의 경험치를 준다. 이런저런 일을 겪다 보면 조금씩은 어른이 된다.


3. 사회관계에서 가치를 지닌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을 사회적 동물이라고 정의했다. 이 말에 논리적으로 반박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내 생각에도 인간은 분명한 사회적 동물이다. 사회적 가치를 잃을 때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하는 아주 지독한 사회적 동물이다. 직장에 다니게 되면 일정한 사회적 가치를 부여받는다. 인적 네트워크에서, 연애 시장에서 심지어 자식 자랑 시장에서 이러한 사회적 가치는 의미를 띤다.


사회관계에서 가치를 갖는다는 것은 개인적인 삶에 의미를 준다. "00에서 000 일을 해요"라는 말 한마디로 나의 정체성을 꽤나 쉽게 표현할 수 있다. 아무리 세상이 바뀌었다고 해도 처음 보는 사람에게 "저는 고양이를 좋아해요"라고 하기는 어색하지 않을까.

직장에서의 인맥을 바탕으로 새로운 기회를 얻는 경우도 많다. 이는 내 개인적인 능력이 대단해서가 아니라 내가 하는 일이 누군가에겐 쓸모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별 볼 일 없는 내가 이런 가치 덕분에 법인카드가 사주는 맛있는 밥을 먹을 수 있다. 비싼 건물에 내가 앉을 자리 하나가 있는 것도 이 덕이다. 내가 잘나서가 아니다.


4. 교육을 받는다.

현시대의 이데올로기가 그렇듯 나 또한 교육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직원들의 수준이 곧 회사의 미래이므로 많은 회사에서는 직원들에게 아낌없는 교육을 제공한다. 비즈니스 매너 교육, 직무교육, 어학교육부터 심지어 일부 회사에서는 해외 MBA 기회까지 제공한다.


물론 회사가 제공하려는 교육기회가 나에게 딱 맞지 않을 수는 있지만 어떤 것이든 배워두면 좋다고 생각한다. 입사한 지 3년이 채 되지 않은 나도 지금까지 수백만 원어치의 직무교육을 받았다. 교육을 통해 새로운 지식을 많이 배우고 업무 실력이 올라갔음은 물론이다. 시간이 허락하는 수준에서 최대한 많은 교육을 듣고 있다. 회사를 열심히 다니는 한, 앞으로 주어지게 될 많은 교육기회도 무척 기대된다.


5. 규칙적인 생활을 유지한다.

남들 눈에는 무척이나 성실해 보이는 나는 부지런한 사람이 아니다. 조금 더 직설적으로 말하면 아주아주 게으른 사람이다. 군대를 전역하고 할 일이 없을 때는 밤새 영화, 유튜브를 보고 새벽 6시에 잠들곤 했다. 전역하면 꼭 해야지 했던 여행, 운동은 귀찮아서 안 했다. 아니 못했다(내 게으름이 이를 철저히 막았다). 요즘도 할 일이 없는 날에는 무기력하게 소파에 누워 유튜브를 보는 게 일상이다.


학교를 다닐 때는 꽤나 성실했다. 교복을 입고 나서부터 늘 가장 먼저 학교에 갔다. 공부를 하러 일찍 간 것이 아니라 어차피 가야 할 학교, 사람이 없을 때 조용히 가서 내 할 일을 하는 게 좋았다. 대단한 것들을 하지는 않았다. 내 할 일 중에는 부족한 잠을 보충하는 것도 포함됐다.


회사에서는 출근 1시간 전에 가서 업무 공부를 하거나 책을 읽었다. 다른 회사에서 인턴으로 일 할 때, 심지어 아르바이트를 할 때도 이런 습관은 유지됐다. 회사생활은 나를 부지런하게 만들어 준다. 아침 일찍 출근하면 싱싱한 뇌와 함께 나만의 시간을 누릴 수 있다. 아주 손쉽게 상사의 호감을 얻을 수 있음을 물론이고 자연스레 잠을 일찍 자게 된다.


이상은 내가 생각한 회사생활의 장점이다.



나 역시 회사생활에 불만이 많고 대체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아침에 사무실에 들어서는 순간, 점심에 커피 한 잔을 먹고 사무실로 복귀하는 그 순간에 나도 모르게 저절로 한숨이 나온다. 그런데 직장생활의 장점이라니... 그나마 사람 운이 좋아 이런 편한 소리를 늘어놓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직장생활에도 분명히 밝은 면이 많다고 생각한다. 취업준비생 시절 직장인들이 불만을 늘어놓고 있으면 속으로 그래도 부럽다고 생각하지 않았는가.

혹시나 큰 문제가 없는데도 회사 다니는 게 너무 싫고 힘들다면 장점에 집중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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